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급 마인의 애착인형 « 문피아 연재방 (munpia.com)
조금씩 괴물이 되어가는, 어쩌면 이미 되어버린 재앙급 마인들과
그런 이들을 인간으로 보고자 하는 한 사냥꾼의 이야기.
*
그렇지만, 지금 날 끌어안고 있는 소원이의 온기가 너무도 따스해서.
“오빠랑 있는 동안에는, 이제까지의 모든 일이 다 꿈만 같은 거야. 우리 가족이 죽은 것도, 시설에서 겪은 것도, 괴물들을 찢어죽인 것도······. 마치 다른 ‘내’가 한 것처럼, 기억은 있지만, 실감은 없어.”
스무 해 동안 갈고닦았던 사냥꾼의 칼날도 무뎌져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다른 ‘내’가 되는 게 무섭지는 않아. 그래도, 이왕이면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지금의 ‘나’로 있고 싶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외로운 사람에게, 타인의 호의라는 독은 생각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
“그래, 내가 도와줄게.”
“정말?”
“약속.”
그러나 언제까지나 소원이를 사람으로 잡아 두진 못할 것이다. 소원이는 언젠가, 진짜배기 재앙이 되고 말 것이다- 어렴풋이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 때, 나는 이제껏 쌓아올린 모든 마음과 관계를 허물 수 있을까. 시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살 폭탄을 쥐고 너의 심장 속으로 달음박질할 수 있을까.
네가 지금보다 더 소중해진다면.
“그런데 너도 아까 약속 어기지 않았어?”
“아아, 너무해!”
나는 농담 속에 그 무거운 생각들을 묻어두었다. 그게 어리석은 선택임을 알면서도,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조금만 더.
- 본문 中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