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장을 함께 해주세요.
-본문중-
시록은 휴고의 기를 느낀다. 낯설다. 그가 알던 휴고가 아닌 것 같았다. 차갑고. 강하고. 두터운 어둠조차 베어버릴 만큼 예리했다. 무결점의 검 날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 ... ...
... ... ...
오른쪽 다리를 꼭 끌어안던 아이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도 한 번 안아주지를 못했다.
이름도 지어주지 못했는데.
사막의 달빛도 녹여내지 못한 슬픔에. 그의 세상을 받쳐오던 두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그 작은 것이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으면. 덜 익은 걸음으로 도망치려고 했을까.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으면. 막 배우기 시작한 말로 잘못했다고 빌었을까.
땅에 얼굴을 묻고 몸부림치며 가슴을 쥐어뜯는 인간의 오열 속에. 먹이사슬을 군림하던 사막의 포식자들도 두려움에 떨었다.
네가 무엇을 잘못했니? 아직 두 살도 안 된 네가 무엇을 그토록 잘못했니? 시발. 누구든지 대답 좀 해봐.
차갑게 식은 모래를 씹어 삼키며 비탄을 토해낼 때. 말라버린 아이의 심장처럼. 그의 심장에 있는 피와. 그의 영혼까지도 모조리 말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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