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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
16.09.27 01:10
조회
1,796


인터넷 서핑하다가 흥미로운 글을 발견해서 일부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1994년에 한국에 귀화하여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안선재라는 교수님의 글입니다.


(전략)


문학 번역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므로 전세계가 그 한국 작품에 찬사를 보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일은 없다. 최근에 나는 한 유명한 한국작가가 너무 많은 젊은 한국작가들이 1인칭 화자를 도입해 아무런 문학적 상상력 없이 '사실적인' 스타일로 창작한다고 비판하는 것을 들었다.
  
  그의 비판은 (나는 그 논평의 전문을 보지 못했지만) 많은 한국문학 작품에서 서술자의 복합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내가 읽은 많은 한국 소설은 시작에서 출발해 간혹 회상이 섞여 들어가는 연대기적 순서에 따라 사건을 서술하고 마지막 페이지에 가서 어색한 결말로 끝맺는다. 외국의 성공적인 소설은 이렇게 창작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문학을 '세계화'하기를 바랄 때 한국이 당면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오늘날 세계의 가장 탁월한 작가들이 어떤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가에 대해 한국 작가들과 독자에게 교육하는 것이다. 현재 번역과 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국 문학작품을 바깥에 소개하는 것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동시대 외국의 탁월한 작가들을 한국독자에게 알리는 일이다. 전해지는 근래의 일본소설의 성공담은 그 점을 확인해준다.
  
  많은 기성 한국작가들의 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 것을 현대인의 시청각매체에 대한 집착 탓으로 손쉽게 돌릴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독자들이 뭔가 더 나은, 진정으로 새롭고 즐거운, (최소한 때때로) 생각을 자극하는 그런 작품을 원한다는 사실의 징표이기도 하다. 양질의 현대 세계문학의 번역을 한국의 출판인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은 한국문학의 발전에 해가 되는 일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시는 대부분 잘 팔리지 않는다. 상을 타고 비평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익을 내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소설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시가 지난 20년간 한국소설보다 영어로 그렇게나 많이 출간되었는가? 나 자신만 해도 시집을 거의 20여 권 번역했지만 번역한 소설은 3권에 불과하다.
  
  이 물음에 대한 한가지 답변은, 한국 시는 소설보다 훨씬 재미있고 활기차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 시인들은 번역으로 전달될 수 있는 방식으로 특정한 한국적 삶의 경험에 대해 쓴다. 그들의 시는 살아 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독특하게 인간적이다. 물론 그 시적 효과를 위해 주로 한국어의 특징에 의존하는 시인들은 번역으로 제대로 표현될 수 없다.
  
  외국독자들에게 어떤 한국 시들의 영향은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그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으레 이렇게 묻는다. "작품이 왜 이렇게 우울한가?" 시는 자주 고통스러운 상황에 복합적이며 개인적인 반응을 간결하고 강렬하게 표현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인간적인 목소리를 듣게 한다. 물론 소설은 시의 한 형식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한국 소설가들은 이 점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아한 문체, 다양한 서술 리듬, 해석의 모호함, 여러 서술자들의 목소리, 글쓰기 전략에서의 복합성 등은 모두 시로서의 소설이 갖는 근본적인 특성들인데,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는 너무나 부족한 것이다.


(후략)


링크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52247


이분이 다른 기사에서는 이런 평가를 내리셨습니다.


-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문학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문제 있다. 최근의 세계문학이 잘 소개돼야 한국작가들도 세계적 문학흐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번역이 안 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 작품은 출판사가 아예 번역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은 세계 문학의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 현대세계문학을 너무 모른다. 한국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작품이 너무 많다. 적어도 문학작품에는 상상력이 넘쳐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한국 작품은 우울하고 슬프다. 분단문학, 특히 6·25전쟁을 겪은 작가들이 그렇다. 현대문학 작가도 마찬가지다. 어제 한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번역상’을 심사했는데, 어휴! 재미도 없고…. 생활을 소재한 작품도 지루한 아파트 생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판에 박혀 있다. 그것은 카피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롭게 보는 마음이 문학작품을 변화시킨다. 진실을 따라야 문학에 내적인 힘이 생긴다. 작가는 기자가 아니다. 어떻든 한국문학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근 새롭게 써야 한다는 자각이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중략)


- 그렇다면 한국문학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 선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이 돼야 한다. 그냥 보여주는 것은 문학이 아니다. 한국 문학작품에는 다큐멘터리성 작품이 너무 많다. 진짜 살아 있는 사람 이야기가 많다. 너무 단순하고 실제 생활하고 똑같다. 생활을 보여주는 드라마와 비슷하다. 문학은 현실을 뛰어넘는 픽션이어야 된다.” 


링크 : http://weekly.khan.co.kr/art_print.html?artid=13023


참고로 링크 들어가보시면 알겠지만 2007년, 그러니까 거의 10년도 전의 글입니다. 당시의 한국 순문학에 대한 평가인 만큼 2016년의 한국 장르문학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죠. 그래도 이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 순문학은 우울한 다큐멘터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장르문학은 구운몽 같은 고전소설의 작법에서 몇발짝 나아가지 못했죠. 언젠가는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바꾸어야지 않겠어요?





Comment ' 5

  • 작성자
    Personacon DragonHo..
    작성일
    16.09.27 01:21
    No. 1

    정말 좋은 글입니다.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먹구름같던 의문점들이 화창한 날씨가 된 것마냥 확 풀렸네요. 실례지만 본문글을 PDF로 저장 좀 하겠습니다. 꾸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DragonHo..
    작성일
    16.09.28 06:32
    No. 2

    게다가 순문학뿐만 아니라 지금의 장르문학에도 그대로 적용해도 될것같습니다. 제가 볼때는 안선재 라는 저 교수님이 거의 예언가 수준의 통찰력을 가진것만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별박이연
    작성일
    16.09.27 08:12
    No. 3

    좋은 글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8 강태양
    작성일
    16.09.27 16:30
    No. 4

    초용운님, 고맙습니다.
    피와 살을 얻었습니다.
    이제 저도 피를 말리고 살을 태우는 작업에 들어갈 마음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84 JAMSESSI..
    작성일
    16.09.28 03:49
    No. 5

    이미 활동해온지 꽤 오래 된 아마추어 번역가로 말씀드립니다만...아직도 틀린 말은 아닌 듯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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