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의 편지
도산서원 현판은 한석봉이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도'자가 약간 비뚤어진 것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선조가 사액을 내릴 때 한석봉에게 도산서원 현판을 쓰게 했다.
선조는 미리 도산서원 현판이라고 하면 아무리 천하 명필 한석봉이라도 놀라 붓이 떨릴지도 모르니 무슨 글씨인지 가르쳐주지 않고
원(院), 서(書), 산(山) 도(陶) 순으로 거꾸로 한 글자씩 불러주었다고 한다.
영문도 모르고 글씨를 쓰던 한석봉이 마지막 글자에서 ‘아, 도산서원 현판을 쓰는구나’ 알아채는 바람에
붓이 떨려 그만 ‘도’자가 비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명필가 한석봉도 떨 정도로 현판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음을 엿볼수 있는 이야기다.
광화문 현판을 조선시대 정조대왕이 쓴
광(光), 화(化), 문(門)으로 집자한 것으로 교체할 것이라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밝혔다.
이에 관해 각종 매스컴에서 광화문 현판에 관한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굳이 쌍구법,단구법,침완법,현완법 하며 서예시간에 우리를 괴롭혔던 붓이 아닌 연필으로라도 글을 손으로 쓰다보면
그 날의 느낌에 따라 글체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고 전체의 균형을 바꾸어 놓는다.
유독 명필의 욕심이 강한 한(韓)체에선 명필의 여부는 체의 흐름으로 가늠하였는데,
그 흐름의 백미인 추사의 글씨를 '빨랫줄에 걸린 옷가지' 라고 평가할 정도의 소견을 가지고
전문 미술교육까지 수료하였으면서 일반 미대생들도 아는 '전서'와 '예서'(한자의 글씨체)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현판을 논의하고 한 나라의 문화재청장으로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그 글자들을 정조가 쓴 비석에서 탁본해서 집자한다고 하였는데,
(게다가 '門'자는 원본이 없어 '聞'자를 변형시킨다고 한다.)
현판은 비석은 쓰는 순서부터 달라 글자의 기본적인 균형새부터 다르니 비싼 예산 들일 것 없이 디카로 찍어서 포토샵으로 해봐도 알 일이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글자를 따와 짜집기하는 집자는
유괴범의 편지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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