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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펜들셤
작성
17.02.01 21:48
조회
216


티르빙이 루야의 부적으로 덕지덕지 봉인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마냥 조용한 날들이 이어진지 삼일 째 되던 날, 루야가 손님을 맞이했다.

"어, 그러니까."

앞에 앉아 새카만 삿갓을 만지작거리는 이를 떨떠름히 바라본 루야가 볼을 긁었다. 오래 살아왔지만 이렇게 마주한 적은 처음이라 루야의 얼굴이 난처함으로 물들었다.

"염라대왕의 사자가 여기엔 웬일이십니까?"

염라대왕의 사자, 일명 저승사자가 루야가 내민 차를 홀짝였다.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새카만 도포 자락이 땅에 쓸려 소리를 냈다. 힐긋, 그것을 내려다보며 루야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에도 그다지 밝지 않던 실내가 눈 앞의 사내로 인해 더욱 어두컴컴해져 있었다.

"제가 벌써 죽을 때가 됐답니까?"

살아서 저승사자를 만날 일이 없으니, 내가 죽을 때가 됐나. 루야가 침울하게 웅얼거렸다. 아직 못 받은 빚이 산더미같은데. 진즉에 백원 녀석에게서 받아둘걸. 아, 그래도 용현 그 자식에게서는 돈을 다 받아 다행이다. 비록 그 돈은 용현이 아닌 그를 아끼는 치현락에게서 나온 것이었지만. 아, 그러고보니, 치현락. 그 자식이랑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는데. 용현이랑 이어주기도 해야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굉장히 거슬린다. 내가 왜 용현을 치현락이랑 이어줘야 하는데? 흥. 입을 삐죽인 루야가 다시금 우울하게 생각했다. 아니, 그 전에 내가 왜 죽어야해? 나 아직 죽을 때 안된 것같은데. 건강도 하고.

루야가 혼자 삽질하고 있을 때 차를 한 잔 다 마신 저승사자가 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응? 눈 앞에서 제 어두운 기운보다 더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루야의 모습에 저승사자의 유리알같은 새카만 눈동자에 의문이 섞여들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손을 휘휘 저어 루야 근처의 제 기운을 걷어내며 저승사자가 물었다.

"왜 그러고 계십니까?"
"..전 아직 할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고.."

으응? 저승사자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루야의 마지막 말에 파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루야가 그런 저승사자를 불퉁히 바라보았다. 남이 죽는 것이 그리 즐겁습니까? 루야의 말에 저승사자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루야님께선 아직 돌아오실 때가 아닙니다."
"..그럼 왜 온겁니까, 저승사자께서."

루야가 웃음기 가득한 저승사자의 얼굴을 째려보며 툴툴거렸다. 웃음이 섞인 음성이 저승사자에게서 흘러나왔다.

"야마천의 전언입니다."
"야마천의?"

야마천. 저승의 10명의 시왕 중 5번 째 왕으로 발설지옥을 이끌고 있는 자로 세간에 알려져 있는 저승의 대표적인 왕이었다. 그런 이가 일개 인간인 저한테 전언이라고? 루야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그런 루야를 바라보며 저승사자가 큼큼 목을 다듬고 입을 열었다.

"암리타가 사라졌다. 그것을 찾아 돌아오라."

꽤나 만족스레 야마천의 흉내를 낸 저승사자가 뿌듯함에 미소지었다. 홀로 뿌듯함에 절어있는 저승사자를 바라본 루야가 인상을 찌푸렸다.

"왜 하필 저에게?"
"예?"

이번에는 저승사자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그 많고 많은 저승사자들을 두고 왜 하필이면 한낱 인간에 불과한 저한테 그 중대한 일을 맡기시는 거랍니까, 야마천께서는?"
"예에?"
"아니, 암리타라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제가 저승의 사람도 아니고, 그것을 어찌 안답니까."

저승사자의 눈에 충격이 곁들여졌다. 그런 저승사자의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을 뚱하게 바라보며 루야가 팔짱을 꼈다.

"그 많은 저승사자들은 뭘하고 저에게 떠맡기시는지 야마천의 의중을 알 수나 있을까요."
"그, 그것은."

저승사자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야마천께서 그런 말까지 하시지 않았는데..! 그냥 전언이라고만.. 당황으로 떨리는 새카만 눈동자가 둘 곳을 잃고 정처없이 떠돌았다. 산만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에 루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승사자가 이리도 멍청할수가. 고개를 내저은 루야가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에 움찔 몸을 떤 저승사자가 울상을 지었다.

"뭐, 저승사자께서도 명부의 일로 바쁘신 것은 이해합니다만."
".."
"제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을 야마천께서 모르실 일이 없겠지요."
".."
"그 분 덕택에 이렇게 모든 것을 기억한 채 살아가고,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각종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찬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루야가 말했다.

"뭐, 불필요한 기억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으니 넘어가고."

루야가 저승사자를 직시했다.

"그 부탁을 들어준다면, 야마천께서는 저에게 무얼 주신답니까?"

물음에 대한 답을 들고 온 것인지 저승사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저승사자가 신나서 말했다.

"후에 저승에 오시거든 소원을 하나 들어주신다 하셨습니다."
"소원?"
"네."
"소원이라."

흠, 루야가 턱을 괴며 저승사자를 바라보았다.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저를 바라보는 저승사자가 꽤 귀엽다. 그런 생각을 하며 루야가 물었다.

"어떤 것이라도?"
"어떤 것이라도."

루야가 히죽 웃었다.

"콜."
"예? 콜?"

그게 무엇인지요? 고개를 갸웃하는 저승사자를 떨떠름히 바라보며 루야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 사인을 그렸다.

"알았다고."
"아-"

그런 뜻이었습니까? 간단하네요, 콜. 좋네요. 새로운 것을 알아낸 저승사자가 눈을 빛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저승사자도 현대 문물을 많이 접한 것처럼 나오던데, 눈 앞의 이를 보니 그것은 아니었나보다. 옷차림새도 옛날 풍에 말하는 것도 옛 사람같았다. 뭐 어쨌든.

"그런데"
"네?"
"누가 들고갔는지는 아십니까?"
"그것을 알았으면 이미 범인을 잡았겠지요?"
"아니, 그러니까. 대충 짐작가는 범인이 없냐구요."
"아-"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지기들이 당했습니다. 암리타를 밤낮 구분없이 지키던 자들이지요. 감히 그들을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저승에 없을만큼 강한 자들입니다만, 그들이 처참하게 당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 문지기가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루야의 말에 저승사자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치료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승의 도깨비들은 자체 치유력이 뛰어나 금방 상처를 회복할 수 있지요. 그런데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결국 서천꽃밭에 가서 한락궁이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한락궁이라면, 뼈오를 꽃과 살오를 꽃으로 유명하신 분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 분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상처가 심했습니까?"

저승사자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예. 그래서 야마천께서 악마의 짓이라고 짐작하고 계십니다."
"..악마?"

루야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악마. 이것은 세간에는 지옥에 사는 타락한 자들이라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유럽의 천사들이 죄를 짓고 쫓겨나 타락한 존재들이었다. 동양에서는 악마가 없었으며, 대신 도깨비가 존재했다. 도깨비와 악마는 엄연히 다른 종족이었다.

"악마가 어째서?"
"그건 저같은 미천한 놈이 알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저승사자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도대체 아는게 뭐랍니까? 루야가 타박했다. 그에 저승사자의 어깨가 더욱 축 쳐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루야가 생각했다. 악마들이 암리타를 탐낼 이유가 뭐지? 암리타라고 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암브로시아와 넥타르와 같은 신의 음식이었다. 단지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암브로시아와 넥타르가 끊임없이 생산되는 음식이라면 암리타는 단 하나 뿐인, 감히 신들도 탐낼 수 없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다고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이후의 일은 저같은 인간이 알지 못했다.

"악마들이 암리타를.."

왜 암브로시아와 넥타르가 아니라 암리타였을까. 기억을 더듬어 생각했다. 루야의 많고 많은 기억들 중 존재하는 단 하나. 신들의 나라 올림푸스. 오로지 그곳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신들의 음식을 죄를 짓고 영원히 하늘을 올려다보지 못한채 지옥에 쳐박혀버린 악마들이 탐낼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암리타 뿐.

"하지만 왜?"

그것이 없더라도 오랜 시간을 살아갈 존재들이었다. 루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오랜만에 머리를 써보려하니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루야가 숨을 푹 내쉬었다.

"혹, 무저갱에도 침입이 있었답니까?"
"예?"

스스로 차를 따라 홀짝이던 저승사자가 곰곰히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여즉 무저갱을 침략하여 성공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걱정마시지요."
"그럼 아닌데.."
"무엇이 말입니까?"

눈을 반짝 빛내며 상체를 숙이는 저승사자를 힐긋 바라본 루야가 어깨를 으쓱였다. 머릿속에 찝찝하게 떠올랐다 사라진 이의 이름에 루야의 눈이 가늘어졌다. 감히 야훼에게 반기를 들고 지옥에 쳐박혀버린 계명성. 새벽녘 동쪽 하늘에 뜨는 지독히도 밝은 별, 흔히 알려지기로 타락 천사 '루시퍼'.

그러고보니 최근 사라진 것이 바로 놈의 혈액이었다. 작은 유리병에 든 채로 시커멓게 죽어가던 피. 어째서 그 불길한 것이 세상에 떠돌다 제 손 안에 들어왔는지는 여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유리병이 있었던 곳을 힐긋 바라본 루야가 톡톡- 탁자를 두드렸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리 됐네요."

옆에 놓아두었던 삿갓을 덮어쓰며 저승사자가 몸을 일으켰다. 한창 생각 중이던 루야가 퍼특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카만 도포 자락에 머리칼, 그리고 삿갓까지. 하얀 것이라고는 창백한 얼굴 뿐인 그 모습에 루야가 킁, 콧잔등을 찡그렸다.

"차 잘 마셨습니다."
"아, 예."

단정히 몸을 숙여 인사해 오는 저승사자에 마주 인사하며 루야가 웃었다.

"야마천께는 루야께서 기꺼이 도와주겠노라 응하셨다고 전해드리겠습니다."

기꺼이는 아닌데. 루야가 태클을 걸려다 입을 다물었다. 꽤나 기분 좋아보이는 저승사자의 얼굴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툭툭 우그러져있던 도포를 치며 저승사자가 웃었다.

"다시 뵙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의 고귀하신 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저승사자의 모습에 루야가 눈을 깜빡였다. 그나저나.

"고귀하신 분?"

뭐야 그게. 루야가 짭,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


3번째 챕터에서 나올 이야기를 한 번 맛보기로 공개했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CS소미
    작성일
    17.02.02 09:33
    No. 1

    퓨전 판타지라니~ 기대됩니다!
    카리에드님 작품 건필하시고,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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