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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7.10.30 14:45
조회
438

"전자랜드가 일을 낼 것 같다."

2017~2018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은 인천 전자랜드를 우승후보로 뽑았다. 대부분 감독들이 막강전력의 SK를 선택한 것에 비해 유 감독의 소신 발언(?)은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자랜드는 꾸준하기는 했지만 그간 우승과는 거리가 먼 성적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유 감독은 "전자랜드는 스피드, 높이, 해결사 등 모자란 구석이 없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전자랜드 팬 입장에서 유감독의 그러한 평가는 듣기 좋은 말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분위기였다.

아쉽게도 시즌 초반 전자랜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3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주말 전까지 1승 4패로 기대치에 걸맞지 않는 저조한 행보를 보였다. 여기에는 장신 외국인 선수 아넷 몰트리(26·206cm)의 부진도 영향을 끼쳤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해결사 역할을 해줄 외인 에이스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라운드 5순위(실질적 1순위)로 가드용병 조쉬 셀비(25·186cm)를 뽑았고 골밑을 지켜줄 선수로 2라운드 6순위 지명권을 행사해 몰트리를 낙점했다. 하지만 연습 경기 등에서 보여준 몰트리의 기량은 성에 차지 않았고 대체선수로 지난 시즌 LG에서 뛰었던 제임스 메이스(31·200cm)에 대한 가승인을 신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메이스의 가정사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유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대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몰트리의 경기력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공격력은 둘째 치고 장신 외국인선수로서 골밑에서 투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유 감독의 눈살을 찡그려지게 했다. 결국 유 감독은 몰트리를 포기하고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브랜든 브라운(35·193.9cm) 카드를 꺼내들었다.

브라운.jpg
 전자랜드 새 외국인선수 브랜든 브라운은 신장은 크지않지만 리치가 길고 무엇보다 장신 센터에게 밀리지않는 파워를 갖추고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탄탄하다.
ⓒ 인천 전자랜드


신장보다는 기량, 브라운이 증명했다

이제 2게임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브라운 카드는 일단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브라운이 뛴 주말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단숨에 연승모드를 탔다. 브라운은 공수에서 활력소 역할을 해주며 식었던 밧데리에 강한 에너지를 공급해주었고 전자랜드의 팀 분위기는 한껏 올라간 상태다.

사실 브라운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당시부터 많은 팀 관계자들의 눈길을 받았던 인물이다. 현장에서부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지라 전자랜드에서 함께 뛰게 된 셀비, DB에 지명된 디온테 버튼(23·192.6cm)을 제치고 실질적 1순위로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운은 당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다름 아닌 애매한 신장 때문이다. 좋은 선수임은 확실했지만 현재의 장·단신제도에서 단신제한보다 겨우 0.9cm 큰 브라운을 장신 외국인선수로 선택하기에는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 브라운을 데려가는 팀은 실질적으로 단신 외인만 둘을 놓고 쓰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 감독의 결정은 빨랐다. 신장보다는 기량이었다. 어설프게 신장에 집착하기보다는 잘하는 선수와 함께 팀 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브라운같은 경우 기술과 파워를 겸비한 것은 물론 리치까지도 길어 실질적으로는 190cm 후반대 선수나 다름없었다.

지난 8월 필리핀 리그에서 뛰며 평균 34.8점 17.7리바운드 3.7어시스트 2.8스틸 3.2블록슛을 기록한 브라운은 국내무대에서도 금새 위용을 드러냈다. 첫 경기였던 현대모비스전에서 34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더니 이어진 LG전에서도 12득점 7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펄펄 날았다.

브라운의 플레이는 과거 국내 무대 최고의 외국인선수 중 한명으로 명성을 떨쳤던 조니 맥도웰(46·194cm)을 연상시킨다. 넓은 어깨와 탄탄한 근육질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일품인지라 장신 센터와의 제공권 대결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다. 몸싸움이 되기 때문으로 이른바 비벼주는 플레이를 통해 공수에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 

브라운은 힘이 매우 셀뿐 아니라 탄력과 기동성에 기술적 수준까지 높다. 두꺼운 몸을 앞세워 성큼성큼 골밑으로 돌진해 더블팀 수비도 뚫어버리고 골밑슛을 성공시킨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중심이 안정적인지라 찬스가 오면 쉽게 득점을 올리는 모습이다. 과거 맥도웰이 국내무대에서 맹위를 떨쳤던 것과 같은 이유다.

득점력을 기대하고 데려운 브라운이지만 그는 수비와 팀플레이도 적극적이다. 리바운드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자신보다 훨씬 큰 LG 조쉬 파월(34·201.6cm)의 골밑슛을 블록 할 정도로 탄력도 좋다. 우격다짐으로 골밑에서 전투를 벌이다가도 빈 공간에 찬스가 나면 동료에게 질 좋은 패스를 건넨다.

이러한 브라운 효과는 전자랜드 포워드 군단에게도 긍정적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장점은 주전급 정통센터는 없지만 3~4번 라인에 걸쳐 기동성을 갖춘 장신자들이 많다는 부분이다. 정효근(23·201cm), 김상규(28·201cm), 강상재(22·200cm), 차바위(28·192cm) 등 장신 포워드가 즐비해 전략적 쓰임새가 많다.

하나같이 크고 빠른데다 슛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박찬희(30·190cm), 셀비의 가드라인 역시 타팀과 비교해 신장에서 밀리지 않는지라 평균 사이즈는 10개 구단 탑급이다. 그런 상황에서 '화룡점정'으로 브라운의 전천후 활약이 더해지니 드디어 전자랜드에 날개가 달렸다는 평가다.

브라운이 가세한 전자랜드는 흡사 2001~2002시즌 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왔던 KCC의 '토탈농구'를 연상시키게 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KCC 신선우 감독은 이상민, 추승균, 양희승, 재키 존스, 제런 콥, 정재근, 이현준 등을 앞세워 '함께 공격하고 함께 수비하는' 토탈농구 시스템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멤버 전원이 내외곽을 갖췄으며 패스워크와 센스까지 좋았던지라 가능했던 플레이였다. 공격은 물론 수비시에도 포지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조직적 스위치 수비로 상대 화력을 무력화시켰다. 당시 KCC는 이러한 토탈농구를 통해 시즌 마지막 20경기에서 17승 3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팀 성적이 9위에서 3위로 수직상승한 바 있다.

현 전자랜드 역시 멤버 구성만 놓고 보면 얼마든지 당시 KCC같은 플레이가 가능해보인다. 코트에 나서는 5명 전원이 신장, 기동력, 슈팅을 겸비했다. 돌아가면서 내·외곽을 폭격할 수 있으며 원활한 도움수비도 가능하다. 전자랜드는 팬들의 높은 성원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단한번의 우승도 경험하지 못했다. 어쩌면 브라운이 가세한 올 시즌이 기회일지도 모른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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