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시절까지, 난 못 하나, 장도리 하나 만질 줄 모르는, 공작 시간엔 언제나
최하점, 기술 시간엔 손재주가 없어 고생하던 그런 인간이었는데.
공고 입학 1년 후.
친구들과 "전기로는 800도로 맞추고, 담금질 속도는 6초간 5번..." 따위의 얘기를
나누다 소스라치게 놀라다. 홀로 끊어진 형광등 전선을 이어 고치다. 수도관이 터진
걸 땜빵질하고 스스로 대견해하다.
공고 입학 2년 후.
방금 보일러 기름 새는 곳 응급처치하고, 기름때 묻은 팔로 이마를 훔치며 백만
불 미소를 짓다. 스스로 놀라다. 개집 정도는 눈감고도 만들 수 있다. 방사능 비파
괴 검사 공부를 하며 에너지값을 얼마로 맞추고... 따윌 홀로 씨부리다 깜짝 놀라다.
위보기 용접 속도를 고민하다.
이제 3년 째.
취업을 생각하는 암울한 공고 3학년생이 되었음을 생각하며 쓰라린 자축연을 하
다. 축! 자격증 5개. 젠장. 성적값을 맞추며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 중.
인생은 버라이어티하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며 느끼다.
나는 어느새 한 명의 기술인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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