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가상현실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만들어낸 ‘가상’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 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다른 행성, 다른 세상.
우리 둘의 육체는 이 지구 위, 이 피방 아래, 이 창고 안의 이상한 의자 위에 놓이겠지만, 우리의 영혼은 이 우주 어딘가 이름 모를 행성 어느 장소, 어느 문명 사회 아래 툭하고 내던져진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목표, 살아남을 것. 두 번째 목표, 트로피를 찾을 것. 그뿐이야. 기한은 없고, 그쪽 세계와 이쪽 세계를 들락날락 하는 건 게이머 자유. 다만,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이쪽 세계로 와도 그쪽 세계의 육체는 그대로 존재하는 거니까. 잠을 자고 있는 걸로 되는 거지.”
나는 몸을 일으켰다. 아직 정신이 몽롱했지만 최대한 똑바로 서려 노력했다. 온몸이 후끈거렸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 전시방 한가운데에서 그 장면은 연출되었다. 그러나 그림들이 타거나 하지는 않았다. 물론 녹아내리고 있기는 하리라. 그래, 저 작은 소녀와도 같이 말이다.
설마……?
일상이의 표정을 보니 그 설마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체를……, 능욕하는 것인가.
판타지 세계에 와 버렸다.
찢어 발긴다. 머리부터 뽑았다. 척수를 빨아먹는다. 눈알을 뜯었다. 하나씩 씹어 육즙을 음미한다. 수많은 뼈, 뼈, 뼈, 뼈, 그 하나하나를 바르고 또 바른다. 분지르고 또 분지른다. 똑. 똑. 똑. 이제 질렸다. 다 뭉갠다. 뭉개고 뭉개고 또 뭉갠다. 짓뭉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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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분들을 스승님 앞에 모셔 오게 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민수라고 합니다.”
“일상이라고 합니다.”
노인의 똑바른 시선이 우리 둘의 얼굴을 번갈아 향했다.
“자네들, 호문쿨루스구만.” 가장 위대한 연금술사의 첫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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