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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그냥 무섭습니다.

작성자
Personacon 구름말이
작성
16.11.20 03:19
조회
1,574

단지 후련해지고 싶은 이기심에 쓰는 글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남모르는 밤에 활자를 처박아 넣는 것밖에 없으니까요. 정말로 단지 이것뿐입니다.

저도 20대 중반이나 되었고 같잖은 역경이나마 겪어왔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적나라하게 악의나 불의를 느끼는 경우는 없던 것 같습니다. 어째선지 모르겠습니다. 직접적인 경험이 아니고 단지 매체로부터 흩어져 나오는 파편에만 닿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겠습니다.

앞장서서 공공선을 외치고, 당당하게 정당성을 요구하고, 거리낌 없이 남을 위하는 그런 자신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게 대리만족이라도 되었으면 좋으련만 남는 건 무섭다는 찌꺼기 같은 감정밖에 없더군요. 정말로 무섭습니다. 지겹도록 무서운데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힘이고 능력이고 다 필요 없습니다. 단지 제가 행동할 기회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제 심리적인 약점이 사라지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끝나는 그런 길이 놓이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근데 무서워서 미치겠습니다. 손이 떨려서 제대로 자판도 못 누르겠습니다. 제가 멋대로 표현할 용기보다 그 이상으로 다가올 반박과 반발이 명확하게 상상 됩니다. 발 한 번 내딛기가 어렵고 숨 한 번 내쉬기가 어렵습니다.

정말로 행동하고 싶습니다. 떳떳해지고 싶고 스러질 땐 스러지더라도 이 답답함은 표출해내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안 됩니다. 이러고 있는 지금도 차라리 비웃음을 당해 안심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란 걸 확신하고 포기해버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적고 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을 텐데.

먼 훗날의 누군가가 이것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길 바랍니다. 이런 초라한 사람 하나가 지금 이 순간 티끌조차 내지 못할 용기 따위를 가지고 갈등했다는 걸 남기고 싶습니다.

이런 아무런 가치 없는 글을 남겨서 죄송합니다.



Comment ' 8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6.11.20 07:22
    No. 1

    글을 남긴 곳이 어딘가요. 넷 상에 올리셨습니다. 그럼 내 것이면서 보는 사람과 공유되는 것입니다.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봅니다. 그렇게 나누는 것이죠

    찬성: 2 | 반대: 5

  • 작성자
    Lv.99 라크로케타
    작성일
    16.11.20 09:14
    No. 2

    힘내세용

    찬성: 3 | 반대: 1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6.11.20 10:38
    No. 3

    악의나 불의는 언제나 존재해왔습니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았을뿐.
    어쩌다 이런 사회가 되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죠.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42 류판산맥
    작성일
    16.11.20 11:13
    No. 4

    불교에서 말하기를 인생은 고통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인내하며 사는 것은 범부의 삶이요, 고통이란 그 마음을 이해하며 사는 것, 그것이 보살의 삶이라 하더이다. 그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나고 죽는 것과 행과 불행이 순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해가 뜬다고 좋아하고 해가 진다고 우는 것은 우둔한 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리 모두 제 마음을 잘 살펴 깨달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양심이 밝으면 그에 따라 행동하시는 것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데 도움이 될 것이요, 그 양심을 지금은 져버리고 현실에 고개를 숙이는 것도 나중에 돌아보고 다시 양심을 세울 수 있으니 큰 죄는 아닙니다. 반드시 지금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없습니다. 형편되는 대로 사세요. 내 마음을 괴롭히지 마세요. 제가 40을 바라보는 형으로서 그냥 두서없이 말씀드려 봅니다. 용기는 불굴이 아니라 잊지 않음이 아닐까요?

    찬성: 2 | 반대: 1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구름말이
    작성일
    16.11.20 19:10
    No. 5

    고맙습니다. 무언가 세련된 수식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올라오는 감정이 커서 겨우 이런 단순한 인사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수레에 올라타서 혼자 중얼거릴 뿐이지만 언젠가는 내려서 직접 걷고 싶습니다. 앞에서 끌 자신은 없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 정도는 되고 싶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9 고지라가
    작성일
    16.11.20 14:58
    No. 6

    악의에 편승하면 되요. 다들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6.11.20 23:40
    No. 7

    님이 말하는 '떨리는 두려움' 이란 모자르거나 옹졸해서가 아닙니다. 그것의 이름은 '책임감' 입니다.

    찬성: 1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85 담적산
    작성일
    16.11.21 16:33
    No. 8

    정답에 가까워 보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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