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무협소설에서 주인공의 천재성을 묘사할 때
"나이 오 세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떼고....운운"라는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사서삼경'이란 논어, 맹자, 대학, 중용,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 '사서삼경'이란 말(개념)은 없습니다.
'사서삼경'은 조선시대 때 과거(科擧)와 관련해서 생겨난 개념으로서
조선 내(內)에서만 통용되었던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육예(六藝), 오경(五經), 구경(九經), 십삼경(十三經), 사서(四書)란 말(개념)밖에 없습니다.
1.육예(六藝)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인들이 중국고전을 불렀던 말로서 육예란 문명을
구성하고 또 포괄하는 근본적인 여섯 범주(category)를 뜻합니다.
①시(詩):노래가사나 시(詩)를 의미함.
②서(書):공문서, 특히 왕의 칙서라든가 행위를 기록한 글.
③예(禮):모든 제식을 적은 글로서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질서를 제공함.
④악(樂):노래와 작곡에 관한 글로서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화합을 제공.
⑤역(易):점치는 방법을 적은 글.
⑥춘추(春秋):역사를 기록한 글.
참고로 공자가 그 개념을 정립한 선비(士)들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으로서의 육예(六藝)도 있습니다.
이것은 예(禮:예법 알기), 악(樂:노래 알기), 사(射:활쏘기), 어(御:말타기),
서(書:글쓰기), 수(數:수리력)인데
예악(禮樂)은 문적(文的)이고 사어(射御)는 무적(武的)이며
서수(書數)는 문무(文武)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본 교양입니다.
임진왜란 이후 피폐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주자학의 말류적 해석이
지배하기 이전에는 선비들이란 최소한 문무를 겸비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중국에서는 이런 육예를 갖춰야만 제대로 선비 대접을 해주었죠.
무협소설에서 제대로 된 선비(주로 문사(文士)라고 표현을 하더군요)를
표현할 때 너무 유약하고 문적(文的)인 기질만 묘사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선 잘못된
묘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2.오경(五經)
우리의 '사서삼경'처럼 중국인들이 고전을 대표하여 나타낼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로서 한대(漢代)에 성립하였으며
육예에서 악(樂)을 뺀 나머지 오예에 경(經)을 붙인 것입니다.
즉, "시경(詩經)", "서경(書經)", "예경(禮經)", "역경(易經)", "춘추경(春秋經)"을 말합니다.
(漢代의 오경박사(五經博士) 제도를 모방하여 백제시대 때 오경박사 제도가
있었죠. 삼경박사는 없습니다.^^)
경(經)이란 '가장 중요한 텍스트'라는 의미입니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이후 한대(漢代)에 이르러 유명한
금고문(今古文)논쟁이 일어나게 되는 데 이 과정에서 그 동안 내려오던
고전의 경전화(經典化:canonization)가 이루어집니다.
경전화(=經化)란 시(詩)를 예로 들어 대강 말해보면,
잡다하게 여러 필사본으로 전해 내려오는 시(詩)를 정리하여 전범으로
삼을 수 있게 만든 책을 말합니다.
3.구경(九經)
위진 남북조 시대에 생긴 말입니다.
오경(五經)에서
예경(禮經)은 "예기(禮記)", "의례(儀禮)", "주례(周禮)"의 삼례로 분화하고,
춘추경(春秋經)은 "좌씨전(左氏傳)",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의
삼전으로 분화되어
남은 삼경(詩經, 書經 ,易經)과 함께 경(經)의 지위가 승계된 것을 말합니다.
4.십삼경(十三經)
당 태종 이후에 생긴 말로서 오경(五經) 다음으로 많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구경(九經)에 "논어(論語)", "맹자(孟子)", "효경(孝經)", "이아(爾雅:중국 고대의 사전)"를 더한 것을 말합니다.
5.사서(四書)
송대(宋代)의 주자(朱子)가 창안한 말(개념)로서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을 말합니다.
주자는 십삼경(十三經) 중에서 "논어"와 "맹자"는
집주(集註:이전의 모든 주를 모으고 재해석하는 작업)를 하고,
"예기(禮記)"에 붙어 있던 "대학"과 "중용"은
장구(章句:장(chapter)과 구(paragraph)로 나누어 분류를 해서 편집하는
작업)를 하여 독립적인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후 "사서집주(四書集註)"를 써서 주자학(朱子學)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을 건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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