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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지금 저는

작성자
Lv.92 정덕화
작성
03.07.19 18:11
조회
455

2003년 *월 *일 날씨: 생각이 안남...

휴대폰을 꺼 놓기로 했습니다.

폰이 울릴 적 마다 그럴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여 그대일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설레여하는 내 모습이 싫습니다.

어딜 가든지, 그대가 전화를 할 지도 모른다는

어리석은 기대로 늘 조마조마해하며

사소한 기계따위에 얽매어버리는게 끔직합니다.

잊었던 취미를 되찾았습니다.

혼자서 낚시도 가고

친구들과 당구장과 게임방에서 날도 새고  

방 안 가득 있던 선물들과

그외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뭐라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새롭습니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동안 소흘함으로 멀어졌던 동창들에게

모조리 연락을 하며 그 간 내 무관심에 대해

손이 발이되도록 빌고 또 빌었습니다.

만나서 술마시고 이야기 하는 동안에

내 곁에는 소중한 사람이 많았다는걸

새삼 느끼고 다행스러워 합니다.

담배를 끊었습니다..

맨날 무슨 고민에  담배를 그렇게  피냐는  핀잔에도

꿈적도 안하던 내가

담배를  끊고야  말아야 겠다는 장한 결심을 했습니다.

담배를 피면  문득 문득  허락도 받지않고 마음대로

그댈 그리워 하고 괜한 한숨으로  딴 생각을 하기에

담배는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4년만에 처음으로 기특한 생각 한번 한 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한다면, 그래야 그대를

조금이라도 지우고 살 수 있다면

그게 공부라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강의실 제일 앞자리에서

별로 친하지 않은 교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잠들기 전 무협소설 한권씩을 읽고 잡니다.

꿈속에서조차 날 아프게 하는 얼굴이 있어

밤새 베겟잇을 적시는 일이 없도록.

잠들기 직전 읽은 무협소설의 여주인공을

그 얼굴 대신 만날 수 있도록.

그러나 가끔, 그 무협소설의 여주인공이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얼굴이 되어있는

황당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최대한 바쁘게 살아볼려고 합니다.

새벽일찍 회사에 출근하고

잔득 쌓인  서류를  정리하다가

한번 끄적이다 포기한 적이 있는

홈페이지라는 것도 만들어 볼 계획이고

자격증 시험준비도 해 볼까 합니다.

되든 안되든, 결과에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난 정신차릴 수 없도록

다른 생각 들 겨를도 없이

바쁘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전화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칠 것입니다.

9시간 6분이 공짜라고,

본전 뽑기 위해서라며 심심할 때 마다 누르던 번호를

메모리 번지에서도, 내 기억에서도 지울겁니다.

다 지워 버릴겁니다.

유난히 숫자에 약한 나,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잊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댈 만난 이후부터 적어오던 일기가 들어있는

디스켓 한 장을 포맷시켰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와 추억들, 그리고 내 미련한 머리까지

포맷시켜버릴수야 없지만

우연히 그대를 사랑한 날의 일기를 들여다 보다

그때의 기분이 또다시 되 살아나

줄이기로 마음먹었던 술잔을 또 꺼내 들지도 모르고

그렇게 또 다시 그대가 그리워져

그대의 전화번호를 누르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의 추억까지, 이젠 지워야 합니다.

깡그리 지워버려야지요.

내 인연의 사람이 아닌걸

그리워 한다고 해서 돌아올 사람도 아닌걸

내 미련이 모두를 힘겹게 만드는데

이젠 잊어버려야지요.

새로 시작해야지요.

난 행복해 질 겁니다.

꼭 그럴겁니다.

오늘까지만 미친 듯이 그리워하고

오늘까지만 생각할 겁니다.

오늘까지만 울겠습니다.

죽일겁니다.

내 안의 그대, 죽이고 말겁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보고 싶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담배를 끈는다고 결심을 하고 단 하루만에 다시 피고야 말았습니다.

조금씩 줄여가면 언제가는 안피울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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