‘화불단행’이라는 중국말이 있습니다. 재앙은 한 개만 오지 않고 여러 개가 겹쳐서 온다는 뜻이겠지요.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단어가 아주 절묘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하와이의 무슨 화산이 터졌다고 합니다. 화산이 터지기 전에 지각 속에서는 아마 엄청난 압력이 있었을 겁니다. 오죽하면 그 무거운 땅을 뚫고 나와서 가스와 먼지와 재가 분출이 되겠습니까?
그런데 재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상시에 안 일어나다가, 화산이 터질 때처럼 갑자기 펑 하고 터집니다. 그리고는 다음 재앙이 겹쳐서 와서 화불단행이 되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부동산은 화산과 비슷했습니다.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 경제를 덮쳤죠. 그래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영향을 받아서 가격이 상승하다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경환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한국은행을 압박해서 금리가 인하되었습니다. 낮아진 금리로 국민들은 대출을 받았고, 그 대출금의 일부는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리하여 부동산 폭등기를 형성하게 되었죠. 이 폭등기는 초반에는 슬금슬금 오릅니다. 그러다가 눈치를 챈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파르게 오르지요.
문재인 후보는 ‘집값을 잡겠습니다’라는 구라 공약을 내걸었습니다만, ‘금리’를 올리지는 않고 다른 정책만 줄기차게 썼습니다. 그렇게 3년7개월을 버티다가 결국 이 정책이 실패로 끝났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더라고요....
일부 국민은 영혼을 끌어 모아서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충분한 목돈이 없어서 원래는 집을 구매할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더 오르기 전에 사지 않으면 영영 못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끌을 했던 것입니다. 금리가 낮았으니, 영끌을 할 용기도 생겨났고요.
그러다가 미국발 금리 인상이라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금리를 따라서 올리게 됩니다. 안 그러면 한국에 투자한 미국자금들이 대거 미국으로 되돌아가게 되기 때문이죠. 이 때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서 외환보유고가 대폭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외환보유고가 널널하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달러 환전이 폭증하면 그에 따라서 환율도 상승하게 됩니다. 금리와 환율은 이런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한국도 금리를 올리자, 이제는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코너에 몰리게 됩니다. 수입은 일정한데, 이자를 더 내야 하니, 당연히 생활비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지요. 가지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싶지만, 이제는 시가에 구매해 줄 수요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파트값이 내려갈 게 뻔한데, 급한 사람이 아니면 누가 시가에 아파트를 사겠습니까? 그리하여 급매물의 가격 하락이 일어나고, 거래가가 하락하고, 다시 급매물의 가격 하락이 일어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폭등기에는 폭등 악순환이 일어나고, 폭락기에는 폭락 악순환이 일어나는 듯합니다.)
이 와중에 강원도지사 김진태의 결정에 따라서 채권시장이 폭망하는 중입니다. 지방정부의 보증을 받은 채무를 지급 거부를 했으니, 신용이 사라져 버렸고, 그에 따라 다른 채권들도 덩달아 신용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경알못이라서 대충 이렇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2000억원으로 막을 화재를 지금은 200조원으로 막아야 할 판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이 액수는 진행상황에 따라서 더 줄어들 수도 있고,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오늘 클리앙에서 보니, 기업들의 매출도 줄어들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기업은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서 10%밖에 안 나왔다나요. 이렇게 매출이 줄어들면 당연히 기업은 정리해고를 하든지 해야 합니다. 일자리에도 영향이 간다는 얘기죠. 그리고 연쇄부도의 위험이 있습니다. 1997년에 한보철강 부도로 연쇄부도 줄부도가 일어났던 일을 떠올려 보세요.
이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죽기 살기로 전쟁을 벌이고 있고, 미국은 중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고, 북한의 김정은은 미사일을 쏴대고 있습니다.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요.... 그야말로 화불단행입니다....
이런 화불단행 상황에서 결정적으로 우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심리와 이재명 후보의 약점들 때문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겠지요. 경제에 대해서 쥐뿔도 아는 게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의 화불단행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의문입니다. 피할 수 없는 쓰나미가 닥치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는 세월호사고에서 우왕좌왕하면서 뻘짓을 한 선장과 정부를 보았습니다. 원래는 그냥 배만 침몰하고 끝날 사고였는데, 309명이 사망하는 초대형 사고가 되고 말았지요. 화불단행 상황에서 결정권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니, 기가 막힙니다....
우리는 각자 쓰나미를 대비해야 할 판입니다. 제가 여러분께 어떻게 대비하라는 말씀을 드릴 수는 없네요. 미네르바가 그런 말을 하다가 잡혀 들어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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