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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검마의 제주도 기행(1)

작성자
Lv.18 검마
작성
03.03.30 19:17
조회
462

우우우웅...

귀를 울리는 굉음을 내며 비행기가 이륙한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웃으며 환호성을 질러댄다. 나 역시 처음 해 보는 비행은 아니지만 이륙할때의 그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은 야릇하면서도 재밌다. 그렇게, 우리들의 제주도 수학여행은 시작되었다.

비행기가 새파란 창공을 향해 몸을 던진지 얼마나 되었을까. 선잠이 들었던 나에게 이제 곳 착륙을 할 것이라는 기내 방송이 들려온다. 방송을 듣고 무심결에 눈을 떠 창문을 바라본 나. 둥실 떠 가는 구름 사이사이를 헤치고 푸르고 맑은 섬, 제주도가 내 시야에 들어온다.

제주공항이 위치한 곳이 제주도의 중심부라 그런진 몰라도 맨 처음 보이는 것들은 높게 솟은 빌딩들. 그것을 바라보며 이런 남쪽 끝에 위치한 섬에도 고층빌딩들이 늘어서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나를 감싼다. 솔직히 얘기해서 나는 제주도가 그리 발전한 동네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륙할때와 마찬가지로 굉음을 내며 착륙한 비행기. 비행기에서 내려 제주공항을 나가는 우리들은 익숙하지 않은 글이 출구에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저 옵서예.'

제주도 말로  '어서 오십시오' 라는 뜻이란다. 순간 나는 새삼 제주도 사투리의 이질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사말 부터가 익숙치 않은데 다른 말들은 오죽하겠는가.

어쨌든 각설하고, 제주공항을 빠져 나간 우리들을 맨 처음 반긴것은 제주도의 거센 바람도, 구멍이 숭숭뚫린 현무암도 아닌, 다름아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야자수였다.

야자수라... 이 거대한 활엽수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수 있는 성질의 나무가 아니다. 굳이 보고자 한다면, 식물원 등지에서 못볼 것도 없지만, 길거리에 쭉 늘어서 있는 야자수를 볼수 있는 것은 제주도 뿐이 아닐까 한다.

그 덕택인지는 몰라도 내가 느낀 제주도의 첫 이미지는 상당히 이국적이었다.

공항 앞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우리가 맨 처음 이동한 곳은 제주 민속 박물관. 이곳은 제주 민속의 보존에 한평생을 바쳐온 한 민속학자가 평생동안 모은 각종 민속 자료를 정리, 전시한 곳이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물관 자체도 규모가 있는데다 거기 있는 물건들은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인데... 이걸 혼자서 모아? 정말 누군진 몰라도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어쨌든 나와 내 친구들은 약 30분간 제주 민속 박물관을 둘러 보기 시작하였다. 어느 박물관에서나 볼수 있는 각종 쟁기, 낫, 호미들과 지게, 그리고 제주도에서만 볼수있는 각종 물품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생활상... 이런 것들을 보며 나는 제주도도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살기위해 애쓰지만, 척박한 땅에서 생활하는 제주도 사람들의 현실감각과 지혜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제주 민속 박물관에 이어 두번째로 이동한 곳은 한림공원. 76년인가 79년인가에 만들었다는 이 공원에 발을 디디는 순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울창하게 솟은 야자수들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수림... 이곳은 완전히 말 그대로 '동남아' 이다. 여하튼 내 느낌은 그랬다. 이 넓은 공원을 둘러보며 그런 생각은 여전히 떠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무에 매달린 원숭이도 보았음에야.

그러나 한림공원이 그런 모습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림공원엔 다른 곳에서 볼수 없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바로 자연동굴인 쌍용굴. 연속으로 재질이 다른 두 개의 동굴이 이어져 있다 하여 쌍용굴로 이름붙은 이곳은 세계3대 불가사의 동굴중 하나란다. 마치 나뭇가지처럼 얽기섥기 얽혀있는 황금빛 종유석들과 동굴 한 구석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석순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금으로 도배한 사원이 이러할까. 난생처음으로 종유동굴이란 곳을 들어가 본 나는 그 자연의 오묘함에 어설픈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주도를 다녀온 내게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곳은 천지연 폭포를 제외한다면 이곳 한림공원의 자연동굴이다.

그렇게 신비한 자연의 창조물을 뒤로 하고 찾아간곳은 협재 해수욕장.

제주도에서도 물이 맑기로 소문난 이곳 해수욕장의 물은 소문대로 푸르고, 아름다웠다. 에메랄드빛 바다란 표현은 많이 들어 봤지만, 나는 그 에메랄드빛 바다는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한림공원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이곳은 말그대로 수정빛 물결이 넘실대는 아름다운 바다. 나는 이 바닷가에 몸을 던지고픈 충동을 수없이 느꼈으나, 아직은 쌀쌀한 3월이기에 그런 나의 욕구를 꾹 눌러 참았다.

협재해수욕장을 끝으로 우리는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도중 본 별빛이 반짝이는 제주도의 하늘은 높고, 또 아름다웠다.

그렇게, 나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제주도의 별빛을 한가득 받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Comment ' 3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3.03.30 19:51
    No. 1

    크크 멋진 기행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동방호
    작성일
    03.03.30 20:27
    No. 2

    으아~~~~ 재밋었겠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2 휘슬론
    작성일
    03.03.30 20:55
    No. 3

    정방폭포를 가신다면 한번 등반을 해보세요.
    4년전 수학여행때 정방폭포가서 바위가 만만해보이길래 올라가다가 미끌어진기억이...........
    사람들 한100명은 있었던것 같은데....... 박수 받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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