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얘깁니다! 정담서 글쟁이가 글 얘기하는 거 안 좋아하시니 먼저 밝혀 놓고 시작합니다!
지이인짜 레이드물 쓰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망했습니다. 중학생 때 연재했던 거보다 조회수가 안 나옵니닼ㅋㅋㅋ. 물론 제가 이번 작품이 흥미로우니까 완결까지 다 쓸 겁니다만.
클리셰를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남주 캐릭터부터 분석했습니다. 레이드물은 인류멸망이나 혹은 동족의 배신으로 한 번 결말을 찍고 시작하기에, 저도 연인에게까지 배신당한 남캐를 골랐죠.
이 남주는 지속적인 traumatic event에 노출되었기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합니다. 설정상 같은 인간에게까지 배신당했고 사람도 죽이고 살았기에 인명을 경시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이고 선한 것들이 희박해진 상태죠. 정신이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그래도 사람 흉내 내고 살았던 건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인간이다, 사랑받고 있고 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했던 정신적 안전기재가, 여주의 배신으로 몽땅 무너지는 겁니다.
이 상태로 롤백, 회귀를 시킵니다. 야호. 근데 인간이 집착이나 습관 같은 게 단순간에 바뀌진 않습니다. 특히 여주도 배신했다고 하지만, 회귀 전 남주보다 심각한 ptsd를 호소하고 있었고, 덜 미친 남주가 더 미친 여주 보살피며 극한적인 상황에서 정신 붙들고 있었다는 과거 설정 하에.
미친놈이 자기가 지키던 여자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직 재앙 시초라 여자가 멀쩡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폭력과 집착이 되살아 납니다. 훌룡하게 얀데레 캐릭 하나가 만들어졌습니다. -_- 레이드물이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싶습니다만. 레이드물을 할 거였으면 괴물 사냥에 푹 빠진 그런 인물을 만들어야 했음을 배웠습니다.
과거편 쓸 때는 그나마 보스몹 잡고 뛰댕기는데, 회귀편 쓸 때는 남주가 최종장까지 클리어한 강자라서 초기 재난에서는 무척 여유롭게 깡패더군요. ㅠㅠㅠ......
여기서 문제는 남주가 여유로운데 정신적 외상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다른 민간인들이야 원래 마음 안 줬으니 죽든지 욕하든지 무시하는데, 여주가 눈에 거슬리는 짓 하면 니가 날 배신했지 하고 손부터 드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글이 아주 불편한 내용들로 가득 찼습니다.
........회귀형 남주를 심리적으로 접근하면 안 되는 거였어, 하고 반성하며 글 쓰고 있습니다. 남주가 가방끈이 짧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거슬리면 목 딴다는 설정을 유지하니 아무도 얘를 못 말려서, 솔직히 읽던 독자들이 도망치는 게 이해가 갑니다.
재밌는 건(?) 레이드물을 아는 독자님들은
“회귀형 남주치고는 정상적임. 25년간 전시상황을 겪은 것치고는 점잖음.”
로맨스 보려고 온 독자님들은
“저늠 새끼 죽여버려요, 개갞끼!!! 거시기를 잘라 버려야 함.”
남주에 대한 평가가 상반된다는 거죠.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로맨스 보려다가 레이드물에 눈 뜨신 독자들은
“남주 입장에서 보니 사이다물이네요... 오... 갑자기 발암에서 해방됐어요.”
로 댓글 내용이 바뀌는 걸 보고........
진짜 레이드물의 마력이란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별개로 폭행당하는 건 전작들에서도 몇 번 써봤는데, 피해자 입장에서 서술하면 읽는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번엔 좀 조정해서 폭력장면은 될 수 있으면 가해자 입장에서 서술했습니다. 남주 입장에서 보면 통쾌한 거 같다, 라는 댓글들이 나온 것도 그때문이라 봅니다.........
안 써봤던 장르라 여러 가지로 레이드물(이 이미 아닌 거 같지만)은 신선합니다. 현판물을 또 쓰고 싶진 않지만요.
+오늘 출근 안 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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