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망원경과 손전등!

작성자
Lv.10 읍내작가
작성
03.02.01 21:04
조회
520

겨울이 녹아 봄이 되듯이........

중2였던가? 까까머리 수줍음 많은 나! 이제는 능글해져버린 빠다로 변했지만...

그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친구녀석 형이 몰래 책상 서랍에 모셔둔 빠알간책을 보고 난 이후로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나!!! 중2 여름이었다.

지나가던 여자를 돌보듯 하던 이 정인군자께서 망원경을 들고 설치던 그때

앞집에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아이가 살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그저 치마만 둘렀다는걸 알뿐.  

그때는 그랬다. 치마만 두르면 모두가 왕조현처럼 보였으니까.

(우리때는 왕조현이란 영화배우가 참 인기가 많았다. 예쁜귀신!!!)

망원경을 손에 든건 그녀의 치마자락을 보기 위해서였다.

몰래 훔쳐본다는거... 관음증이련가?

그렇게 하루 이틀 망원경을 통해 난 내 수줍음의 관음증을 발산했다.

옥상으로 올라와 가끔 뭔가를 생각하듯 등을 진 그녀의 치마자락!

여름이 다가도록 난 그렇게 망원경속에서 조금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하루종일 안절부절, 그녀의 치마자락이 한여름 땡볕아래

나풀거리면 가슴이 두근두근 터질듯한 감정 .. 난 그렇게 배워갔다.

누군가를 좋아하다는게 이런 것이구나.!!!

아침 저녁으로 반팔 티셔츠로는 한기를 느낄때쯤

방학도 끝나가고 있었다.

내 망원경도 이제는 휴식을 취해야 할듯 했다. 난 적어도 그녀 앞에 당당히 나설

만큼 용기가 없었으니까. 그때는....정말 부끄러웠으니까.

저녁무렵!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가 라디오속에서 열창으로 전해올때

내 손에는 여전히 망원경.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언제나 등을 지고 섰던 그녀가 처음으로 돌아섰고 그 손아귀의 손전등은

나만큼 부끄러운듯 눈을 깜박거렸다. 너무나 놀랬다.

가슴이 터질듯 했다.

창문을 쾅 하고 닫아 버린건!!!!!.... 침대에 누워 무서운 귀신을 본것마냥

땀을 뻘뻘 흘렸던건......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다.

고3 수능1세대!!! 그렇게 시험적 도험적 국가고시를 치루고

난 그녀를 만났다. 우연히!!!

만원버스안에서 중2의 수줍은 소년은 온데간데 없고 고3의 능구렁이가

대뜸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

실업계.. 이제 곧 취업이라는 말! 난 아직도..그리고 앞으로 4년 더 학생이어야 하는데... 아니 그보다 더 오래 학생일지도 모르는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

그녀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날 난 면접이 잡혀 있었다. 언제 오는데? 뭐 좋아하니??

선물에 대한 답례를 하려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난 그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 이후로 학교 생활에 빠져.. 군대에 다녀와... 졸업을 해..취업을 해..

이제는 회사생활에 빠져.... 그렇게 잊었다.

망원경이 사라진건 그즈음이었다. 어디에 쳐박아 두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그저 잃어버렸구나 ... 했을뿐!

오늘 그녀를 만났다.

설을 보내려 집으로 온듯 했다. 슈퍼에서 쥬스를 들고 서 있는 날 먼저 알아본건

그녀였다.

내가 알아보지 못한건 그녀의 가슴팍에 안겨 있는 작은 아이 때문이었다.

두세살 남짓.....

망원경은 잃어버렸지만 그녀는 손전등을 지니고 있을까?

프링글스 한통을 들고 싱긋 웃으며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난 그 손전등을 찾고 있었다. 집요하게....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145 도와주세요!! +10 03.02.03 785
5144 감상 비평이벤트 발표하였습니다 +4 Personacon 유리 03.02.03 753
5143 200만히트멀지 않았는데..... +3 Lv.1 소오 03.02.03 623
5142 에구... 사랑은끝났어 03.02.03 397
5141 아악! 당분간 고무림 접속 거부 류민 03.02.03 691
5140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Lv.1 독수리달룡 03.02.03 391
5139 인터넷에 도는 소설들... +7 Lv.1 Reonel 03.02.03 777
5138 우구당이 정모를?[우구당 필독~~] +11 Lv.1 최윤호 03.02.03 563
5137 일본만화의 맹점 - 그리고 우리무협(지) +4 Lv.1 李四 03.02.03 599
5136 누구잘못인가,,,,,,,? +3 Personacon (새벽) 03.02.03 571
5135 흑저 복귀하다.. 바빴습니다..^^ +10 Lv.20 흑저사랑 03.02.03 545
5134 레이디 앤 제너먼 어쩌구저쩌구... +5 夢蘭 03.02.03 763
5133 컴백 술퍼..ㅡ\"ㅡ^ +7 Lv.1 술퍼교교주 03.02.03 547
5132 질문이 있어요... +2 사랑은끝났어 03.02.03 538
5131 아..ㅡㅡ;; 돈을 썼습니다. +6 ▦둔저 03.02.03 690
5130 푸헉!! 오랜 잠수에서 벗어났습니다. 축하해주세요^^ +4 Lv.8 이정수A 03.02.03 674
5129 가장 불쌍한 사진 한장... +18 zerone 03.02.03 852
5128 \"너는 애미된 마음을 모른다.\" +3 Lv.1 [탈퇴계정] 03.02.03 507
5127 넋두리 2 +5 녹슨 03.02.03 517
5126 넋두리 +3 無手讀 03.02.02 686
5125 자연란은 접근거부가 되어있네요. Lv.1 [탈퇴계정] 03.02.02 521
5124 모두 새해에는 +1 無手讀 03.02.02 501
5123 고무림일보 2월2일자 1면 \"이제는 일반인으로 돌아갈레요\" +4 ▦둔저 03.02.02 864
5122 으어..답장보내주신 모든 분들 - ! +2 03.02.02 577
5121 엠에쎈이,,, +1 ─━☆민식, 03.02.02 712
5120 [필독] 와룡강의 \'불루\' 와 완전 같은 내용의 \"만화\"... +6 Lv.23 바둑 03.02.02 1,224
5119 이 글을 쓰는 지금, 고무림의 속도가.. +2 Lv.23 바둑 03.02.02 434
5118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 Lv.1 당구공君 03.02.02 630
5117 크허헉... 자연방이 들어가지질 않는닷~! ㅡ_ㅡ;; +5 연선자[聯宣慈] 03.02.02 649
5116 출도 이틀 째에 즈음한 출사의 변 -_-ㆀ +5 Lv.1 여청 03.02.02 567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