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좋았으니까, 좋아했었으니까. 하지만 반가워 하면 안 될 일이었다. 솔직히 이혼 전적이 있다는 것은 괜찮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나는 박영호, 그 커다란 녀석의 양아버지가 될 자신이 조금도 없었다.
아직 말 못하는 애기라도 쉽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그렇게 크고, 목소리 걸걸하고, 코와 턱 밑, 그리고 알고싶지 않은 어딘가에 억센 털이 스멀스멀 자라는 시커먼 사내 놈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아들로 받아들인단 말인가. 심지어 싸우면 질 수도 있을걸... 물론 싸울 일은 없겠지, 그래도 법의 보호를 받을 테니까... 말로 잘 타이르면 들을 거야... 아니 뭐 아무튼.
내가 희주씨를 아무리 좋아한대도 그 짓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니, 조금의 여지도 없는 그냥 불가능 그 자체다.
그래서 그러고 있었다. 그 메세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성인 자식이 있는 이혼녀라는 수식어를 되뇌며, 불쾌한 척 욕을 뱉으며, 반가움을 지우고 있었다.
"아이 씨..."
나는 다시 뒤로가기 버튼에 화풀이를 했다. 성질은 내야겠지만 망가져서는 안 되는 핸드폰을 강하지만 정확하게 푹신한 이불 위에 집어 던지고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다.
-> 더 많은 이야기는 <김철수의 꿈> 본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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