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속의 1분(?)’ 최근 인천공항 고속도로 상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를 멀쩡히 타고 가던 승객이 톨게이트 부근에 이르러 트렁크에 몸을 숨기는 장면이 종종 목격된다. 특히 공항을 오가는 택시 이용객들 사이에 이런 방식으로 통행료를 감면받는 경우가 허다해 장기 불황이 궁색한 풍속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모범택시 운전기사 권모(45) 씨는 얼마 전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승객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도착하기 직전에 “돈이 모자라니 트렁크에 잠시 숨으면 안 되겠느냐”고 제안한 것. 승객의 제안을 받아들여 권씨는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감면 받았고, 1분여 뒤 트렁크 속 손님을 다시 뒷좌석에 태운 채 목적지까지 향했다.
권씨는 “이런 황당한 제안을 공항 상주 택시기사들에게 얘기했더니 나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며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와 환전을 못했거나 정말 차비가 모자라 트렁크에 숨겠다는 승객인 경우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어려운 때에 한푼이라도 아끼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민자 고속도로인 인천공항 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일반 고속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비싼 게 사실이다. 고양시 강매동을 시작으로 인천 영종도까지 연결된 40.2㎞ 구간의 편도요금은 경차가 3200원을, 소형차는 64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택시의 경우 생계 목적의 ‘특수성’을 감안, 승객이 탑승하지 않았을 경우 통행료를 면제해 주고 있어 이 같은 승객의 편법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모범택시 기사 강모(52) 씨는 “6000여원의 돈이지만 그래도 택시비를 아끼겠다는 공항 이용객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제안을 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며 “불황이 결국 상식 밖의 일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hotissue/popular_read.php?date=2005-01-05§ion_id=000&office_id=016&article_id=0000159588&seq=6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