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 시리즈 - 2
"에이 쓰파!, 에이 쓰파!...... 선배의 슬픈 뽕짝설사.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 괴짜들이 늘 모여있는 아지트인 당구장으로 올라갔다.
그 선배는 원래 멋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추운 겨울에도 허름한 잠바하나
걸치고 모자하나 걸쳐쓰면 그게 제일 멋진 줄 아는 선배였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독한 구두쇠란 이야기다.
그러나 내가 당구장에 간 그날, 선배는 하얀 가죽 맥고 모자에 하얀 양복상의
하얀 일자바지 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백구두를 신고 묘기당구400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번뜩 '착복식' 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건 오늘 저녁 술과 식사 해결이다.' 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면서 우선 선배의
기분을 상승 시키는 아부성 말을 건넸다.
"어우, 형 죽이는데! 어디서 맞췄길래 옷이 이래 잘 빠졌어?"
내가 건넨 칭찬의 말에 선배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큰 소리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돈좀 썼지, 어때, 때깔 죽이냐?"
"거의 죽이는 수준이야, 형! 여자애들 보면 오줌 질질 싸것다."
선배의 단순함에 속으로 웃으면서 지금 결정적인 말을 건네야 선배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올것이란걸 깨달았다.
정신없이 몰아쳐서 약간의 협박성 발언과 주위의 힘을 잠시 이용, 미처 자기가
구두쇠인걸 깨닫지 못하도록 하고,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성공할 수 있는
고도의 심리적 전술이 개입된 잔머리의 극치였다.
"에이 쓰파! 근데 형, 이렇게 좋은 옷 맞춰 입고 후배들 한테 착복식도 안해?
안그래 형? 야! 니들 같음 새양복 입고 착복식 안할놈 없지?
안하면 이건 정말 절라 쫀쫀 한거야, 형 한방 쏠거지?"
약간 눈을 야리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친구와 후배들에게 동의의 눈길을 구했다.
"어! 당근 쏴야지"
"안내면 남자가 아니지 도끼자국이지!"
동의의 발언과 협박성 발언들이 사방에서 나오자 선배는 내가 의도한대로
구두쇠의 '내돈은 죽어도 안써'란 좌우명을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알았어 쓰파! 한방 쏠게."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난 선배에게 조금의 여유도 주지 않고 카운터한테 말했다.
"야, 시켜! 양장피, 라조기, 탕수육, 인원수대로 자짱면, 그리고 고량주4병 소주10병
그리고 써비스로 군만두 6개 달래라 안주면 안시킨다고해!"
구두쇠 선배의 야속하다는 눈길을 안면철판신공을 발휘한 얼굴로 깔아 뭉게면서
난 가차없이 중국음식을 시켰다.
잠시후 철가방이 오고 거금을 지불한 선배는 낸 돈이 아까웠던지 쓸데없는
남자적인 호기를 부렸다.
"많이 먹어, 야! 술을 그렇게 먹는게 아냐 남자라면 이렇게 먹어야지."
덜어 먹으라고 따로 가져온 잠뽕 그릇에다 소주 한병을 이빨로 까더니 콸콸 부어서
단숨에 마셔 버리더니 '카!'소리와 함깨 안주로는 짬봉 국물을 벌컥벌컥 소리 내면서
마셨다. 그리고는 호기로운 눈길로 주위를 둘러봤다 마치 이렇게 마시는게 남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처럼...... 순식간에 너댓번을 그렇게 마구 마시고 마구 안주를
집어먹던 선배의 눈치가 이상해진걸 발견한건 후배 동철이었다.
"형 왜그래?"
"어, 아무것도 아냐 배가 좀 아파서 그래."
선배는 벌떡 일어나서 입구에 있는 좁은 화장실로 부리나게 뛰어 들어가더니 곧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쓰파, 성질나네 이게뭐냐! 아우! 눈 튀어 나온다 정말, 야! 화장지 좀 갔다줘."
우루루 몰려간 우리들은 거기 좁은 화장실에서 기가 막힌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물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하얀 변기 여기저기에 튄 설사의 파편들과 새로 맞추어
입은 선배의 양 바짓가락에 튄 그 내용물의 일부들, 그리고 힢에 붙어있는 부스러진
짬봉면의 일부......우웩!
쏟아져 내려오는 설사를 조절하지 못한 항문근육 그리고 쿠션의 빌미를 준 변기
바닥과 양쪽 벽이 합심한 투 쿠션과 쓰리쿠션의 절묘한 조합의 결과물이었다.
'우우욱!' 고통스레 올라오는 뱃속의 내용물을 목구멍에 힘을 주고 내리 눌르면서도
우리들 전원은, 말릴새도 없이 그만 웃음을 터뜨려 버렸다.
머리끝까지 화가 오른 선배는 우리들을 잠시 노려보다가 성질을 벌컥 내면서 일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카운터 보는 꼬마가 투털대면서 청소하는 것을 보고 우린 다시 술자리로
돌아 왔지만 이미 입맛이 떨어진 다음이었다.
당구에 흥미를 잃고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가려는데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서 웅얼 웅얼
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세히 들어보니 무슨 타령 같기도 하고 슬픈 뽕짝 소리 같기도
했는데, 슬픈 듯 분노한 듯 절절한 감정이 들어있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살살 발걸음을 죽여가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가서 보니 일층 식당옆 주차장에 있는
수돗가에서 팬티만 입은 선배가 하얀 백바지 엉덩이 부분을 두손에 잡고 '싹싹' 비비면서
분비물을 제거하고 있었다.
"에이 시파~!, 에이 쓰파, 니미 존나! 등등의 여러가지 쌍욕을 계속 되뇌이는데 마치
뽕짝중에 나훈아의 '녹슬은 기찻길'을 부르는 것 처럼 고저장단에 절묘한 가락을
맞추면서 욕을하는 것이었다.
기분좋게 새옷입고 호기롭게 한턱내고 설사로 마무리한 선배에게 걸리면 절라 맞겠다는
생각에 막 터지려는 웃음을 갈무리하고, '내 생각에도 내가 열라 나쁜넘이야'란 쓰잘데
없는 생각을 뒤로하고 슬금슬금 밖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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