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적하는 모옥 옆 평상에 좌정하고, 무월봉 정수리를 바라보고 있다.
그믐도 아닌데 달이 뜨지 않는다.
이럴 수가 있나.
이럴 수가.
하루가 지나고,
사흘이 지나고,
열흘이 지나고,
무월봉 정수리에는 달이 뜨지 않았다.
연적하는 답답함을 느꼈다.
언제부턴가 시중들던 동자도 보이지 않았다.
밥을 먹은 게 언제였더라?
차를 마신 건?
참지 못하고 일어서려던 연적하는 철렁 놀랐다.
검갑은 어디 가고 서슬 퍼런 검만 쥐고 있었다.
칼날을 따라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연적하는 일어섰다.
도원의 경치처럼 보였던 이곳이 그를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의 눈은 무월봉 정수리를 향했다. 떠나기 전에 저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벙철벙, 밤의 시내를 가로질렀다.
덤불을 헤치고 돌 비탈을 기어올라 칠흑처럼 어두운 정상에 발을 디뎠다.
연적하는 가슴이 뛰었다.
그를 기다리는 한 인영이 보였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보았던 바로 그 청년이었다.
“은공…….”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청년의 말에 연적하는 위로를 받았다.
“십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검결을 수련했소.”
“그렇습니까?”
“빠름에는 느림으로 맞서고, 무거움은 가벼움으로 누르며, 제 때에 제 자리에 있게 되자 천하에 적수가 없어졌소.”
“일컬어 적절(適切)이라 합니다. 그런데 저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연적하는 침음했다.
청년의 물음이 그를 답답하게 했다. 아니, 검결을 완성했다 여긴 순간부터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것이 전부인가?
이 이상 가는 무엇은 없나?
이 답답함이 그로 하여금 강호를 주유하게 만들었다.
연적하가 괴로워하자, 청년은 칼날이 뚝 부러진 반검(半劍)을 들어보였다.
“오던 길에 얻었습니다. 이러한 검을 보신 적 있습니까?”
연적하는 뚫어져라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오.”
순간 청년의 몸이 쭉 늘어나며 쇄도해 반검을 내리쳤다. 연적하는 기겁하여 검으로 막았다.
청년이 호령했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고, 아는 것은 무엇인가!”
대답할 겨를조차 없었다. 청년이 연달아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수라쾌검을 능가하는 검속이었다.
가공할 검세의 압박에 견디지 못한 연적하는 한순간 핏발 선 눈을 부릅떴다. 번뇌와 함께 응어리졌던 살심이 폭발했다.
콰르르르릉!
연적하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잔상이 늘어나, 비단 땅만이 아니라 허공까지 수십, 수백의 연적하로 가득해졌다.
한발 물러선 청년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일천마영술(一千魔影術)! 악마의 술법까지 익히셨는가?”
“닥쳐랏!”
연적하가 몸을 날리자, 일천영이 따라 청년을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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