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Jasmin Merdan)
저녁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섣부르고, 낮이라고 말하기엔 상당히 적막하고 어둑해진 즈음이었다. 내리쬐던 햇볕이 물러간 지 꽤 되었거늘, 이름 없는 소년의 몸에선 비가 내리듯 계속 땀이 흐르고 있었다.
(후우-)
소년은 호흡했다. 등이 전부 젖어 옷감을 짙게 물들이고, 젖은 단발머리가 소년의 이마며 볼이며 목 언저리에 가닥가닥 잔뜩 엉겨 붙어 있었다. 계절이 무더운 탓도 아니었다. 바람도 선들선들 부는 이 늦여름과 가을 사이의 선선한 계절에 이 무슨 연고인가 하니, 가슴 속 그의 의지가 아이답지 않게 뜨겁게 타오르고, 그 끈질긴 집중력과 노력에는 마치 하늘도 탄복한 듯하였다.
(......)
소년은 눈을 감고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정교한 자세를 유지하며 칼날 위에 선 채 그대로 몇 시간이고 지났다. 헐떡임조차 조심스러운 고요하고 혹독한 훈련.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아이의 순수 자발적인 행위.
세간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를 두고 "죽을힘을 다한다"고 일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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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ashiki Mono (서글픈 자)
Episode 2: Deathp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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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에 얽힌 속담은 많았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굽히지 않는다.
궁지에 빠진 쥐가 고양이를 문다.
목숨을 잃는 것도 두려워 않고 몸을 던진 이들이 만들어 낸 신화의 함축성 격언.
그것은 선천적인 능력의 범위, 필살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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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しき者よ」
Thou, the sorrowful being...
Kanashiki Mono (서글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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