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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대통령상에 대해서

작성자
Lv.1 무림
작성
04.03.18 22:47
조회
501

한번 읽어보세요.

인제 권위주의가 무너질 기미가 보이는 것 같네요.

아직도 그런 권위주의 뒤에 숨고 싶은 사람들도 꽤되네요.

균열이 생겼으니까 언젠간 깨지겠죠..

탄핵정국을 야기한 한-민공조에 대한 작가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판의 대열에는 진보적 작가는 물론, 정치적 문제에 애써 무관심했던 작가들까지 합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인들의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1994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임영태씨가 기고문을 보내왔다. 다소 길지만 경직되고, 권위적인 리더십이 아닌 자유분방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꿈꾸는 그의 글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편집자 주

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의 능력, 참여 정부의 개혁 논리에 대한 공감이나 반대, 지난 일 년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 견해 차이 좁혀지기 힘든 이런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이 점을 한번 이야기해 보자. 대통령은 동창회장 같으면 안 되는 걸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한 동창회장이 투덜거린다.

'내 딴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다들 불평만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남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우리 동창회 잘 되게 해보려는 건데 해도 너무들 한다. 정말이지 동창회장 못해 먹겠다.'

이러면 옆에서 듣는 사람들은 대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혹 그 동창회장이 열심히 했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정말 욕먹을 짓을 많이 한 형편없는 작자일 경우라도 넋두리하는 것 자체를 동창회장답지 않다고 하진 않는다. 동창회장도 사람인 만큼 억울하다고 투덜거리는 말쯤이야 아무튼 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 자체를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안 된단다. 어떻게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일부에서 난리가 났었다. 가볍다, 불안하다 하는 말들도 나왔다. 동창회장은 되지만, 동네 이장은 되지만, 상조회 회장은 되지만, 일국의 대통령은 억울하다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그리 쉽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시 따지려 들고, 즉시 반성하고, 매 사안마다 시시콜콜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려 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안해 보인단다.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단다.

그럼 어떻게? 적어도 면전에서는 여유 있게 웃고, 당당하게 지시하고, 자신감 있게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겠지. 사소한 다툼과 조정은 아랫사람에 맡기거나, 설사 자기 입으로 말하더라도 대등한 급의 인사들이 모인 은밀한 자리에서나 할 일이지 그렇게 전 국민이 듣는 자리에서 '징징거리는' 건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래, 그런 초연한 모습들 많이 봐 왔다. 군대에서 부대를 시찰하던 사단장이 애로사항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할 때 갓 전입온 이등병이 뭔가 건의를 하면 사단장은 의연히 웃으면서 다 들어준다. 그리곤 용기를 내라는 격려까지 해주고 돌아선다. 사단장이 돌아간 후 그 이등병이 어떻게 됐는가는 말하지 않겠다.

박정희식의 리더십을 원하는 건가?

이런 이야기도 생각난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을 순시하던 중 어느 시장인지 도지사인지가 사소한 결례를 하였는데 박 대통령은 그의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어갔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잠깐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 찌푸린 표정을 경호원이 놓치지 않고 보았던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돌아간 후 일개 경호원이 그 시장인지 도지사인지 하는 분의 조인트를 어떻게 했다더라 하는 말도 세세히 덧붙이지 않겠다.

과연 높으신 분들은 그러했다. 높으신 분들은 결코 국민의 면전에서 화를 내거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느니 억울하다느니 하는 촌스러운 항변은 말할 것도 없다. 높으신 분이 어찌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함부로 노출하여 그 삼엄한 권위에 먹칠을 한단 말인가.

하다 못해 병장이 이등병을 훈계할 때도 상병을 불러 '쟤, 교육 좀 시켜야겠다' 하지 '죽도록 패버려라' 하지 않거늘, 더욱이 이등병을 상대로 논쟁을 벌이지는 않거늘, 그래,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고 다녔으니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 앞에서 오금을 저리지 않았다. 없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 했는데, 지금 그를 욕하기 위해 은밀한 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노무현이 그 친구, 노무현이 걔, 야당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노대통령은 눈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전부이므로, 그가 돌아선 후 그의 아랫것들이 조용히 호출할 일이 없으므로, 그에게 한번 대들기 위하여 가족들 안위 걱정해가며 비장하게 갈등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체 왜 스스로 자기 권위를 무너뜨리는 걸까? 왜 그렇게 일일이 설득하려 들고, 설명하고 싶어하고, 조금만 이해 받지 못하면 공개토론 하자고 나서는 걸까. 그것도 모자라 재신임까지 받겠다 하는 걸까. 이제껏 이렇게 촌스러운 대통령은 없었다.

이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기분이 좋은지 우울한지, 자신감에 차 있는지 힘들어하는지 다 안다. 청와대의 최 측근이나 알던 대통령의 심기를 국민이 다 안다. 그러니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다. 잘 돼 가고 있겠지 뭐, 그래도 대통령인데 무슨 복안이 있어도 있겠지, 이렇게 막연히 낙관하면서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뭔가 안 풀리고 있구나 싶어 함께 어두워지고, 대통령이 잘 될 것 같습니다 하면 그제야 겨우 안심이 된다. 그의 말은 액면 그대로인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말 하나에 국민들은 일희일비하게 된다. 국민으로 사는 거 쉬운 일이 아니게 돼 버렸다.

아아, 그러나 말해 보자, 나는 얼마나 이런 대통령을 기다렸던가.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되던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줄곧 기다려온 대통령은 한 마디로 연설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대통령, 가끔은 분위기에 고무되어 즉흥 연설도 하는 대통령이었다. 자신의 감정과 논리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연설을 나는 듣고 싶었다.

자신의 감정과 논리 있는 대통령을 기다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는 대통령의 국민담화문이니 신년사니 하는 것에 단 한 번도 귀기울여본 적 없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마음도 없고 나라 돌아가는 사정도 담겨 있지 않다. 누가 써도 비슷해졌을 구태의연하고 뻔한 문장들만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러니 내게는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그 마음의 무늬와 빛깔까지 고스란히 읽혀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함께 술 한잔 마시고 싶고, 자장면 배달시키며 내기 당구라도 한번 쳐보고 싶은 대통령은 노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는 장막 저쪽에 뜻 모를 미소로 무게 잡으며 앉아 있는 높으신 분이 아닌 것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동네 아저씨 같아 편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적이라거나 친근한 분위기 같은 게 대통령직에 꼭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진실의 소통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감정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여차하면 공개토론을 벌이자 하고 힘들다는 말도 아주 쉽게 꺼내는 것은, 그가 단순히 통치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포장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진심 그대로를 갖고 국민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카드를 모두 꺼내 보이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국민을 설득하려 들고, 좀 밀어달라는 부탁도 해 보고, 이해 받지 못하면 곤혹스러워하고, 일리 있는 지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니까 그건 내가 좀 잘못했던 것 같다'고 반성도 아주 쉽게 잘 한다. 그렇다고 순한 것만도 아니고 고집은 또 보통이 넘어서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 문제는 일단 날 좀 믿어 보라'면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런 대통령은 분명 영웅적인 지도자는 아니다. 진실하게 소통하고 솔직하게 반성하면서 함께 비전을 논의해 보자고 하는 태도는 이삼백 명의 지인들이 모인 동창회 회장에나 알맞은 태도다. 그러나 말이다, 대통령은 동창회 회장 같으면 안 되는 걸까?

동창회장과 대통령의 자격 요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천만 명과 사백 명을 상대하는 지도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만약 추진력이나 결단력이나 비전의 스케일 문제 같은 거라면 노대통령에게 그 점이 결여돼 있지는 않다.

그룹 총수를 질타하던 청문회 스타로 등장해 3당 합당을 거부한 꼬마 민주당 시절을 거쳐 바보 노무현이란 말을 들으며 지역 감정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또 일어나고, 역전의 드라마 같은 경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된 오늘날까지 그의 뚝심과 배포, 단호한 결단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다만 사천만 명을 상대로 하는 지도자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솔직 담백한 소통 방식이다.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스타일이 뭔가 무게가 없고,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게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말로 국가 지도자상에 대한 길들여진 편견 아닐까? 왜 우리는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동창회장 수준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간곡하게 설득하고, 시시콜콜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대통령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 그런 모습이야말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음 속에서 바라고 있던 인간적 지도자상이 아니었던가.

만약 그래도 뭔가 미덥지 못하고 가벼워 보인다면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헌신성으로 자신의 권위를 버리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미안하지만 군대 경험의 예를 한번 더 들어보겠다.

요즘에야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군에 있을 때만 해도 졸병들은 구타를 포함해 여러 가지 굴욕적인 모멸감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졸병들은 대개 이런 결심을 한다. 내가 고참이 되면 절대로 하급자를 때리지 않고 인간적으로 잘해 주겠다. 그러나 막상 고참이 되어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선은 좀 억울한 것이다. 이제 당하는 시절은 다 끝났고 권력을 누릴 일만 남았는데 스스로 그걸 포기하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가만있으면 온갖 특혜가 따라붙는데 기존의 관례를 바꾸면서까지 고참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차츰 기득권의 맛에 젖어가다가 나중엔 자기가 욕하던 상급자와 하나도 다를 게 없이 생활하게 된다. 대다수가 그렇게 되지만 자신에게 엄정한 사람들은 조금 더 버틴다. 고참의 특혜를 포기하면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내무반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지 않은 문제들이 생긴다. 고참이 특혜와 강압을 포기하는 순간 하급자는 무례해지기 시작한다. 무례까진 아니라도 고참의 예우에 소홀해진다.

관례와 악습의 구태를 언제까지 답습할 것인가

강한 절제로 권력의 맛을 포기하면서 그간의 관례적인 모든 악습까지 없애고 나자, 그 대가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우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고참과 졸병이 따로 없는 너무 민주적인 내무반이 되고 만다. 때론 고참이 실수 좀 했다고 기어오르는 졸병도 생긴다.

이때쯤 되면 고참은 추억의 야간 집합을 실시한다. '줄빠따'가 돌고, 내무반은 다시 권위적인 통치 구조로 돌아간다. 특혜는 몰라도 고참 대접까진 받고 싶었기에, 내무반 전체보다는 아직 자기 입장이 먼저였기에, 자기가 만든 평등 구조를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이것까지 넘어서는 사람도 있을까? 없지 않다. 자신에게 불리한 평등 구조를 기꺼이 수용하고, 그래서 가끔 하급자와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설득하기도, 부탁하기도, 때론 짜증도 내면서, 자기 권위보다는 내무반 전체의 개혁과 새로운 질서 정착에 더 마음을 쏟는 사람도 있다.

그는 외롭고 불편하다. 권위가 사라지고 평등 구조가 정착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게 누구의 인내로 이루어졌는지는 관심도 없이 어쩌다 고참이 한 마디 충고하면 잔소리로 생각하고 혹은 재수 없어하는 것이다. 권위를 포기한 사람이 가장 먼저 그 타격을 받는다. 새로운 질서는 그렇게 스스로 권위를 버린 사람의 쓸쓸함을 딛고 자라난다.

이 쓸쓸한 고참이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으로 보인다. 한번 돌아보자.

'검사스럽다'라는 수치스런 신조어까지 듣던 검찰이 근래엔 시민에게 보약을 선물 받을 정도로 수사권 독립을 이루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검찰 스스로의 노력이었던가?

노대통령이 검찰을 놓아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노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정권 유지의 칼로 이용했던 검찰을 놓아주었고, 그로 인해 지금은 검찰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불평을 토하기도 할 정도로 검찰 통제권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간단 간단하게 말하자. 노무현 정부가 지금 국정원이나 국세청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 동안 국민들이 체념하면서 인정해 버리던 불법 선거 자금이나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도 앞으로는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다. 어느 간덩이 큰 정치인이 손을 내밀겠으며, 달라한 들 줄 기업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목에 힘 팍 주고 '나, 대통령이야' 하는 태도를 보이면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 노대통령을 가볍게 보든 불안하게 보든, 이제 그를 통해 권위주의의 해체를 경험한 국민들은 다음에 어떤 대통령이 섣부르게 무게 잡으며 국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이면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소란하고 말 많았던 지난 일 년 동안에 노대통령이 해 놓은 것들이 이런 것이다.

내가 보기에 노대통령을 공격하는 야당, 언론, 경제계, 몇몇 보수 논객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이런 권위주의의 해체다. 이에 대해서는 시인 노혜경이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90% 이상 달성되었다'고 말하며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노혜경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의의를 '지배계급의 결정적 교체'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의 기득권층과는 출신성분이나 가치 지향이 전혀 다른 노대통령의 상징이 그 직설적인 말투에 들어 있으므로 그의 말 한 마디마다 집요하게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그 동안 온갖 특혜를 누리던 귀족적 지배계급이 서민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작된 권위주의의 해체로 해서 기득권에 위협을 느끼자 노대통령의 솔직하고 서민적인 표현법에 '가볍다' '불안하다'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대통령 부적격자라도 되는 양 몰아붙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노대통령을 가장 집요하게 공격하는 자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이 사회 속에서 '권위'라는 게 사라지는 일이다. 실제론 권위주의지만 겉으론 그럴싸하게 권위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들.

국회의 권위, 검찰의 권위, 언론의 권위, 기업인의 권위, 학자의 권위... 이런 권위의 커튼이 사라지면 아무나 친구하자 맞먹고 기어오를지 모를 일. 그리하여 특혜가 사라지고, 복종이 사라지고, 우러름이 사라진다. 기득권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에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권위 없는 대통령이 아니라 권위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이 권위 없는데 어찌 자신들이 권위를 내세울 것인가. 고상하게 말하면서 고상한 대접을 받고, 무게를 잡으면서 무게를 인정받아야 되는데, 노대통령은 그것을 허물어뜨린다.

그 자체로 존중하고 대접받아야 할 '존재 자체적 권위'가 없어지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단일한 기준으로 그때그때 판단의 대상이 되고 시비꺼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그들은 두렵다. 권위는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존재 기반이요 보호막이다.

권위의 해체를 통한 광장을 꿈꾼다

권위가 해체되면 특권적인 그들만의 나라와 저잣거리 서민의 땅 사이에 경계가 사라져 버린다. 노대통령을 반대하고 공격하는 자들이 그에 대하여 단순한 정적 이상의 거의 원한에 찬 증오심을 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렇다, 작금의 상황은 이념이나 정파의 대립이 아니다. 이 대결은 여당과 야당의 대결도, 좌파와 우파의 대결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아니다. 최병렬 대표의 말처럼 친노와 반노의 대결인 것은 분명한데, 그것은 개인 노무현이나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권위적인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개혁 세력과 귀족적 권위를 방어하려는 세력간의 친노, 반노이다.

이는 그리하여 국민이 니편 내편으로 분열하여 싸울 일 또한 아니다. 보통 사람의 나라를 꿈꾸는 대다수의 국민에 대항하여 소수의, 숫자는 적지만 현실적인 힘은 거대한 기득권 지배계급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이제 일부 귀족 언론이 교묘하게 오도한 이념 대결 구도에 맞춰 자신의 온건한 의식을 저쪽에 기울어뜨렸던 분들, 지배계급도 귀족적 권위주의자도 아니요 합리적 보수주의자이었을 뿐인 그 분들도 하루빨리 이 참신한 개혁 마당으로 건너와야 할 것이다. 그런 변화가 보이고 있다. 무모한 탄핵 시도가 지금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 소설가 임영태  

ⓒ 임영태 홈페이지


Comment ' 5

  • 작성자
    Lv.1 나같은너
    작성일
    04.03.18 23:03
    No. 1

    좋은 글입니다. 원츄+올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CReal
    작성일
    04.03.19 00:43
    No. 2

    권위란 아랫사람들이 세워주는 것
    일부 국훼의원들이 권위라고 착각하는건 오만이고 횡포일따름이죠
    그런면에서 노대통령은 권위라는 걸 찾기는 힘들지만
    오만과 횡포와도 거리가 멀군요

    노대통령 좋아하진 않지만
    밥그릇 끌어안고 이빨 드러내는 누구누구보단 괜찮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외로운남자
    작성일
    04.03.19 01:22
    No. 3

    권위란 반드시 해체되어야 하는것인가요?
    권위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긍정적인 의미의 권위와
    위의 글에서 언급된 부정적 의미의 권위가 있겠죠.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그들을 통솔하고
    통제해야합니다.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그 집단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는 개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각자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지도자의
    말에 따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도자의 말을 믿고 따르게 만드는 것,
    즉 이것이 긍정적인 의미의 권위라고 생각됩니다.

    위의 글에서 군대 고참의 예를 들어 말씀하셨는데, 배의 선장을 예로 들어보죠.
    배에서 선장의 말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망망대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선원이 일치단결하여야만 하기때문이죠. 폭풍을 만나서
    배에 위험이 닥쳤을 때 선원들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배의 선장이 평소에 가볍게 처신하고 선원들에게 확고부동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였다면 어떨까요? 선장의 지시를 믿지 못하고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방법들을
    행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갑론을박하겠죠.
    그러는 사이에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선장이 선원들에게 확고한 믿음을 얻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권위는 구타와 폭력에 의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가벼운 언동을 일삼으면
    사람들은 그가 위기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며 결코 선원들의 신뢰와 믿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교실에서의 선생님의 권위를 생각해보십시죠...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선생님의 권위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한국 교육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길거리의 똥처럼 생각하는 학생들....
    선생님을 구타하는 학생들을 신문지상에서 볼때마다 한숨만 내쉬게 됩니다.
    조직이나 집단을 이끌어 나가는 것에는 반드시 그에 필요한 권위가 있어야합니다.
    권위라고 무조건 나쁘게 보고 없애야 할 것이라면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통령의 권위는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탄핵과는 별개로 노무현대통령의
    언행은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너무 가볍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의 권위는 타파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권위마져
    없어져야할 구시대의 산물은 절대 아닙니다. 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는 직위와 의미를 생각한다면 과거의 몇몇 발언들은
    너무도 생각없이 나왔다는 것이죠.
    나라가 어렵고 힘들때 대통령은 사람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나가야 하는데,
    '대통령 못해먹겠다'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이 과연 쉽게 믿고 따르겠습니까?
    오히려 '노무현대통령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까딱하면 힘들다고 자리에서
    도망치지는 않을까'하는 우려를 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의 언행이 너무도
    가볍고 진중한 편을 보여주지 못하기때문에 적어도 저에게는 위기상황에서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만듭니다.
    위기 상황에서 생기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것, 그것은
    권위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노무현대통령이 그러한
    믿을 줄 수 있는 권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만들어 나가지도 않습니다.

    윗글에서는 권위를 타파하고자 하는 권위를 타파하려는 노무현대통령과 권위를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간의 갈등으로 현 상황을 보시면서 기본적인 관점
    자체가 권위는 무조건 없애야한다는 것인데, 그게이 과연 맞는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권위의 부정적 측면만 생각하지말고 좀더 시야를 넓게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운월暈越
    작성일
    04.03.19 02:25
    No. 4

    외로운 남자님의 의견도 무척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그러한 권위만을 보아왔습니다. 분단이라는 현실때문이겠죠. 하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좀 다른 권위를 느끼고 싶습니다. 강압적인, 절대적인,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배의 선장이 가진 권위보다는 동창회장님의 친숙한 모습이 그립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화진
    작성일
    04.03.19 03:27
    No. 5

    개인적으론 외로운 남자님의 말씀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노대통령의 탈권위를 깎아내리고 싶진 않습니다.
    높이 사고 싶습니다.
    대청소할 때는 다 꺼내놓고 하잖아요..그래야 구석구석 쌓인 먼지도 털고 닦고 찌든 때도 벗겨내고...
    지금이 아마 우리나라 정치구조에 대청소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네요..
    진정한 권위는 가짜 권위를 다 몰아낸 다음 ..
    다른 대통령이 천천히 세워가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한번에 모든게 이루어질 수야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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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495 내일 축구과연 음.. +2 Lv.1 강대영 04.03.22 357
20494 이런 뉴스가 났군요. +5 Lv.92 mr***** 04.03.22 542
20493 추억의 메뚜기..[중복확률101%] +6 미소창고㉿ 04.03.22 597
20492 탄핵반대 릴레이카툰(김종수편)-4.15크래프트 +4 Lv.5 전고 04.03.22 366
20491 보수꼴통의 변 +11 Lv.1 바람지기 04.03.22 703
20490 Go!뉴스 =봉무중에서 누가 이쁜가?= +14 Lv.56 치우천왕 04.03.21 683
20489 내가 죽기 전에 꼭 봤으면 하는 뉴스... +5 Lv.42 절대삼검 04.03.21 357
20488 [도움요청] 무턱대고 컴퓨터 건드리다가 큰일 났습니다. ... +5 Lv.16 뫼비우스 04.03.21 375
20487 곤충에게 최면걸기 +1 Lv.52 군림동네 04.03.21 386
20486 Happy Birthday +8 Lv.4 소수아 04.03.21 434
20485 모두들.. 오랜만입니다. +5 Lv.1 illusion 04.03.21 153
20484 다시보는 현장사진 (밑에 매봉옥님꺼 업글버전입니다. ^^;) +7 Lv.1 명주잠자리 04.03.21 463
20483 사조영웅전타기 이벤이 끝났네요. +3 Lv.1 명주잠자리 04.03.21 176
20482 제마 아바타를 변경하려다..... +2 Lv.1 제마 04.03.21 186
20481 인터넷은 무서운 곳이다. +3 Lv.68 구조 04.03.21 483
20480 컴 고수분꼐..질문.. +7 Lv.39 파천러브 04.03.21 271
20479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이변화가... +9 04.03.21 458
20478 ^^아바타를 만들어 봤습니다 ^^ +4 Lv.11 백적(白迹) 04.03.21 153
20477 여기가 자유게시판인가요? +15 Lv.1 몽서 04.03.21 320
20476 논검란에 한번 가셔서 보셨으면 하는 글이 있네요. +2 Lv.64 번수탄 04.03.21 366
20475 키키키키키키키 안녕하세요 +6 Lv.1 몽서 04.03.21 175
20474 왕좌는... 강민이 차지했습니다.^^ +18 Lv.18 검마 04.03.21 441
20473 안녕하세요~!!! 백적입니다 ^^*~ +5 Lv.11 백적(白迹) 04.03.21 167
20472 이제 4개월간의 대장정이 마무리 되겠네요...^^ +6 Lv.18 검마 04.03.21 284
20471 봄꽃 축제 +5 Lv.1 먹보 04.03.21 142
20470 '조리퐁'에 들어있는 통밀은 몇개일까? +14 Lv.39 파천러브 04.03.21 401
20469 판타지 소설 추천좀 해주세요^^ +23 Lv.5 용호(龍胡) 04.03.21 422
20468 해서체나 행서체를 배우려고 합니다. +7 Lv.1 목수 04.03.21 196
20467 촛불집회...과연 이성적인 행동인가? +14 Lv.72 외로운남자 04.03.21 621
20466 조,중,동의 외신왜곡기사 동영상 +1 Lv.32 배트맨친구 04.03.21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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