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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 ELBD
작성
19.06.29 00:09
조회
53
"이 밥만 축내는 시꺼먼 꼬맹이가."

혼자 생각하고 판단한다.
소년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물어보고 가르침 받을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었다. 그랬기에 항상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했다.

"눈치껏 네가 미리 패밀리 모두의 몫까지 가져다 놨어야지!"

...자신이 맞게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는가?
신세를 지고 있는 곳에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거나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소년은 불안한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이따금 자신에게 던지는 거구의 사내들. 언어의 장벽과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패밀리의 어르신들과 자신 사이의 불화를 가중했다. 

"싹싹하게 구는 귀여운 구석 하나 없어서는. 봐라, 너보다 나중에 들어온 저 계집아이도 벌써 패밀리와 마주치면 공손히 인사부터 꼬박꼬박 잘하는데!"

서로 표정은 굳어져만 가고, 상대방은 목청이 커져만 가는데 소년은 일절 침묵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때부터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상대의 화풀이가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뿐이다. 보스 루체나 그녀의 따님인 아리아 둘 중 한 명이 찾아와서 소란을 중재해줄 때까지는 말이다.


◆◆◆◆◆◆◆◆◆◆◆◆◆◆

Kanashiki Mono (서글픈 자)
Episode 4: 환청

◆◆◆◆◆◆◆◆◆◆◆◆◆◆


(늦게까지 연습하고 싶어. 하루는 너무 짧아... 하지만.)

패밀리의 어르신들에게 걱정을 끼칠 수는 없다.
알고 있다. 그들이 역정을 내는 까닭이 소년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 쯤은. 패밀리의 모두는 엄격한 규칙 하에 단체로 행동해야 했다.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 각자의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야만 패밀리의 일원으로서 제 몫을 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항상 따로 떨어져 규격을 벗어나는 활동을 하는 소년은 관리하기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닌 것이다.

(또 늦으면... 분명, 그 할아버지가... 이렇게 말하겠지.)

대부분의 패밀리의 일원들은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 신경 쓸 겨를이 없기에, 그 역할은 비전투원 중 하나에게 돌아가게 된다. 소년을 담당하는 그 노인은, 현 보스인 루체가 어렸을 적 부터 굉장히 오랜 세월을 질리오네로의 수호자로서 활동해 왔다는 소문으로,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로는 신규 유입되는 신참들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뭘 하려거든, 무조건 내게 먼저 보고하고 나서 행동하라 했을텐데.-

한쪽 눈이 나빠져 착용한 외안경 틈새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그의 눈가의 주름살 중 일부는 노화에 의한것이 아니라 전투원 시절 타 패밀리에게 입은 상처라는 소문이 있으나, 자세한 진위는 갓 패밀리에 유입된 소년이 알 길이 없었다. 하지만, 노인이 항상 뿜어내는 무거운 위압감만큼은 입소문의 뒷받침조차 필요 없는 진짜배기만의 것이었다. 노인은 유난히 소년에게 말을 걸 때에는 눈가의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패이며...

-허락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다 이제 들어오는 거냐 이 꼬맹이가!-

"...!!!"

핫, 하고 눈 깜박할 정도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
「悲しき者よ」
Thou, the sorrowful being...

Kanashiki Mono (서글픈 자)

D5E7zWPUIAEbP0D.png

(이미지 출저: 렛파 @retpa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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