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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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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 깍두기
작성
03.02.05 13:28
조회
871

기천문 ‘사부’의 북두칠성 검법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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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바닥으로 검을 밀어 창처럼 쏘고 있는 박대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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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 북두칠성 검은...

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독골공원에 한 사나이가 앉아 있다. 모든 것이 멈췄다. 눈동자도 눈꺼풀도 움직이지 않는다. 눈빛만이 빛난다. 조그만 체구다. 그러나 무게는 산과 같다.

산중 무예 기천문의 ‘사부’인 박대양씨다. 우리 민족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심신수련법이라는 기천문을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다. 워낙 어렸을 때 스승의 손에 이끌려 설악산으로 올라가 수련만 했기에 자신의 정확한 나이도 알 수 없다는 그다. 그는 60년대 말 1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나이에 속세에 나왔다. 불과 155㎝단구에 54㎏의 몸무게다. 산중에서 제대로 곡기를 잇지 못해 20~30대 때는 37~38㎏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런 골격으로 치기어린 수많은 도전자들을 꺾었다니 신비로운 일이다. 무술계에선 전설적인 인물로 꼽히지만, 매스컴엔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던 그가 도심 공원에서 웬 칼춤일까.

그가 여제자 강난숙(37)씨에게 북두칠성검법을 전수하고 있다. ‘북두칠성검’으로 이름 붙여진 칼은 싹둑 자를 수 있는 평면날이 아니다. 삼각형이다. 피라미드처럼 끝은 뾰족하니 창으로 쓸 수도 있다. 그래서 북두칠성검은 상대를 죽이는 살인검이 아니라 상대의 막힌 혈을 뚫어 사람을 살리는 데도 쓰니 활인검이다. 임금이 어사에게 호신용으로 하사했다는 칼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산중에서 ‘원혜상인’이라는 스승에게 배웠지만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는 박씨는 이 검법을 1년2개월 전부터 기천본문 도장 옆의 이 공원에서 비밀리에 새벽에 강씨에게 전수해왔다. 7법 가운데 1법을 모두 전수한 이날 모처럼 ‘사부’가 검을 든다. 간혹 한 동작씩만 가르쳐주는 사부가 연속적으로 검무를 추는 것은 유일한 전수자인 강씨로서도 좀체 보기 어렵다.

‘사부’가 조용히 칼을 든다. 짐승 같은 감각은 첫 순간부터 번쩍인다. 그가 뺀 것은 칼이 아니라 칼집이다. 거창한 손짓으로 칼을 뽑는 게 아니라, 왼손으로 가볍게 칼집을 뒤로 빼니, 벌써 완벽한 방어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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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난숙씨가 외발로 서서 칼끝을 겨누고 있다.

칼 끝은 무엇을 겨누는가. 정신을 하나로 모은 칼날이 번뇌를 자르는 취모검인 듯하다.

정신이 모아진 칼은 한 번 움직이니 산을 옮기는 듯 엄중하다. 작은 체구의 무게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속기운을 쌓는 ‘내가신장’으로 얻은 공력일 것이다. 내가신장은 말타기 자세로 양손을 앞으로 쑥 뻗은 채 서는 기천문의 기본 동작이다. 이 자세는 운동선수라도 5분을 서기 어려워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따라서 얻어지는 공력도 그만큼 크다. 이 자세로 10분이 지나면 얼굴에서 땀이 바닥으로 비오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몸은 산 같되, 이미 발자국이 옮겨지고 있다. 벌써 칼도 허공을 가르고 있다. 사람이 칼을 움직이는가, 칼이 사람을 움직이는가, 천지의 기운이 사람과 칼을 움직이는가. 기천은 곧 천기. 맑은가했더니 흐리고, 어느새 폭풍우 같은 소나기가 쏟아지는 것 같다. 나는 말과 같은 비마축지법으로 왼발과 오른발이 눈에 보이지 않을만치 빠르게 교차한다. 걸음 걸음이 나는 구름 같다. 그림자조차 쫓기 어렵다.

더구나 파격의 연속이다. 오른쪽을 치는가 했더니 칼은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 휘어도는 손이 화려한 꽃봉오리다. 이어 닭이 외발로 서 있는 것과 같은 금계독립 자세에서 바닥을 치고 오르더니 칼이 공중에서 땅을 향해 도리깨질 친다. 눈 앞에 별똥별이 튀기는 듯하다. 흐름은 물처럼 부드럽지만 칼이 집중하는 곳은 불 같은 열기가 쏟아진다. 춤처럼 부드럽지만 이렇게 강한 힘을 내는 비결은 손목과 발목 등을 비트는 ‘역근’에 있다. 더구나 그는 산중에서 거친 바람과 함께 노닐고 달과 함께 자면서 나무와 바위와 부대끼며 공력을 쌓았다.

이런 가운데 자연의 흐름과 몸의 흐름을 터득했기에 무도인으로선 상식을 깰 만큼 적은 골격으로 이만한 무도를 구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경찰계 검도의 달인으로 꼽혀온 박성권씨, 수벽치기의 전인 육태안씨, 해동검도 총관장 김정호, 나한일씨 등도 그로부터 무예를 배운 적이 있다.

그러나 자만은 상대를 베기에 앞서 자신을 벤다. 산중의 기운으로 세상을 살기 어렵기에 안광을 없애려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쑤셔 안경을 쓰게 됐다는 그다.

그는 세속에 나온 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산중의 동자승처럼 천진한 모습이다. 욕심과 힘 자랑하는 세상을 희롱하듯 바람처럼 허허롭게 웃음을 실어 공중을 휘감는다. 칼이 물결처럼 부드럽다. 기천 동작의 원리는 하나같이 반장이다. 태극문양처럼 에스 자로 혹은 원으로 공중을 가른다. 사악한 마귀를 처단하듯 양쪽으로 가르는가 싶더니, 다시 하나로 엮어내고, 원으로 품어 안는다. 무술이라기보다는 춤이다.

어떤 강함이 이 부드러움을 누를 것인가. 칼은 강하고, 또 이렇게 부드럽다. 칼은 사람을 죽이고 또 능히 살린다. 지금 그 칼이 춤춘다.

글 조연현 기자[email protected]사진 김진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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