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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시...감상이랄까요?

작성자
Lv.15 네시
작성
05.10.26 07:39
조회
126

대학교 리포트하다가 생각나는 게 있어서 여기에 올려봅니다.

정한모  

어머니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光澤)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로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

감상

어머니. 아니, 내가 철없이 ‘엄마’라고 불렀던 친숙한 존재. 그 친숙한 존재가 지우개로 지우듯 사려져 버린다면 어떨까? 사람마다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경험했기에 나의 경우에 대해서는 안다.

새벽 6시. 작은 누나가 자고 있던 나를 불러 ‘엄마’라는, 자식에게는 당연했던 존재의 운명을 알렸을 때 나는 왜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내 주변 사람은 특별하리라 생각했을까? 폐암 말기로 언제나 피를 한 움큼씩 토해내던 그 모습이 그림 같았던 걸까? 아니면 연기라고 느꼈나? 병원에 가서 흐느끼는 가족들의 곁에서 나는 그저 멍하기만 했다. 장례식 전 차갑게 굳어있는 밀랍 같은 엄마의 이마를 인형처럼 어루만졌다. 따뜻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날 안 아주시던 따뜻함이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고 한 없이 차기만 했다. 마치 그 차가움이 내 가슴으로 스며든 듯 내 마음과 온몸은 얼어붙은 듯했다. 그리고 그렇게 보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달이었던가? 현실감 없던 그 일에 정신조차 없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나였건만 어느 날 밤 갑자기 떠오른 ‘어머니’라는 존재에, 텅 비어버린 가슴 때문에 나는 온몸이 한 없이 추락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아마 이제야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정말로 날 떠났음을……. 정말 한 없이 울었다. 그렇게 울었던 적이 없다. 울면서 밤을 새웠다. 울어서 지쳐 잠들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눈물샘이 말랐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눈물이 없었는데…….

하지만 그렇게 인정했기 때문인지 그 때부터 나는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왠지 ‘어머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 하룻밤의 울음이면, 단 한번의 인정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잊혀질만하면 어머니가 생각나 뺨이 흠뻑 젖었고, 극기야 ‘어머니’가 꿈에 등장한 것이다. 어느 날은 강가의 물에 빠져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어느 날은 나에게 와서 함께 가자고 손을 내민다. 그리고 어느 날 나에게 하는 물음.

‘날 사랑하니?’

그렇게 컸던 존재였을까, 나에게 ‘어머니’라는 존재는? 정말 몰랐다.

‘어머니…….’

이 시에서 표현 되는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 나는 어머니의 눈물을 보며 진주와 같은 가치를 느꼈던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나야 말로 이 시에 나오는 검은 손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에게서 느끼는 자랑스러움. 내가 그런 걸 느꼈던 적이 언제였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난 정말 구제불능의 불효막심한 아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는 알았다. 자식 좋은 걸 주려고 옷 하나 아껴 사 입지 않고, 시장 바닥에서는 돈 다툼하고 그러는 모습. 그저 옛날엔 헌 옷 입은 모습이 못 마땅하고, 말싸움 하는 게 창피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런 게 바로 이 시에서 말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이 자랑보다는 그리움으로 더 남는가 보다.

어머니의 사랑, 정성이 진주가 되고 마침내 태양이 된다고 한다. 그것은 가치 있는 것. 또는 날 인도하는 빛. 정말 빛이 나는 것 같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이제 없는데. 그 빛은 아직도 살아서 날 이렇게 비추고 있다. 지금 이렇게 그 빛을 직시하니 뭔가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난 그저 ‘살아지고’ 있는 줄 알았는데…….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여민 빛은 ‘저린 아픔’이다. 받기 싫을 정도로 저리다. 왠지 나도 아픈 것 같다. 그것이 슬프다.

검은 손. 그것이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파괴한다. 진주의 빛을 앗아가고, 태양을 떨어뜨린다. 그것은 어쩌면 내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있는 검은 손이 한 때 ‘어머니’가 내리신 것들을 ‘맹물’로 만든 것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사라졌다. ‘사라져라.’ 그것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서 나온 영혼의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은 없다. 그것이 왜 사라졌는지……. 어쨌든 ‘사라져라’라는 외침은 강렬했고, 거스를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얻었던 진주를 보고, 태양을 본 것이다.

하지만 저 시에서의 ‘어머니’라는 진주와 태양의 창조주가 사라진 나에게 조차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시다.’라는 시구가 허용이 될까? 어머니는 스러져버려 더 이상의 진주를 만들어 주시지 않는 걸까? 이것은 전혀 의문이 들지 않는다. 왜냐면 ‘어머니’는 나에게 진주를 주셨다. 그 진주는 그러한 의문을 앗아간다. 그리고 어머니가 이미 주신 진주로도 충분할 뿐만아니라, 어머니가 남기신 것들이 새로이 진주가 된다. 어쩌면 어머니는 내 마음속에서 아직도 진주를 만들고 있으실 지도 모르지…….

왠지 이 시를 쓰신 정한모 작가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던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 시다. 그리고 뭔가 부족한 것이 채워진 느낌도 든다.

왜 ‘어머니’라는 존재가 소중한지 그리고 거대한지 말해주고 느끼게 해준다. 아마 부모님 모두 살아계시는 많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나 또한 몰랐으니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이렇게 큰 줄 알았다면, 하는 마음. 아마 겪기 전에는 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그저 나 또한 이 시를 읽고 ‘어머니’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소중함을 다시 느꼈듯이, 다른 사람도 ‘어머니’나 ‘아버지’, 혹은 주위의 누구든 그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고, 이런 시도 읽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러면 조금은 그 ‘있는 것’의 ‘없을 때’의 가치를, 정말 조금은 알게 될 수는 있을 테니까.

나는 이미 어머니를 잃었다. 슬픈 소설 읽은 것 마냥 느끼고 있을 수는 없다. 말하자면 나는 슬픈 소설의 슬픔을 당한 주인공이랄까. 주인공은 슬픔을 버리진 않는다. 그렇다고 슬픔에 묻혀 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슬픔을 바라본다. 그 슬픔은 지금 새장 속에 갇혀있다. 나는 지금 그 새장을 바라보고 있지만 새장은 새를 가두기만 하는 곳은 아니다. 가끔은 새를 꺼내어 보듬어보기도 하며 살펴볼 것이고, 언젠가는 때가 되어 새가 하늘을 날게 새장을 개방할 날도 올 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새를 꺼내어 보듬어 보고 있다. 언제일까. 내 새가 하늘을 날아도 내가 후련할 때는.

지금 나는 그저 새의 울음에 귀를 기울인다. 새의 울음은 또 다른 진주가 되어 내 가슴에 맺힐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새도 언젠가는, 나에게 더 이상의 진주가, 태양이 필요하지 않을 때, 내가 만든 새장을 벗어나 저 창공을 꿰뚫고 사라지겠지……. 나는 그저 이 새를 보듬어 안으며 그 날을 기다리련다.

***

이 글을 여기 올리는 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랄까요?

뭐, 제가 글 제주는 없어서 사람들에게 그리 감흥을 주지는 못하겠습니다만 그저 제 글을 잃고 여러분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기회라도 되었으면 하네요...

미쳐 다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후회가 엄청났답니다.

부모님께 너무 못되게 굴은 것 같았어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시간을 되돌리라면 영혼을 팔 자신이 있을 정도로...

여러분께서는 그런 일은 애초에 없도록 소중한 사람들을 한번 더 봐주세요.

싸움을 하셨다면 화해도 하시고, 조금 물러서시는 것도 좋겠죠...

어머니가 돌아가신지도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아직도 떠오르는 얼굴은 선하건만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요.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사실은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언젠가는 새장의 문을 활짝 열어 새가 하늘을 날으는 날이 올 거라 확신합니다.

시간이 흘러가면 마음도 흐를테니까요.

으음, 너무 길었네요...

아무튼 그렇다는 말이고...;;

모두 사이좋게 지내세요!


Comment ' 7

  • 작성자
    Lv.15 네시
    작성일
    05.10.26 07:42
    No. 1

    악마하니까 정말 옛날 생각나네요...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운 날, 창을 통해 별빛 흐르는 달밤을 올려다보며 하염없이 '악마야, 당장나와봐! 내 영혼이라도 줄게! 엄마를 돌려달란 말야!!' 이런 궁상맞은 소리나 해댔었죠...

    으음... 여러분은 저런 궁상맞은 짓은 하지 마시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黑雨`
    작성일
    05.10.26 07:56
    No. 2

    음 ;; 조금이라도 더 잘해드려야 할거 같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노란병아리
    작성일
    05.10.26 09:00
    No. 3

    궁상 맞다니요 ;ㅅ;

    저 심정 절절이 이해가요..
    저도 아버님 돌아가시고 친언니도 젊은 나이에 36이라는 나이에 보내서 생각만 하면 눈물이 찔끔. 마음이 답답하고 ..

    꿈에서라고 자주 보면 좋은데 안 나타나시는 -.-;;
    어르신들 말론 정을 끊기 위해서 라고 하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네시
    작성일
    05.10.26 09:46
    No. 4

    저도 요즘엔 꿈에서는 잘 안 나타나시더군요...;;

    그게 정을 끊기 위해서였나요...?-_-;;

    으음, 몰랐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다비주
    작성일
    05.10.26 10:29
    No. 5

    이거..중딩 때 배웠던 시였는데..

    그땐 그냥 시험땜에 배우는거라..별 감상이 없었는데..

    여유를 갖고 보니 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네시
    작성일
    05.10.26 10:31
    No. 6

    저는 어머니 생각나니 정말 눈물날 뻔 했어요..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가을흔적
    작성일
    05.10.26 13:09
    No. 7

    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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