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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적월
작성
04.10.29 20:16
조회
446

서울에서는 서둘러야 산다

[경향신문 2004-10-29 16:51]  

보도블럭을 밟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묘기를 부리듯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달리는 오토바이도, 흔적을 남기며 한 쪽 몸을 기댄 채 비스듬히 서 있는 승용차도 한 몫 한다. 횡단보도 신호등의 파란불이 채 꺼지지 않았는데도, 사람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차들은 단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하고 내달린다. 주객이 전도된 서울의 교통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어떨까.

“서울의 교통문화를 보면 한국인이 성급한 성격을 갖게 되는 원인을 알 수 있다” 는 캐나다인 앨런씨(35·무역업). 그는 “교통체계가 바뀐 후에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 하나 더 늘었다” 며 단말기 이용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앨런씨가 자신이 매일 겪는 출근길의 정경을 스케치했다. 그는 일년 중 6개월 정도는 한국에서 체류한다.

08:10

늦었다. 뛰어야 한다. 오늘도 변함이 없다. 정류소는 저 멀찌감치 홀로 내버려둔 채 사람들은 길따라 일렬 횡대로 늘어서 있다. 매일 보는 얼굴들이지만 인사 한번 나눈 적이 없다. 그들의 시선은 누가 시키기라도 한 듯 버스가 오는 쪽을 향하고 있다. 저 멀리서 신호 대기를 하고 있는 버스 색깔을 보고 자신이 탈 버스가 아닐 때만 주위를 둘러볼 뿐이다. 버스가 가까워진다.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신경이 버스에 집중시켜야 한다. 파란색 버스의 노선번호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위치 선정이 중요한 때이다. 앞차가 몇 대 있는지, 신호등의 색깔은 무엇인지 재빨리 판단해야 한다. 빨간색일 때는 약간은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다. 누가 먼저 와 있든지 상관없다. 자신이 선 자리에 버스가 서면 운 좋은 날이다. 그런 기대는 버린지 오래다. 버스가 선 곳이 정류소가 된다. 가끔은 자신이 선 자리를 고집하며 버스가 정류소까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버스는 무심히 지나쳐버린다.

“버스가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된다. 서둘러 버스를 마중 가야 한다”

08:40

출근길 버스에서 들리는 라디오 방송은 늘 활기차다. 거기에 맞추듯 버스도 펄펄 난다. 자연히 승객들도 마지못해 춤을 춰야 한다. 버스 안에서도 위치 선정은 필수다. 어정쩡하게 통로 가운데에 버티고 있으면 낭패를 보기 일쑤다. 정류장이 바뀔 때마다 안쪽으로 들어가든지 옆으로 바짝 붙어야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면 수십명과의 인연이 만들어지는 출근길이다. 자리에 앉아 명상이라도 하듯 눈을 지그시 감은 아가씨가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틈틈이 눈을 돌려야 한다. 빈 자리가 없는지, 누가 내릴 낌새를 보이는지 항상 신경쓰야 한다. 앞에 앉아있던 아가씨가 벨을 누르며 일어날 채비를 하는 순간엔 답답했던 버스 안도 아름다워 보인다.

10분만 지나면 내려야 하지만 앉고 싶다. 자리에 앉았다는 것 자체에 위로받는다. 앞으로 두 정거장이면 내린다. 버스카드를 꺼내든다. 일치감치 일어나서 단말기 찍지 않으면 신속히 내릴 수 없다. 내릴 때 단말기 찍다가 에러가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 내리려고 준비한 사람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시선을 보낸다. 버스 안의 분위기는 여유롭게 단말기를 찍고 천천히 내릴 분위기가 아니다. 문 닫힐때 들리는 ‘치익 치익’하는 소리 때문에 서둘러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 하차 도중에 단말기 에러로 약 10초간 머물렀다가 버스가 서서히 움직이는걸 보고 당황했다.

“손님은 버스의 신속한 출발을 위해 신속한 하차를 해야 한다”

08:50

서둘러 회사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횡단보도를 향해 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망설여선 안된다. 무조건 뛰어야 산다. 파란불이 언제부터 깜빡거렸는지 모른다. 여전히 파란불이 깜빡거리고 있으며 횡단보도도 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오토바이는 쏜살같이 앞으로 내지른다. 이에 뒤질세라 뒤에 있던 차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은 차량 신호등을 보지 않는다. 횡단보도 신호등의 파란불이 깜빡거리면 그 때부터 움직일 기세를 하고 있다.

전에 한국인 친구 차에 탔을 때도 그러했다. 보행자가 반 쯤 지나가고 뒤따르는 사람이 없으면 그 친구의 손은 자동적으로 기어를 향했다. 옆 차가 움직이고 뒷차는 빵빵거린다. 자신의 의지는 필요없다. 분위기에 따라야 한다. 모두다 운전면허 시험볼 때 그렇게 교육받은 모양이다. 정지할 때는 빨간 불, 출발할 때는 파란 불. 어쨌든 횡단보도 신호등의 파란불도 파란불이니깐 할 말 없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켜지자 마자 깜빡거리는 걸 가만히 본 적 있다. 상당히 현실적이다. 자연스럽게 뛰게 만든다. 신호등의 사람 형상도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이다. 차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서둘러 건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명심해라. 횡단보도의 파란불은 보행자가 아닌 차를 위해 깜빡거린다”

08:55

회사 도착. 자리에 앉는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나도 서울사람 다 됐다. 사람보다 차를 우선시하는 21세기 서울에서 살아있는 내 자신이 뿌듯하다. 그런데 매일같이 기분은 씁쓸하다.

-이런 기사를 볼때마다 씁쓸해지는것은 왜일까요... 우리나라의 교통현실을 정말 날카롭게 풍자한 것 같습니다. -_-;;


Comment ' 6

  • 작성자
    Lv.20 연쌍비
    작성일
    04.10.29 20:43
    No. 1

    동감합니다.
    씁쓸한 현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최초로 경악하는 것이 바로 교통현실...
    모르고 온 외국인들은 하나처럼 한국의 교통현실을 보고 얼굴색이 노랗게 질리며 경악한다더군요...ㅡㅡ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도심가를 질주하는 택시와 굉음을 울리며 급커브, 급제동을 자랑하는 시내버스...
    외국인들에겐 정말 공포와 경악의 대상이라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가림토검사
    작성일
    04.10.29 20:45
    No. 2

    제주도는 안그런데..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연쌍비
    작성일
    04.10.29 20:53
    No. 3

    음...
    제주도야 물론...^.^;
    아, 감귤맛이 좋은 제주도에 살고파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을파소
    작성일
    04.10.29 22:13
    No. 4

    흐음..... 요즘 차들이 신호 제대로 지키는 걸 못봤습니다.
    아마 노랑불이면 멈춰야 하는게 정석이죠?
    멈추는 꼴을 못봤습니다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꿈의무림
    작성일
    04.10.30 11:31
    No. 5

    좀 웃기네요..씁쓸하기도하지만 어디 한국사람들 운전습관이 바뀔련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기학
    작성일
    04.10.30 13:50
    No. 6

    노란불은 운전자 판단에 따라 멈출 수도 있고 갈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ㅎ
    멈추는게 정석이긴 하지만요^^;;
    얼마전에 봤던 트라우마 생각나는군요...
    평소엔 소심하다가 차만타면-_-;;; 포악해져서 운전면허 시험을 계속 떨어지던...
    쿨럭~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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