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후련해지고 싶은 이기심에 쓰는 글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남모르는 밤에 활자를 처박아 넣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정말로 단지 이것뿐입니다.
저도 20대 중반이나 되었고 같잖은 역경이나마 겪어왔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적나라하게 악의나 불의를 느끼는 경우는 없던 것 같습니다. 어째선지 모르겠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고 단지 매체로부터 흩어져 나오는 파편에만 닿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습니다.
앞장서서 공공선을 외치고, 당당하게 정당성을 요구하고, 거리낌 없이 남을 위하는 그런 자신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게 대리만족이라도 되었으면 좋으련만 남는 건 무섭다는 찌꺼기 같은 감정밖에 없더군요. 정말로 무섭습니다. 지겹도록 무서운데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힘이고 능력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 단지 제가 행동할 기회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제 심리적인 약점이 사라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끝나는 그런 길이 놓이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근데 무서워서 미치겠습니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자판도 못 누르겠습니다. 제가 멋대로 표현할 용기보다 그 이상으로 다가올 반박과 반발이 명확하게 상상 됩니다. 발 한 번 내딛기가 어렵고 숨 한 번 내쉬기가 어렵습니다.
정말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떳떳해지고 싶고 스러질 땐 스러지더라도 이 답답함은 표출해내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안 됩니다. 이러고 있는 지금도 차라리 비웃음을 당해 안심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확신하고 포기해버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적고 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텐데.
먼 훗날의 누군가가 이것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길 바랍니다. 이런 초라한 사람 하나가 지금 이 순간 티끌조차 내지 못할 용기 따위를 가지고 갈등했다는 걸 남기고 싶습니다.
이런 아무런 가치 없는 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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