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때는 처음 보는 숲속의 어딘가였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 보는 흑발 벽안의 몸뚱아리와 ”잘못된 이 세계”의 이야기가 적혀있는 책 한권 뿐이었다.
링크 : https://link.munpia.com/n/210328
프롤로그
메이아는 아침 일찍부터 잠자리에서 일어나 숲속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숲속의 아침은 고요하고 잔잔하여 궁술을 연마하기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숲속의 안은 간혹 위험하다는 마수들이 나오기도 하였지만, 사람들이 사는 인근 숲은 기껏 해봐야 평범한 멧돼지가 다였다.
집 마당에서는 어린동생이 가끔 일찍 일어나 뛰어놀기도 하였기 때문에 위험하였고, 집 근처에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그다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날 마을경비대장인 양아버지가 데려가준 숲의 공터에서 항상 연습을 하게 되었다. 적당한 넓이와 이곳을 아는 것은 가족들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표면상의 핑계일 뿐, 실제로 이렇게 사람이 잘 오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는 이유는 소설 한권을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보기 위해서였다.
『역시, 오늘도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어.』
그녀가 들고 있는 소설책은 한 판타지소설이었고, 그 책은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아니, 정확히는 오래전에 잊혀져버린 한글로 쓰여 있는 소설이었다.
───메이아가 살던 세계는 원래 이곳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는, 오래전의 21세기의 지구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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