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학력고사 보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남들은 가방에 참고서며 요약 노트 등을 잔뜩 담아서 낑낑거리며 들고
고사장에 들어갔었죠.
쉬는시간마다 다음 시험 과목의 참고서 꺼내 놓고 한 자라도 더 암기하려고
갖은 용들을 다 쓰더군요.
저는 가관이었죠.
교복 후크 턱 끄르고, 가르마 타서 멋지게 넘긴 장발에, 어디서 주워온 낡은
바바리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갖은 폼을 다 잡았더랬습니다.
두 손은 여유 있게 바지 주머니에 찌른 채였죠.
가방? 그딴거 필요 없었죠. 참고서? 요약 노트? 콧방귀만 날렸습니다.
책 한 권 달랑 옆구리에 끼고 고사장에 들어갔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그 책 지금도 제 서가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남들이 모두 미친 놈 보듯 뜨악해서 바라보더군요.
그 넘들이야 뭐라고 하건 말건,
쉬는 시간마다 책상 위에 그 고귀한 짜라투스트라를 턱하니 펼쳐놓고
독서 삼매경....
뜨악, 하고 입들을 딱 벌린 뭇 시선이 볼만했습니다.
저 쉐이 공부 허벌나게 잘 허는갑다.
다들 제 답안지 컨닝하려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나가라다나가 턱턱턱 찍어대는 제 솜씨에
뽀글뽀글 거품을 물고 나자빠지더군요.
미친 놈 하나 고사장에 들어왔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죠.
암튼, 그렇게 시험을 보는 중에, 4교시 끝나고 기어이
제 친구 한 놈은 벽치기 해서 학교 담을 넘어 유유히 사라져 버리더군요.
그놈도 저처럼 가방 안 들고 온 놈이었습니다.
열받았던지, 다음 시간에 다시 두 놈이 안 내보내준다는 수위 아저씨와
대갈빡 터지게 싸우더니 보란 듯이 아저씨 앞에서 굳게 닫힌 교문 철창을 타고
유유히 빠삐용을 때렸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완존히 모교 망신 다 시켰죠.
그래도 전 끝까지 굳굳하게 자리를 지켰어요.
시험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다른 놈들 가족 친지들을 죄다 불러냈는지
얼싸안고 무등 태우고, 난리가 아니더군요.
저는 씩, 웃어 주고 짜라투스트라를 흔들며 유유히 그 전쟁터 속을 헤치고
나갔습니다. 찬 바람이 귓불을 쌔리 때리는 바람에 코트 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였죠.
춧-!
침 한 번 뱉어 주고 코트 깃 팍 세운 채 쓸쓸하고 고독한 뒷모습을 보이며
고사장을 떠나는 우리의 또.라.이....
바로 그것이 고3말의 제 모습이었답니다.
대학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암튼 지금까지 이렇게 굳굳하게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잖아요.
그게 중요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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