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link.munpia.com/n/393920“하은아, 우리 내년에도 여기서 별 보자! 어때?”
다음을 기약하며 내게 손가락을 내밀었던 너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날 떠나버렸다. 오직 나만을 바라봐주던 까만 눈동자는 더 이상 나를 담지 못했다. 점점 너를 잊어가는 사람들이 미웠다. 난 널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데.
그 미움이 야속하게도 나 자신도 점점 널 잊어가는 듯 했다. 너의 미소를 떠올리려 하면 회색 물감이 칠해진 듯 흐릿해졌다.
“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그 손을 놓지 않았더라면 널 지킬 수 있었을까.”
네가 떠난 후, 한동안 나의 하루는 자책만 하다가 지나가 버릴 뿐이었다. 네가 떠난 게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어디가?”
“남자 친구 만나러.”
“너 남자 친구 생겼어?”
“.... 권도원. 오늘 기일이잖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학교 앞을 지나던 중이었다. 그저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는데, 내 발걸음마저 널 그리워하고 있었나 보다. 그뿐이었다. 그냥 매일 널 그리워하며 널 떠올린 것뿐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내 눈앞에 네가 나타났다. 꿈만 같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걸까?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그 얼굴을 본 순간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가슴 싶은 곳에 숨겨두었던 그 말을 뱉을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나는 줄곧 이 말을 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으니까.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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