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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저 아래 미우님의 글을 보고...

작성자
Lv.1 적월
작성
04.10.16 00:23
조회
239

고 1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직은 자신의 진로를 잡기에는 이른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를 봐서라도요. 일단은 제가 가장 잘 아는 저의 경우부터 지껄여보고자 합니다.

저는 중학교때부터 이른바 양아치의 세계에 편입된 남들이 말하는 '쓰레기'였습니다. 뭐 같은 노는 애들이라도 공부 잘하는 인간들도 있었지만 전 그야말로 학업성적은 바닥을 기고 내신 최고 점수가 '미'라는 엄청난 성적표를 받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한때 실업계고등학교를 들어갈려다가... 어머니께서 눈물로 말리시길래 "에이 씨발"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인문계고에 원서 냈습니다. 다행히도 제가 전교 90%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아서 인문계고에서 받아 주긴 하더군요.

1학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때처럼 유치하게 딴학교 애들하고 패쌈이나 하러 다니지는 않았어도 밤새 아파트 단지 주변을 머플러 뜯어낸 오토바이 타고 돌아다니면서 다녔습니다. 폭주족이었지요. 뭐 여기 실업계 다니시는 분들이 인문계에서 노는 놈이 얼마나 놀겠느냐고 하시는데... 그렇게 나오신다면 할말 없지만;; 어쨌든 그때문에 사고도 여러번 내고, 심지어는 술먹고 한강변에서 오토바이 타고 놀다 친구가 한강물에 그대로 골인하는 장면도 보았습니다.

뭐 그 외에 것들을 적자니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것 같아서..ㅎㅎ 어쨌든 제가 마음을 정리한게 고2 여름방학때였습니다. 중학교1학년때까지 절친한 친구였던 녀석인데 너무나 달라진 제 친구를 만난게 큰 계기였지요. 어려서부터 천재소리를 들어서 그랬는지는 몰갔지만 어쨌든 과학고를 들어간 그넘이 만나더니 환하게 웃으며 '나 내년에 카이스트 간다'라고 말했습니다. 할말 없어지더군요.

주변에 공부 못하는 애들이 없어 항상 짜증나던 인생이었는데, 그자식을 보고 나니 갑자기 가슴속에서 뭔가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게 말하자면 대학진학에 대한 강한 열망인가요? 어쨌든 무협식으로 말하자면 임독양맥의 타통 비슷한 경험을 그 친구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또 그넘이 한가지 더 대단한것은 그 애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사지 건강한 저와는 달리 걔는 선천적으로 희귀병이 있어 달리기를 못합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일상생활에는 그다지 큰 지장이 없어 대단한 장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걘 엄연한 정애인이었거든요. 장애인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신체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서 누구는 과학고에 가고 최고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갔는데 왜 난 여기서 담배나 피우며 뻘짓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당시에는 못난 자존심땜에 걔한테 "잘났다 십장생아(언어순화-_-;;)"라고 말하고 돌아섰지만 그 뒤로 제 생활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먼저 가지고 있던 오토바이를 헐값에 팔아 치우고 그 돈으로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렇게 어느정도 공부하다 보니까 그래도 2학년때는 내신에 수가 몇개 생기더군요. 하지만 지금 제가 다니는 대학에 갈 성적은 절대 되지 못했습니다.

뭐 집안에서 과외 하라면 몇개라도 시켜줄 돈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같은 애하고 같이 과외하겠다는 애들은 찾기 힘들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비싼 돈을 내고 혼자 과외를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과거의 행적때문에 자꾸 못난 인간 취급을 받으니 화도 났지만 더욱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다 읽은 책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찰스 다윈의 진화론입니다. 모든 생물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된다는게 주요 내용이지요. 저도 그래서 한번 '진화'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스타일을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의 모습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생활 방식도요.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2003년 6월 교육청 모의고사인가요? 그때 드디어 반에서 1등이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내신은 여전히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정시로 서울시내에 웬만한 대학 갈 성적은 나오더군요. 그리고 작년도에 저는 성균관대학교에 합격했습니다.

남들이 절 보고 성공시대에 나올만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제 주위에 있는 사람중 아무도 제가 거기 합격할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위의 이야기가 너무 진부한 성공스토리라고요? 제 말이 너무 공격적이지만, 미우님이라고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심형래 감독이 말했듯이, '못해서 안하는게 아니라 안해서 못한다'라는게 대부분 성적 하위권 학생들의 태도입니다. 요즘이야 머리가 나빠 공부 못하는 애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우님의 마음속이 어떤지는 제가 신이 아니라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그 글에 담긴 뉘앙스를 보니 대학에 가고자 하는 생각이 강하게 배어 나온것 같았습니다. 짧게나마 심리학에 관한 공부를 한 저의 개인적인 소견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정말로 취업하고 싶으시다면 그 길로 가셔도 좋습니다. 서울대 나온 고등 실업자가 판치는 시절에 꼭 대학간다고 인생 잘되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회는 또한 노력하는 자에게 그만한 댓가를 주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자신이 노력하고자 한다면 못할것도 없습니다. '출발선이 달라서...', '환경의 차이...'이런 변명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돈을 적게 들이고도 전국 최고 수준의 강의를 들을수 있는 인터넷 강의 사이트가 여러개 개설되어 있고 나라에서는 공짜로 수능 강의마저 시켜주고, 여기서 수능이 출제된다고 친절하게 EBS교재를 판매하는 세상입니다.

선택은 물론 미우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하지만... 고1때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빠른 선택인것 같습니다. 목표를 일찍부터 잡고 그 길에 매진하라는 말도 있지만, 너무나 변수가 많은 인생인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P.S)글을 쓰다 보니 어조가 너무 강하게 변한것 같군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자 하지는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ㅋㅋ


Comment ' 3

  • 작성자
    Lv.79 BeKaeRo
    작성일
    04.10.16 00:28
    No. 1

    으으으으음....성균관대 -_- 저는 언제쯤 정신차릴지...에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LiMe
    작성일
    04.10.16 01:35
    No. 2

    오오~ 인간승리 좋심다.
    저는 기대 안하고 넣었던 연대 수시 역시나 떨어져 버리고..-_-
    재수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꿈은 커서..-_-;;
    이렇게 타락한 주제에 아직 '연대 이상 아니면 안가!'라는 고1적 생각을
    고수하고 있지요..;;
    해서 얼마 후엔 고무판에도 슬슬 발길을 줄일 생각입니다.
    한다면 합니다..-_-
    아, 참..
    결론은 공부는 해야한다 라는 거죠.
    무얼 하든, 어딜 가든 하든 공부는 해야 합니다. 이유요?
    세상이 그런 걸요. 해야 편한걸요. 그 무얼하든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잎렌
    작성일
    04.10.16 07:39
    No. 3

    대단하세요오~ㅜㅜ 그치만 그건 님의 운도 한목했다고 바야하네요.. 그런소릴 들으면 오히려 주눅드는성격이 아닌 빡도는 성격이라서..그런성격에 그런계기를 만난거니까요
    으음... 왠지 힘이 생기는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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