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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8 Moete
작성
05.03.04 20:48
조회
113

          어두운 지하 공터.

        지름이 80m나 되는 이 공터의 벽에는 대략 20여명의 사람이

        여기저기 달라붙어 무언가를 그리고 있었다. 같으면서도 문양 같

        으면서도 글자 같은 애매한 것을….

          신기한 점은 그림이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는 것이었다.

          “아닙니다! 다음은 그곳이 아니라 저곳입니다!”

          “아… 예!”

        갑자기 들려온 호통에 그림을 그리려던 사람이 깜짝 놀라며 부

        르크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옆에서 그림을 그리

        던 한 사람이 그리기가 다 끝났는지 붓을 내려놓으며 부르크를

        향해 돌아섰다.

          “저기… 대현자님….”

        “예. 순서를 잊어버리셨습니까? 다음은 저쪽에서 다음 그림

        을….”

          “아…아뇨! 그게 아니라.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아…. 질문하십시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그림쟁이는 크게 놀라면서 떠

        뜸떠뜸 말을 시작했다.

        “저…저기. 저희는 마법사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그림쟁이일

        뿐입니다. 그런 우리가 이런 마법 문양을 그려도 되는 걸까요?”

          “아….”

          의외의 질문에 부르크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건 마법 문양이 아니니까요….”

          “예…? 아…아무리 봐도….”

        “지금 그리고 있는 이건. 음…. 뭐라고 설명 드려야 할까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종의 워프게이트 같은 것입니다.”

        “예?! 워…워프게이트요?! 그…그건 오래전에 잃어버린 고대 기

        술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부르크의 말을 들은 그림쟁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고대 기술의 복원.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았

        다. 그만큼 로헨티아 대륙은 오랫동안 왕국과 왕국사이에 전쟁이

        끊이질 않았던 것이었다.

          한 그림쟁이가 중얼거렸다.

          “서…설마 또다시 전쟁이….”

        그 말의 파장은 굉장히 컸다. 여러 그림쟁이들은 불안한 얼굴

        로 서로를 바라보며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단호한 부르크의 목소리가 공터에 울려 퍼지자 그림쟁이들은

        입을 다물었다. 잔뜩 불안한 얼굴로 눈치를 살피는 그림쟁이들을

        쓱 훑어본 부르크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조금 센 억양으로 말했

        다.

        “로헨티아의 다섯 왕국은 현재 무기한 동맹상태 입니다. 전쟁

        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럼… 이 워프게이트는 대체….”

          “인간이 아닌 다른 것과… 전쟁을 하려 합니다.”

        “예? 다른 것이라니… 혹시! 엘프나 드워프같은…? 아니면 몬

        스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는…. 로헨티아의 다섯의 왕은 20년 전 로헨티아 대륙을

        피로 물들게 했던… 마족과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

          “!!!”

        순간 그림쟁이들은 붓을 떨어뜨리며 굳었다. 마족! 그것은 그들

        에게 있어 절대로 입에 올려선 안 되는 금지어였다.

          20년전 마족으로 인해 일어났던 로헨티아 최대의 대 재앙.

        사망자 수만 몇 천만이 넘어가는 이 재앙은 시민들 사이에선

        최대의 공포였으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 것이다.

          “저…저…정말 입니까?”

        “예…. 자세한건 워프게이트가 완공 된 후 모두와 함께 밝히겠

        습니다. 그러니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

        그림쟁이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멍~ 한 눈으로 부르크를

        쳐다볼 뿐이었다.

          부르크는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눈치를 보던 그림쟁이들이 하나둘 고개

        를 숙이자 부르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공터 입구가 쾅! 하고 열리면서 잔뜩 일그러진 데르헤브

        와 그 뒤에 뒷짐 지고 이리저리 살피며 신기해하는 마르크가 들

        어왔다.

          “오! 데르헤브님…. 오랜만입니다.”

          “험험! 내가 이렇게 온 이유는….”

          “예…. 알고 있습니다.”

          “에?”

        “마르크님을 라인엘 프로젝트에 포함시킨 일로 오신 게 아닙니

        까?”

        잠시 입을 약간 벌린 상태로 굳어있던 데르헤브가 박수를 짝!

        치면서 외쳤다.

        “역시! 로헨티아의 대현자! 내 마음을 꿰뚫고 있구려! 그럼 그

        답도 있겠지요?”

          “물론입니다. 분명 마르크님은 검술과 마법은 형편없지만….”

          순간 발끈한 마르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니! 꼭 그렇게 콕~ 집어서 말할 것까지는…!”

        “아…. 알겠습니다. 마르크님은 검술과 마법을 조금 하실 줄 알

        지만….”

          상당히 애매한말에 마르크는 씩씩 거리면서도 그냥 넘어갔다.

          “마르크님에게는 마르크님만의 특기가 있습니다.”

          “그… 도박이란 걸 말씀하시는 게요?”

          “예. 그렇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도박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도박에 있어 꼭 필요한 것? 으음…. 속임수…?”

        그 순간 공터안의 공기가 순간 얼어붙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데르헤브는 당황해 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핫~ 농담이오! 농담! 하하하하!!”

        “험험! 아무튼 도박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은 빠른 눈치와 빠른

        상황판단. 그리고 자신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키지 않도

        록 숨기는 일입니다.”

          “호오….”

        “그리고 뭐니 뭐니 가장 중요한 것은 해도 운입니다. 운이 좋

        은 사람은 설령 사기도박이라 하여도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까요.”

          “그…그럼 그것들과 라인엘 프로젝트와 무슨 상관이란 거요?”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것들은 저희

        들에겐 없는 것. 아마 꼭 필요할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갈 곳은

        이계입니다. 고대 서적으로밖에 확인할 수밖에 없는 곳을 가는

        겁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

        가 압니까? 우리에겐 마르크님처럼 눈치가 빠르고 빠른 상황판단

        을… 그리고 역시… 마르크님의 운이 필요합니다.”

          “허허….”

        데르헤브는 어이없다는 듯 실 웃음을 흘리며 마르크를 돌아보

        았다. 마르크는 부르크의 칭찬에 싱글벙글 하고 있었고, 그 모습

        을 보던 데르헤브는 결국 터지고 말았다.

          “저…저런 녀석이. 도움이 될 거라고 보오?”

        “예. 마르크님은 라인엘 프로젝트의 중요한 히든카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인정할 수 없네! 우리들은 모두 후임이 있다고 하지만…

        마르크는 아직….”

          “어? 저 있는데요?”

          “뭐?!”

        데르헤브의 얼굴이 무서운 속도로 마르크를 향했다. 마치 있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얼굴로.

          “방금… 뭐라고 했나?”

          “왜…왜 그런 얼굴을 하세요? 저도 후임 있다고요!”

          “무슨 소린가! 자네는 아직 결혼도…!”

          “에이~ 제작년에 했어요.”

          “허어….”

        지금 데르헤브의 얼굴은 어이없다 못해 바보가 된 듯 한 얼굴

        로 마르크를 쳐다보았다. 자신은 결혼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아무리 다른 왕국이라 하여도 왕이 결혼한다는 이야기는

        로헨티아 전역에 퍼지길 마련인데 자신은 그런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장난하는 건가?”

          “제가 왜 장난을 쳐요!”

          “그럼 왕비는?”

          “제시카 안테미아! 제시카 공작의 맏딸입니다.”

          완전히 할 말을 잃은 데르헤브는 입을 벌리고 다물 줄 몰랐다.

          부르크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 분명 마르크님은 제작년 5월 4일에 성대한 결혼식을 올

        렸습니다.”

          데르헤브는 정신을 차리면서 소리를 꽥! 질렀다.

          “인정 못하네!! 절대로 인정할 수 없네!!”

          “그러면… 보아주시겠습니까?”

          “…?”

          “마르크님의 운을 말입니다.”

          

          촤라락!

          데르헤브가 카드를 집어던지며 일어섰다.

        “이…있을 수 없네!! 이런 말도 안 되는…!! 내…내가 이깟 속

        임수에 속을 것 같은가!!”

        분통이 터지는지 발을 구르는 데르헤브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

        이 풀어지지 않는다고 짜증내는 아이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

        다.

          “에에? 전 속임수 같은 거 전혀 안 썼다고요!”

        싱글싱글 웃는 마르크의 얼굴을 본 데르헤브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르크!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겐가? 나는 지금 이해할 수 없

        네!! 설명 좀 해보게!!”

        “인간의 상식으론 이해 할 수 없는 신의 섭리가 작용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뭐?”

          “간단하게 말해서 운이 엄청 좋은 거죠….”

          “나…난 인정할 수 없네!! 이런 사기는!!”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데르헤브의 발에 치여 몇 개의 주사위

        가 굴러갔다. 바닥을 보니 수많은 도박 도구들이 널려있는 게 꼭

        로헨티아 모든 도박의 총 집합을 보는 것 같았다.

          부르크가 조용하게 말했다.

          “이것으로 마르크님은 376승 0패로군요….”

          “하핫~ 벌써 그렇게 됐나요~”

          “크아아아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네!!”

        버티다 버티다 결국은 참지 못하겠는지 괴성을 지르며 도망치

        는 데르헤브를 보면서 부르크가 살짝 미소 지었다.

          “잘 된 것 같습니다.”

          “예? 이게요? 더 안 좋아 진 것 같은데….”

        “데르헤브님은 그렇게 속 좁은 분이 아니니까요…. 좋게 해결

        될 겁니다.”

          “으음…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부르크는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도박 도구들을 한곳으로 모으면

        서 말했다.

          “자… 그럼 두 번째 판을 시작해봅시다.”

          “예? 두 번째 판이라니….”

          “어제는 649패 12승이었지요?”

          “에에에에에엑?!!”

        이날 아이센의 사람들은 하나의 괴성과 또 하나의 절규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직경 7m는 될 만한 새까만 어둠속에 감도가 낮은 작은 호롱불

        이 타닥타닥 소리를 내면서 타들어갔다.

          큰 책상과 넓은 의자. 그곳에 앉아있는 한 인영.

        그 인영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그의 앞 책상

        위에는 한 뼘은 될 만한 서류더미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자고 있는 걸까? 아니…. 숨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죽은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가슴의 기복이 전혀 없었다.

        고요함이 흘렀다. 호롱불이 타들어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소리

        도 들려오지 않았다. 바람 소리…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조차 들

        려오지 않는다.

          그때, 호롱불이 흔들리면서 그림자가 어지럽게 움직였다.

          “사하라냐?”

        죽은 줄 알았던 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어둠속

        에 있던 한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답했다.

          “예….”

          둘의 사이에 잠시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의자에 앉아있는 인영.

          “그래. 요즘은 어때?”

          “흥미로운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흥미로운 정보?”

        “로헨티아의 대현자. 갸르크 구 지헤일 부르크가 현재 워프게

        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호오….”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라인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

        로 움직이는 듯 합니다.”

          “라인엘 프로젝트라…. 흥! 차원 이동이라도 할 셈인가?”

          “…?”

        사하라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 눈동자를 굴리자 앉아있는 인영

        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알고 싶나?”

          “….”

        “훗…. 침묵은 긍정이라고 했지. 좋아 말해주지…. 옛날에 한

        신이 있었다. 이름은 엘(EL). 지금의 라헬의 기원이 되는 신이다.

        고대 문헌에 이런 기록이 있지. ‘우주만물에는 수를 셀 수도 없는

        수 없는 차원이 존재하고 있고, 그 차원과 맞붙는 차원이 한 개

        씩 있다. 한 개의 시간 속에서 두개의 차원이 같이 흘러가고 예

        측하기를 그 맞붙는 차원은 사후 세계다.’ 내가 생각하기엔 개소

        리지만…. 아무튼 그 수많은 차원은 두개의 평행선을 그리며 서

        있는데, 그 평행선의 가운데에 세 명의 엘이 있다더군. 삼위일

        체… 셋이면서 하나인 엘을 사람들은 타임엘, 라인엘, 엘이란 이

        름으로 구분해 놓았지. 참고로 타임엘은 시간을…. 라인엘은 차원

        을…. 엘은 공간을 관리한다. 이제 알겠나?”

          “….”

          “모르는 거냐…? 이런…. 실망이다. 사하라.”

          “…죄송합니다.”

          앉아있는 인영이 피식~ 웃었다.

        “죄송할 거까지야…. 그럼 알려주도록 하지. 아까 보고한 워프

        게이트는 분명… 공간을 넘는 게이트가 아닌 차원을 넘는 게이

        트…. 잃어버린 기술 로스트 테크놀로지의 산물 ‘라인게이트’

        다.”

          “아….”

        이제야 이해한 듯 싶자, 앉아있는 인영이 어깨를 들썩이며 음

        산하게 웃었다.

        “최근 정보에 의하면 로헨티아가 있는 차원과 마족이 살고 있

        는 차원은 서로 맞붙는다 하더군. 덕분에 그쪽 차원의 파장을 알

        수 있는데, 몇 달 전에 그 차원이 찢어졌다. 아마…. 새로 길을

        만든 거겠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이센의

        높으신 분들은 마족의 음모를 저지한답시고 그 차원으로 떠난다

        는 거겠지…. 크큭.”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명령은 무슨…. 그냥 내버려둬라. 라인엘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은?”

        “예. 갸르크 구 지헤일 부르크, 고든 팔시아 데르헤브, 호밀 던

        듀크, 쟈밀 베이 마르크, 에밀시아 시에리스….”

          앉아있는 인영이 갑자기 손을 들면서 말을 끊었다.

          “지금 쟈밀 베이 마르크라고 했나?”

          “예.”

          “하…하하하하하!!”

        앉아있는 인영이 갑자기 폭소하자 사하라의 표정이 묘하게 변

        했다. 적어도 그의 기억에는 눈앞의 인영이 저렇게 웃는 모습은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흐흐…. 사하라.”

          “예.”

        “마음이 바뀌었다. 라인엘 프로젝트가 언제 발동되는지 알아봐

        라.”

          “습격 입니까?”

          “아니…. 참가다.”

          사하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쉽진… 않을 겁니다.”

          “나는 지금 명령하고 있는 거다. 사하라.”

          “…예. 알겠습니다.”

        사하라가 방에서 나가자 앉아있는 인영이 다리를 책상위로 올

        리며 실실 웃었다.

        “크큭…. 형이 움직이는 곳엔 언제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지.

        이번에도 기대하겠어. 크하하하하!!!”

          

          이상한 새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아니… 조금 다른 것?

          ‘무슨 소리지?’

          환은 궁금해 했다.

          ‘무슨 소리일까?’

          천천히 손을 뻗어보니 무언가 만져지는 것 같았다.

          ‘응? 따르르릉?’

          급히 눈을 떠보니 익숙한 풍경이 환의 눈에 들어왔다.

          “!!!”

          재빨리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이럴 리가!’

        익숙한 침대. 익숙한 자명종. 익숙한 창문. 익숙한 책상. 익숙

        한 옷걸이. 익숙한 컴퓨터. 익숙한 가방. 익숙한 책장. 익숙한 책

        들. 너무나도 익숙한 방.

        한참 당황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엇? 일어났네? 일어났으면 자명종은 꺼! 시끄럽잖아!”

          “여…영희야!!”

        환은 너무 기뻤다. 영희는 살아있다. 영희는 여기 있다. 영희는

        아직 죽지 않았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갔다.

          “에? 왜?”

        굉장히 기뻐하는 환의 얼굴을 보자 영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상해 했고, 환은 영희에게 뛰어가 와락 가슴에 안았다.

          “에엑?! 오빠 미쳤어?! 왜 이래!!”

          “하하! 영희야!! 영희야!!”

        영희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환을 밀쳐내려고 안간힘을 썼

        다.

          “갑자기 왜 이래! 오빠!!”

          “영희야!! 영희야!!”

        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가슴에 안겨있는 영희가

        그것을 알리가 없었다.

          “엄마아아아!! 오빠가 미쳤어어어어!!”

        영희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지자 정확히 0.5초 만에 답변이 들

        려왔다.

          “응? 미쳤다고?”

        쿵쿵 소리를 내면서 뛰어오는 정희.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광

        경을 목격하곤 새파랗게 질린다.

          “오호호호호~ 환아~ 네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무시무시하게 미소 짓는 정희의 얼굴을 보자 환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은 정희의 눈엔 환의 눈물 따윈 들어오지 않고 있었

        다. 오직 영희를 꽉! 안고 있는 전체적인 모습만 정희의 눈을 강

        타하고 있을 뿐이었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최고라고 옛 사람들은 말했단다~ 오늘

        그 말을 실천해 보자꾸나~ 환아~”

          “자…잠깐만요!! 엄마!!”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는 환의 마음과는 달리 정희의 뒤에는

        수백 개에 달하는 지우개가 떠올랐다. 실로 무시무시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어…어어어엄마아아아아!!”

          “응~ 이유 따윈 나중에 듣고 일단 맞자~”

          결국 문답무용.

          “으아아아아아!!!”

        잠시 후, 어느 한 주택가에서 개(?)잡는 소리가 처절하게 들려

        온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

          꼭 수십 명의 사람들에게 한대씩 맞고 온 듯 한 얼굴을 한 환.

        “푸…푸훕! 그…그러니까…. 요는 꿈에서 영희가 괴물한테 죽었

        었다고?”

          “우…웃지 마세요!”

          “푸하하하~ 뭐야 그게~ 오빠 바보~ 그런 괴물이 어디 있어?”

          “꾸…꿈이었다고 했잖아!! 그만 웃어!!”

        웃음의 도가니. 환은 창피해서 고개를 푹 숙이며 영희와 정희

        를 방 밖으로 밀어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이만 나가요!!”

          환은 신경질적으로 방문을 닫고는 침대에 누웠다.

          “하아…. 꿈이었다니. 거참.”

          어이없어 하는 환의 눈에 자명종 시계가 들어왔다.

          “어? 월요일? 오늘은 일요일 아니었나?”

          그때, 문 너머로 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아~ 학교 안가니? 20분 후면 지각인데~”

          “에?”

          환은 놀라면서 자명종을 보았다.

          시계바늘은 확실히 8시 10분에 향해 있었다.

          “으아아아!! 지…지각이다!!”

        환은 후다닥! 일어나면서 옷장에 있는 교복을 꺼내 대충 입으

        면서 방문을 나섰다. 현관을 보니 벌써 완벽하게 준비가 끝난 영

        희가 신발을 신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1분 지났다!!”

        환은 화장실로 뛰쳐들어가 부스스한 머리에 대충 샤워기로 물

        을 끼얹고 대충 세수를 한 다음 수건으로 대충 닦으면서 화장실

        을 나왔다.

          그 모습에 정희가 소리를 꽥 질렀다.

          “너 대충 삼박자 하지 말랬지!!”

        “오늘은 시간이 없잖아요!! 한번만 더 지각하면 담임선생님한테

        겁나게 얻어맞는다고요!!”

          “오늘만 봐주는 거야.”

          “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환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정희가 가져온 가방을 들고 밖으로 뛰

        었다.

          날씨는 너무나도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었다.

        하지만 환의 눈에는 그 무엇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앞만 보

        고 전속력으로 달릴 뿐이었다.

          “으아아아!! 5분 지났다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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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20 [질문]피노키오가 +1 Lv.1 쿤산 05.03.07 211
31219 중국 각성의 지명이 잘 나타난 지도 어디서 구할수 있을... +7 서한 05.03.07 281
31218 ㅠㅠ 어제 책살거 추천했던놈인데 ㅡㅡ; +3 Lv.51 대서비 05.03.07 566
31217 네덜란드 세계청소년 대회 조편성 결과... +9 Lv.45 네드베드 05.03.07 520
31216 아~ +3 Lv.81 무연 05.03.07 166
31215 잠도 않자고 네이버서 놀다가... +3 적암 05.03.07 263
31214 내일 되면..또 내려가야 겠네요;; +6 Lv.39 파천러브 05.03.07 153
31213 영혼의 사랑... +5 Lv.99 임현 05.03.07 197
31212 스타하다 배신당하다... +10 Personacon 야옹SG 05.03.07 488
31211 이제 술 안먹어야겠습니다. 어우..몸이 이상... +9 Lv.1 AMG 05.03.06 223
31210 혹시 향수 잘 아시는분들 있으신가요?? +12 Lv.42 醫龍 05.03.06 321
31209 지금 사소하면서 엄청 중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15 Lv.8 Moete 05.03.06 389
31208 임준욱님의 쟁천구패요.... +4 랜디로즈 05.03.06 375
31207 비뢰도 2부는 언제 나오죠?? +16 Lv.58 bbar98k 05.03.06 1,364
31206 '데쓰노트'에 대한 고찰... +14 Lv.1 아담곰 05.03.06 539
31205 초등 4학년.. 중복자료려나? 흐음.. -ㅅ-;; +11 Lv.16 빨간피터 05.03.06 372
31204 컥...럴수럴수 이럴수가..ㅠㅠ +8 Lv.1 술퍼교교주 05.03.06 396
31203 [펌]이것이 뉴타입이다!! +20 Lv.5 나르시냐크 05.03.06 672
31202 <검승전>을 아십니까... +2 Lv.7 퀘스트 05.03.06 514
31201 눈싸움 ... +11 亞理思 05.03.06 269
31200 소림권왕 2권까지 봤습니다. +11 Lv.1 광마살인곡 05.03.06 300
31199 고무판 접속 잘 되시나요? +7 Lv.18 건곤무쌍 05.03.06 220
31198 운좋은 하루... +9 가림토검사 05.03.06 227
31197 이놈의 눈이 ..... +1 Lv.1 희안 05.03.06 120
31196 별호 바꾼 기념. 대략 변태 퇴치법... ㅡㅡ;; +13 Lv.15 염환월 05.03.06 415
31195 으흠..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와 아이들의 순수한 답지[추가] +21 Lv.15 염환월 05.03.06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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