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단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는 이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건이랄 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첫번째, 저는 과거 양재에 살았는데요.
양재역 보도블럭에 보면 플라스틱 화단이 매달려있어요.
보도가 아닌, 도로쪽을 향해서 매달려있는데요.
어느 날인가 지나는데 화단들이 다 바닥으로 내팽개쳐져있습니다.
쭈뼛거리다가 화단들을 치우러 갔어요.
화분 흙이라 그런지 손이 금세 더러워졌어요.
흙까지 치우지는 못하고, 사고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화단들을 도보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제 길 가려는데 (10분정도 치웠으니까 오가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붙어있는건 아니잖아요.) 지나가던 사람이 이럽니다.
“에이, 더럽게시리.”
말하는게 ‘치울거면 끝까지 치울것이지 저렇게 놔두냐.’ 였어요.
두번째, 집에서 나오는데 집 앞에 있던 분( 두 분)이 큰 돈을 들고있었어요. 대략 수백만원은 됨직 해 보입니다. 그런데 바람이 날려서 그 분이 돈을 놓치는 바람에 수백만원이 바람에 날려버렸어요. 골목에 있던 집이라 주위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서둘러 돈을 같이 주워서 건네드렸어요.
그리고 주운 돈을 건네드리는데 옆에 선 분이 절 바라보며 이런 말이 나옵니다.
“야, 돈 맞는지 세어봐.”
세번째, 양재에서 불광까지 출퇴근을 하던 때였는데, 밤 11시쯤 막차를 타고 쭉 내려가고 있었어요. 3호선이니까 갈아탈 필요없이 편하게 가고 있었죠. 사람들도 많이 없었어요.
그런데 술에 취한 승객분이 한 분 탑니다. 그리고 소리소리 지릅니다. 사람들은 없었지만 여자분들도 계시고, 또 너무 화났다며(순화;;) 소리치는게 걱정되서 그 분 옆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어깨를 끼고 그 분을 제 옆자리에 앉혔어요.
그러면서 일어나지 못하게 손을 꼭 잡고 ‘예, 예. 어디에서 내리세요. 예, 예.“ 하며 이야기를 들어드렸어요. (들은건 아닌건가..싶은게, 그냥 손 꼭 붙잡고 있던게 다에요. 제가 덩치가 큰 것도 아니라 그 분을 붙잡고 있는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으면 타는 사람이 있잖아요.
새로 타는 사람이 저와 그 술취한 승객분(계속해 소리는 지르고 계셨어요)를 보면서, 저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봅니다. (쯧쯧, 에휴. 저렇게까지 민폐를 줄거면...소리도 나오구요.)
너무 창피해서 내렸어요.
첫번째 사건에서는 뒤에서 지켜보던 사람은 저를 보도블럭 화분을 무너뜨린 놈팽이로 봤겠죠.
두번째 사건에서는 돈을 몰래 빼돌려 도망치려는 사람으로 봤을테구요.
세번째 사건에서는 술취한 승객과 지인인, 못난 젊은이로 보였을 겁니다.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은 사람은 뭘 해도 누군가에게 욕을 먹는다는거에요; 사건을 보지 못한 사람은 자기 잣대로 사건을 결정지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제가 오해를 받고 욕을 먹었다고 제가 화를 내지는 않아요.
좋은 일 하자고 했는데 욕을 먹거나 오해를 받았다고 화를 내지는 않습니다.
저는 옳아요.
그런데 제가 거기서 같이 욕을 했으면 어떨까요.
첫번째 사건에서 ‘차 사고날까봐 일부러 치우는건데 왜 그렇게 바라봅니까! 눈깔 사시입니까!“
두번째 사건에서 ‘돈 주워줬는데 왜 의심하고 지-이야!’
세번째 사건에서 ‘사람들한테 손찌검갈까봐 붙들고 있는데 오해하지 마시죠! 불쾌하거든요?’
라고 말을 했다면?
남이 보는 결과도, 제가 기억하는 결과도 달랐을 겁니다.
옳으려면 끝까지 옳아야 해요.
아래 계절님의 글을 보면서 그 아줌마에게 더 화가 났어요.
그런 아줌마들은 남에게 욕을 먹든 말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니까요. 아직도 그 아줌마는 집에서 ‘에휴, 요즘 젊은이들은...’하면서 남 탓만 하고 있을 겁니다.
어떤 면에서는 계절님의 행동이 속시원하기도 해요.
그렇게 말을 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사회가 되어야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더욱 아쉬워요.
‘잘못을 지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저 일화에서 욕을 했다는 부분이 없었다면 정말로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에요.
옳으려면 끝까지 옳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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