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마이뉴스..

작성자
Lv.56 치우천왕
작성
03.03.24 12:31
조회
486

내가 경험한 아랍과 '다르다는 것'

한 '가난한 여행자'가 마주친 이슬람, 그리고 무슬림

이정욱 기자    

1.

어느 번잡한 도시에, 구미로 치면 시내 2번가 정도 되는 번잡한 도로에 갑자기 길다란 식탁이 하나씩 하나씩 놓이면서 길가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여행자' 이정욱도 그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down/images/1/jwh59_104583_1[1].jpg

  

▲ 지난 20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개시된 가운데 21일 오후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저녁 어스름해질쯤 영수증도 없이 차림표도 없이 사람들은 밀가루 빈대떡같은 빵과 함께 우리나라의 된장국 비슷한 닭죽을 내주고 그들과 같은 모양새라고는 며칠을 깎지 않은 수염만 같은 제앞에도 풍성한 빵과 반찬들이 놓여집니다.

식욕이 앞서 감사의 마음을 느낄 새도 없이 그렇다고 누군가 와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하는 이도 없이 조용히 밥을 먹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식탁은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기를 몇 차례 하루 해가 지나고 다음날에도 어김없이 식탁은 차려집니다.

먹는 사람은 신께 감사하고 주는 사람도 신께 감사하고 깍두기이자 이 외로운 '이교도' 또한 모든 이에게 감사합니다.

살아오면서 이런 '베품'에 익숙치 못한 제게는 은밀한 신선함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베푸는 사람이 신께 감사하는 이유는 '베풀 수 있는 부'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했습니다.

그 도시의 부자들이 돈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 입니다. 물론 '누구누구 제공' 이런 따위의 말도 없으며 감사를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말을 안해도 위대한 알라는 그들의 선행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일을 그들은 '라마단' 이라고 합니다.

2.

사람들이 '졸단' 이라고 부르는 요르단의 2천년된 원형극장 끝머리에 서서 뒷굽이 다 닳은 운동화를 동여 매다가 문득 담배를 피워물었습니다. 한 두 모금이나 빨았을까. 어느 노인이 제게 손가락을 가로 치며 조용히 '라마단.. 으흠.. 라마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손끝에서 타는 담배보다 이 주책스런 흡연 욕구가 챙피해서 그만 화들짝 담배를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노인의 은근한 미소를 보며 미안한 웃음을 짓고 그 잠깐의 해후를 끝으로 서로 등을 돌렸습니다.

이게 우리가 들어왔던 '광신'의 본질일 수도 있습니다.

3.

그렇게 몇 달이 지나자 이 아랍이라는 곳이 '내가 그동안 배워왔던 것처럼 '단순하고 무식하고 또한 광신적이지만은 않는구나' 하는 자각을 막 시작할 때가 되었고 그런 희한한 선입관을 가지도록 만든 뭔가 모를 배신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겪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끔씩 아랍사람들이 참으로 '단순'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얀색 운동화를 신고있는데 구두를 닦으라 달려드는 아이들 투성이입니다. 그런데 단순하다는 것은 순수하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길거리에 하릴없는 저울이 있고 사람들은 자기의 몸무게를 재고는 동전을 놓고 갑니다. 저는 자기의 몸무게를 목욕탕이 아닌 길거리에서 잰다는 사실보다 도대체 저게 '장사'가 되나 싶은 의구가 용솟음 치곤 했지만 나중에야 아주 나중에야 그게 '자선의 한 방편'이자 '구걸을 해도 공짜로 하지 않겠다는 처연한 의지'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우리가 듣는 '아랍의 헐벗음'의 정체일수도 있습니다.

4.

이집트에서 물담배를 피우고 세계 어느 나라의 만국공통어 '차'를 한잔 마시고 물건값을 깎고 또 깎자, 수염 덥수룩한 녀석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유 해피?' 그렇게 깎으니 행복하더냐?

이런 은근한 은유가 통하는 나라는 인도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던 겁니다.

이게 아랍식 '대응'의 실체일 수도 있습니다.

5.

열다섯 시간을 달려 진짜 '아랍'이라는 시리아에 들어섰을 때 저는 온통 차도르 투성이의 여자들을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그 덜덜덜 거리는 벤츠 버스를 타고 내린 시골 정류장 옆의 중앙 공원은 온통 청바지에 남자 손을 붙잡은 여자들 투성이었고 저의 환상은 다시 한 번 깨졌습니다.

시내를 돌아 그 유명한 아랍의 '시장'을 돌아갔을때 갑자기 차도르를 입은 수많은 여자들이 쏟아져나왔고 역시 그렇군 하며 하나의 확신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질 때쯤 적어도 하나의 예상 만큼은 틀리지 않았구나 하던 직후 시장에서 청바지를 입고 차도르를 사는 여자를 본 순간 어느 순간에 '원하면 차도르 원하면 청바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도를 길가에 펴 놓고 동전을 던져 찍은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터키의 어느 시골 동네로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자리는 모라랐고 저는 기사 뒤에 앉아 있었으며 한무리의 교복 입은 남학생들이 그 뒤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제대로 포장도 안된 길을 따라 한참을 달려 다음 정거장에 왔을 때는 이어폰을 낀 어느 여고생이 버스를 탔고 사람들이 뒤로 조금씩 밀려들어갈 때쯤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할아버지를 닮은 기사가 뒤를 돌아보며 뭐라 뭐라 하자 제 뒤에 앉은 남학생 하나가 벌떡 일어나고 그자리에는 조금 거만해 보이는 듯도 한 표정의 그 여학생이 아무런 말도 없이 '처음부터 자기 자리였다는듯' 그 자리에 털썩 앉아 창밖을 바라 보았습니다. 길다란 남학생은 머리를 수그린채 손잡이를 잡고 버스는 다시 먼지 투성이 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듣고 예상한 바에 따르면 그 여고생은 다음 버스를 타든지 아니면 고개를 숙인채 '여자로 태어나 죄로 벌받는 시늉'을 해야 했는데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아랍여자의 '불쌍함' 에 대한 본질일 수도 있습니다.

http://www.ohmynews.com/down/images/1/jwh59_104583_1[2].jpg

▲ 국내 거주 이슬람교인들이 매주 금요일 열리는 합동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6.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석불에 '박격포'를 쏜 것을 보는 순간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말로 형용하기 힘든 슬픔을 느꼈습니다.

이는 유고 내전 때 저격범이 총을 쏴대는 틈에도 동네 앞 700년 된 아름다운 다리가 다칠까봐 자기들이 가진 모든 폐타이어로 얽기 설기 감싸놓았던 사람들의 심정과도 같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 사실상의 폭압적인 힘이 서방으로 나왔다는 '진실'을 파악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들의 무식함에 단순함에 폭력적임에 다시 한 번 놀라며 '역시' 라고 한 번 더 그들의 광신과 폭력과 여성억압 그리고 종교적 탄압을 떠 올릴 터였습니다.

7.

터키의 보스프러스 해협 위 다리에는 수십만 개의 낚시대가 놓여 있고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종일 낚시대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 투성이입니다. 어떤 경박한 '한국인' 아저씨는 '저 새끼들이 저러니까 가난한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그리고 그 말을 그냥 듣고 말았습니다만 저는 한편 '너무나 가난해서 아무리 해도 일거리를 찾을 수 없어서 저럴 수 없는 처지'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한번쯤 생각했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의 산등성이 언저리에는 우리가 말하는 '은밀한' 곳이 있는데 흔히 생각하듯 그들은 돌팔매질을 당하지 않습니다.

물론 왕따를 당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국가의 일정 정도의 보호를 받기도 합니다.

그들은 매춘을 하지만 그들이 그 신성한 정교일치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생활능력 부재에 대한 생존환경으로써의 일탈'쯤 되는 암묵적 허용이고 아랍의 일부다처의 근본 취지와 일맥상통합니다.

이게 바로 아랍이 줄 수 있는 '관용'의 본질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십자군 때 관용을 베풀어준 아랍의 용장 '살라딘'의 철학과도 같은...관용.

(분명히, 제게 아이가 생긴다면 저는 애먼 생나무를 자르고 고백을 해서 정직의 상징이 된 조작된 우상의 워싱턴 전기를 읽히는 대신 이 인간미 100점의 살라딘의 전기를 구해 읽히겠습니다.)

8.

항상 주의하려고 노력하지만 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고 듣는 것만 듣는 것이 아닐 겁니다.

제가 경험한 것 또한 어느 단편적인 요소 하나만의 이야기일 겁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아랍국가를 경험한 그 어떤 사람들 특히 한국과 일본사람들 치고 '이제까지 배운 것은 다 거짓이었다'라는 의사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최소한 전부 다는 아닐지라도 일부라도 사실은 사실일 거였습니다.

그들이 아니어서 그들의 완전한 실체를 모를지는 몰라도 그게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대할 이유가 되진 않을 겁니다.

본질을 모른다는 것...

우리와는 다르다는 말의 의미...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이 된 '협력관계' 라는 말...

게르만이 유태인을 죽이고 유태인이 팔레스타인을 학살하고 앵글로 색슨은 순니파 아랍인을 죽이고 이 아랍인은 투르크를 죽이고...그들이 그럴 수 있는, 일본이 남경에서 사람들을 생으로 파묻고 기름을 붓고 폭탄을 던질 수 있었던... 이 모든 이유는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일 터였습니다. 단지 인간이 아닌 소와 닭을 죽이듯.

어쩌면 이번 미국의 공격이 '앵글로 색슨'과 다르기 때문에 더 손쉽게 이루어졌을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또한 앵글로 색슨이 아닌 몽골리안이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그들과 다른...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732 저.. 과외좀 붙어 주실분... 중1요~~ +4 ♡.을 전하는 전서구. 03.03.27 506
6731 군림천하,태양전설바람노래,호위무사. +10 오지영 03.03.27 869
6730 가입인사 드립니다 +16 비홍이엄마 03.03.27 625
6729 music(15) 꿈꾸는 소녀 +2 현필 03.03.27 472
6728 겨자씨!!-애정이 올립니다- +2 애정다반사 03.03.27 430
6727 으흑... 모의고사... 망쳤당... +4 brand™ 03.03.27 561
6726 언저리 뉘~~~우~~~스... +1 Lv.1 술퍼교교주 03.03.27 592
6725 풍운무림 3 +6 요설 03.03.27 532
6724 제목 찾아요~ Lv.30 남채화 03.03.27 488
6723 music(14) 너를 보내고 현필 03.03.27 479
6722 설봉님과.. 영호충 03.03.27 550
6721 감상비평란 오랜만에 활발하네.. Lv.30 남채화 03.03.27 380
6720 music(13) 광야에서 +3 현필 03.03.27 347
6719 엽기적인 사이트? +8 zerone 03.03.27 598
6718 흘러간 80년대 유머 +6 Lv.1 술퍼교교주 03.03.27 498
6717 풍운무림 2 +5 요설 03.03.27 546
6716 금강님 혹은 여러 분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2 안개 03.03.27 774
6715 오늘을 끝으로....\'겨자씨\' 중단됩니다..그동안 읽어주... +2 Lv.1 미르엘 03.03.26 490
6714 올인을 보고서 떠오른 생각.... +2 西石橋 03.03.26 356
6713 과외 자리 구함.. +3 Lv.8 이정수A 03.03.26 525
6712 드디어 공개. 사마쌍협 자운엽의 수운검의 정체. +4 Lv.1 Reonel 03.03.26 771
6711 요즘 공적질을 안 하니 너무나 심신이 평온하군요..... +7 ▦둔저 03.03.26 483
6710 공부하기 싫은 10대들이여~ +11 ♡.을 전하는 전서구. 03.03.26 397
6709 으갸갹, 고림성보고 싶다.ㅜ_ㅜ +3 Lv.1 어린아이 03.03.26 562
6708 나는 전쟁을 찬성한다 +9 애정다반사 03.03.26 660
6707 클릭 클릭 돈벼락이 와르르르르르(강추!!! 한달만에 이게... +5 ♡.을 전하는 전서구. 03.03.26 418
6706 독후감은...... +8 쌀…떨어졌네 03.03.26 336
6705 추천, 부탁드립니다!...(==;) +3 Lv.85 백우 03.03.26 502
6704 아싸~가입했어요~! +4 Lv.1 OGRE 03.03.26 416
6703 릴레이 무협 담 주자는 제가... +3 夢蘭 03.03.26 294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