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년 정도는 백담사 가던지 해야 할 텐데 ... 이런거 보면 참 우리나라사람들 물러도 한참 무르다는 생각들어서 씁쓸하네요.
[중앙일보 이경희] 어버이들은 넉넉한 품에 조영남을 끌어안았다. 패티김(65.사진(左)).이미자(64.(中)).조영남(60) 세 사람이 함께 출연해 화제가 된 '빅3 콘서트'. 8일 어버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콘서트는 세 사람이 노사연의 '만남'을 함께 부르면서 시작됐다. 조영남씨의 '친일 발언'논란으로 시끄러웠지만 전국 투어의 첫 테이프를 끊은 7.8일 서울 공연은 한 자리도 남김없이 매진됐다(1566-0503).
첫 곡을 끝낸 뒤 패티김.이미자씨는 순서대로 관객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조씨는 말 없이 여러 차례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만 했다. 지난해 열린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에서 보였던 자신만만한 모습은 간 곳 없었다. 노래할 때의 목소리도 다소 기죽은 듯했다. 패티김은 "영남씨가 기가 많이 죽었지만, 우리는 가수니까 최선을 다해 노래할게요"라며 고개 숙인 조씨의 어깨를 토닥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씨는 힘을 얻었다. 적어도 그 자리에 모인 관객들은 조씨에게 일부러라도 더 큰 박수를 보냈기 때문이다. 한 관객은 객석에서 "조영남 힘내라"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패티김이 "이미자씨랑 저는 말이 느려요"라고 하자 조씨가 "그래도 누님들은 실수는 안 하시잖아요"라 받아치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두 선배에 비해 조씨가 밀리는 듯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졌다.
세 사람이 함께 부르는 앙상블 무대, 한 사람씩 노래하는 독무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듀엣으로 부르는 무대가 이어졌다. 서로 평소에 좋아하던 상대방의 노래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남의 노래를 부르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그들이 36년, 46년씩이나 노래할 수 있었던 힘을 보여주는 듯했다.
가수만큼 나이를 먹은 관객들인지라 젊은 관객이 모이는 콘서트처럼 달아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무대 위의 가수와, 그런 가수들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객석의 관객. 따뜻한 모습이었다.
이경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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