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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99 만리독행
작성
04.03.19 18:50
조회
282

오늘은 용기에 대한 제 깨달음을 여러분께 가르쳐 드리려고 합니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내용일 겁니다. 여러분의 주변에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보이거든 이 글을 소개해 주셔도 됩니다.

1. 만리독행은 올해 33살인 노총각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성적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공부를 포기하다시피 했습니다. 수학공식이나 영어단어의 의미를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도무지 외워지지가 않더군요. 중학교 때까지는 아이큐가 좋아서 별로 공부하지 않아도 학년 1등을 오르내리던 제가 고등학교에서는 학년 꼴등을 해 봤을 정도니, 제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여러분도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만리독행이 왜 이리 되었는지 묻고, 저는 그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참 괴로웠습니다. 남들의 시선도 괴로웠지만 저 스스로도 괴로웠지요. 그 괴로움을 풀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만화와 무협소설은 그런 도구가 되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되고, 만화와 무협소설을 강박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가출소동에 휴학까지 한 번 하고서 간신히 졸업했고, 전문대 전자과도 교수님들의 은혜로 간신히 졸업장만 땄습니다. 저는 아직도 미분적분을 모릅니다. 언젠가는 수학을 다시 공부할 요량으로 수학참고서 맥시마 수학1, 2를 15년 동안 보관하고 있습니다.

2. 만리독행은 공부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책상에 앉는 데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공식 하나를 읽는 일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부해야 하는 것은 느끼는데, 아직도 공부를 시작할 엄두가 잘 안 납니다.

만리독행은 운동에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달리기를 조금 하면 숨이 차고 기관지가 타는 듯이 뜨겁고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몸무게를 줄이려고 달리기를 시도했다가 금방 포기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포기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만리독행은 양치질을 잘 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소한 활동에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양치질이 뭐가 두렵냐구요? 글쎄요, 무엇이 두려운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양치질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은 그런 종류의 두려움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게으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치질처럼 두려움을 느끼는 사소한 활동은 이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께 전화를 자주 걸지도 않고, 옷을 사기 위해서 동대문시장에 나가는 것도 버스타는 것이 힘들다고 꺼립니다.  

만리독행은 치과나 병원에 가기를 두려워 합니다. 주사를 맞는 고통도 싫고, 치아를 갈거나 빼는 것도 무섭습니다. 그래서 항상 충치가 악화되고 병이 악화되었습니다. 더 이상 병의 고통을 견딜 수 없을 때나 병원에 가곤 합니다. 미리 가서 치료하면 치료기간이 훨씬 단축되고 고통도 줄어들 터인데, 감히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만리독행에게는 용기가 없습니다. 활동할 용기, 말할 용기, 생각할 용기가 없다 이겁니다. 참 못난 사람이지요.

3. 용기가 없는 만리독행이 잘 하는 행동은 그럼 뭐가 있느냐구요? 신문배달원으로 새벽에 신문배달은 합니다. 아마도 용기가 별로 필요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만화를 봅니다. 하루라도 빠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강박적이고 충동적인 습관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소설을 읽습니다. 무협소설, SF소설, 역사소설을 읽습니다. 그러나 머리를 쓰는 주식투자책이나 회계책은 사서 쌓아 놓고도 읽지 않습니다. 온갖 일들을 머리 속으로 생각해 봅니다. 정치나 사회나 종교나 돈벌이나 발명같은 것을 연상하지요. 나머지 시간은 빈둥빈둥 지냅니다.  

이런 활동들의 공통점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만리독행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일이나 지적인 기쁨을 주는 일만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일본만화 중에 '카이지'라는 도박만화가 있습니다. 만리독행의 행태는 1권에 나오는 카이지와 비슷합니다.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의욕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빈둥빈둥 지내는 사람이죠. 이들은 일의 엄격함도 견뎌낼 생각이 없고, 돈을 많이 벌 자신도 없습니다. 도박이나 '시시한 연애놀음'--결혼과 같은 중대한 일이 아님--에만 의욕을 쏟아 붓습니다. 그런 시시한 일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면서 일생을 보내는 것이죠.

4. 만리독행은 자신을 반성하고 이런 행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책을 읽어 보기도 하고, 다짐도 하고, 궁리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제까지 분명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갑자기 그 답을 얻었기 때문에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 생각의 전모를 알기를 원하신다면 읽어 봐야 될 책이 몇 권 있습니다. 이 책들을 읽지 않아도 용기를 북돋우는 데에는 하등의 지장도 없으니, 그저 참고자료라고 생각하십시오.

사이버네틱스, 맥스웰 말츠, 현암사--이 책은 절판되었고, 최근에 저자 이름이 맥스웰 몰츠로 하고 책 이름도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서 번역되었더군요. 원저의 제목은 싸이코-사이버네틱스입니다.

세상의 모든 굼뱅이들에게

카이지--일본만화입니다.

5. 용기에 대한 분석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한 부분은 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는 용기, 생각하는 용기, 활동하는 용기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말하기, 활동하기,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경험에서 생겨난 어떤 이미지 때문입니다. 특히 괴로운 경험을 통해서 생겨난 이미지가 우리를 그렇게 말/활동/생각하지 않도록 '두렵게' 만듭니다. 저는 이것을 통틀어서 '스트레스'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우리는 세 가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묵묵히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입니다. 가장 바람직한 반응양식이지요. 둘째는 스트레스를 주는 일을 어떻게든 회피하는 것이고, 셋째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위로) 위해서 즐김에 빠지는 것입니다. 만리독행이 만화를 강박적으로 읽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죠. (강박적으로 읽는 것은 단순히 광적으로 좋아해서 읽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용기란 무엇일까요? 용기란 두려움이 없이 활동하거나 두려움이 조금 있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활동할 때의 심리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만리독행은 저 자신의 경험과 읽은 책과 궁리를 통해서 제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여러분 주위에도 이런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용기가 부족한 사람은 하루하루를 즐겁지 않게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황의 획기적인 반전이 아닙니다. 용기를 북돋우는 큰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6. 용기를 북돋우는 방법

말하는 용기, 활동하는 용기, 생각하는 용기를 북돋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목표를 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큰 소리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면 무슨 뜻인지 그 의미를 잘 모르실 겁니다. 그러니 요령(비결)을 상세하게 설명드려야 되겠습니다.

목표를 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결심하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매일 목표(말/활동/생각)를 설정해서 그것을 목표수첩이나 목표카드에 적는 것입니다. 이것이 목표를 정하는 첫째 요령이지요.

그럼 그저 목표수첩 목표카드에 적는 것만으로 다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마음 속에는 아직 두려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아직 진짜 목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진짜 목표로 만드는 데에는 '큰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큰 목소리'란 문자 그대로 큰 목소리 입니다. 입밖으로 소리를 크게 내어도 좋고, 아니면 마음속으로 큰 소리를 내어 읽어도 좋습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요령은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둘째 요령이지요.

7. 소리를 크게 내는 것만으로 용기가 북돋아지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드실 테지요. 제가 생각하기로, 어쩌면 큰 목소리만이 용기를 북돋우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방법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런지는 분명히 입증하기 어렵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해 두겠습니다. 첫째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위로나 격려를 들으면 심리상태가 상당히 바뀐다는 것입니다. 없던 용기가 솟아나기도 하고, 큰 문제가 작은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죠. 둘째는 이런 이유로 다른 사람이 억지로 강제로 시키는 일은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일에 착수할 용기가 없을 뿐이지 해낼 능력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됩니다. 이런 강제적인 지시를 남이 늘 해주지는 않으므로, 이번에는 자신이 스스로 큰 소리로 지시를 내리는 겁니다. 셋째는 작은 목소리는 곧 흐지부지 중단되기 때문에 반드시 큰 목소리로 해야 하더라는 경험입니다.  

일본만화 카이지 1권에는 사람이 의욕을 잃는 용기를 잃는 이유가 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농구골대가 3미터 정도 높이이기 때문에 연습을 하는 거지, 100미터 위에 있다면 아무도 연습할 의욕을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겁니다.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느껴야만 의욕도 생겨난다는 것이죠.

어쩌면 말입니다, 큰 목소리를 내는 도중에 우리의 심리상태가 두려움에서 실행의 모드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어렵게 보이던 일도 실제로 해 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견딜만 합니다. 심지어는 일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요.(공부도 어려워 보이지만 하다 보면 즐거울 때가 있더군요.) 큰 목소리를 냄으로써 실제 실행의 모드로 심리가 변한다면 이 모든 것이 설명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아직 분명한 것은 아닙니다.

8. 용기를 북돋우는 방법을 다시 간단하게 요약하겠습니다.

첫째로 매일 목표수첩을 만드십시오. 그날 해야 할 말과 활동과 생각을 적어 놓으세요.

둘째로 그 목표를 실행할 용기가 안 나서 실행하지 않고 있다면 그 시간에 할 목표를 큰 소리로 읽으십시오. 특히 운동같은 활동의 경우는 맛보기 삼아서 아주 조금이라도 실행에 옮겨 보십시오. 공부가 목표라면 책이라도 펼쳐 보란 말입니다.

9. 여러분의 조언도 경청하고, 제가 동의하게 되면 이 문서를 약간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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