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글을 쓴다는 것.

작성자
Lv.15 공경도하
작성
15.10.10 01:13
조회
773

글을 쓴다는 건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플롯, 구성, 설정, 작법서..

물론 이런 것도 중요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활자화 할 것인가?

이것이 글쓰기의 핵심 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지어진 승무라는 시가 있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입니다.

 

 

승무(僧舞)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 지훈-

 

저는 이 시 

승무가

서정과 표현에 있어서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승무를 추는 비구니의

살포시 접힌 백의 가사의 유려한 동작과

아름답고 슬픈 눈동자를 지닌 파랗게 머리를 민

젊은 비구니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시를 지으신

조지훈님께서 한탄을 하며 하신 말씀이 있답니다.

 

어느 사찰의 비구니가 추는 승무를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시를 지었다.

그런데 시를 완성하고 나니

내 시에는 그 비구니의 승무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내 시는 비구니의 것과는 전혀 다른 승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비구니의 아름다운 승무의 1할도 나타내지 못한 게 이 시 승무다.‘

 

라며 한탄을 하셨답니다.

 

우리가 소설을 쓰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상상을 생각을 고민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글로 표현해 낼 수 있는가?

관건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상과 활자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은

오직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밖에는 없을 겁니다.

 

장르 소설에는 맞지 않는 사례이겠지만

유명 작가들의 경우에는 소설에 단어 하나를 적용하기 위해

하루 이상을 고민하기도 한답니다.

 

고민하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사이에

필력이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 작가님들,

그리고 예비 작가님들,

많이 고민하고 많이 써 봅시다.

 

제 짧은 생각에는 그게 왕도일 것 같습니다


Comment ' 2

  • 작성자
    Lv.50 와삭바삭
    작성일
    15.10.10 01:51
    No. 1

    좋은 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한혈
    작성일
    15.10.10 02:19
    No. 2

    좋은 말씀...
    오늘 밤 쓴 글 중에, 심득을 위한 명상을 마냥 늘리지 말고 사유의 끝을 언제나 언어로 명징하게 규정하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모호한 상태로 시간만 끌다가 결론짓지 못하는 명상은 백일 명상에 들어도 소용이 없다는... 나중에 더 깊은 사유로 그것을 수정하더라도 언제나 언어로 결론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깨달음이란 감각이 아닌 언어로 존재한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981 리메이크에 대해 궁금한점이 있습니다. +5 Lv.4 [탈퇴계정] 15.10.11 903
225980 소설표지 어떻게 하나요? +5 Lv.50 와삭바삭 15.10.11 952
225979 컴퓨터가 안되네요.ㅠㅠ 도와주세요. +9 Lv.57 가네스 15.10.11 874
225978 UFC 곤자가·린들맨 평행이론? 크로캅, 추억의 일진일퇴 Personacon 윈드윙 15.10.11 813
225977 왜 일요일이 되면 몰아서 아픈 느낌일까... +5 Lv.61 정주(丁柱) 15.10.11 929
225976 마녀사냥은 하지 맙시다. +11 Lv.8 [이후] 15.10.11 1,177
225975 휴대폰은 2g가 최고인데 이분들이... +11 Lv.55 짱구반바지 15.10.11 1,176
225974 갤럭시s6가 15ㅡ19만이라네요.... +16 Lv.99 낙월희 15.10.11 1,277
225973 이럴수가, 분명 발암인데...... +17 Lv.28 호뿌2호 15.10.11 1,192
225972 '~노'라는 말투를 쓴 결과, 오해를 받은 것 같습니다. +34 Personacon 가디록™ 15.10.11 1,354
225971 판타지 외에 일반적인 글/만화도 올리는 사이트가 생겼으... +12 Lv.99 만리독행 15.10.10 930
225970 세탁기가 양말을 먹었습니다...;; +10 Lv.99 미에크 15.10.10 972
225969 캔날 조심하세요.. ㅠ.ㅠ +14 Lv.24 약관준수 15.10.10 896
225968 작가지망생의 고민 아닌고민 +17 Lv.50 와삭바삭 15.10.10 1,207
225967 추천 조작에 대해서... +22 Lv.14 화살박치기 15.10.10 1,444
225966 ‘무호흡 파이터’ 김승연…로드FC 태풍의 눈 급부상 +4 Personacon 윈드윙 15.10.10 1,060
225965 작품 추천을 부탁하는 글 +10 Lv.1 [탈퇴계정] 15.10.10 869
225964 인터넷이 또 안되네요. +6 Personacon 적안왕 15.10.10 603
225963 V10 또 발견한 유용한 기능! +4 Lv.25 시우(始友) 15.10.10 873
225962 수방사 골때립니다. ㅋㅋㅋㅋㅋㅋ +8 Lv.55 짱구반바지 15.10.10 1,002
225961 어느새 가을야구하는군요. +14 Lv.68 바리사 15.10.10 756
225960 굉장히 멋진 언월도, 과연 실전성은? +20 Lv.60 카힌 15.10.10 1,132
225959 굳이 로맨스 +11 Lv.1 [탈퇴계정] 15.10.10 814
225958 캐피탈리즘 호! 하는 만화 완결 났네요 +1 Lv.15 Clouidy 15.10.10 1,184
225957 역시 옷 살 땐 친구와 같이 가야 해요....ㅠ_ㅠ +8 Lv.55 짱구반바지 15.10.10 832
225956 배고프면 +2 Lv.52 사마택 15.10.10 514
225955 아이폰 문피아앱 선호작 알림 되세요?? +1 Lv.77 쿠니미히로 15.10.10 700
225954 미국에서도 사칭은 죄가 됩니다. +19 Lv.68 바리사 15.10.10 1,021
225953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화법의 원칙의 준수입니다. +17 Personacon 대마왕k 15.10.10 749
225952 패딩 선택했답니다. +2 Lv.55 짱구반바지 15.10.10 619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