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아직 이름이 없었다.
한결같게 검게 차려입은 Famiglia(패밀리)의 사내들은 그 아이의 출저를 모른다. 다만, 심부름을 시킬 요량으로 필요해졌을 때나 식사 시간 때 이따금 아이를 부르기 위해 지칭하는 용도의 언어라면 있었다. 대강 "머리 검은 꼬맹이" 라거나, "단발 노랑 눈", 그도 아니면 아이가 그때그때 입은 옷매무새에 따라 호칭이 적당히 달라졌다. 어느 날은 "흰 부츠 신은 애", 또 다른 날은 "검은 목티", 어떤 날은 "흰 장갑 소년"이 되어있었다. 아이의 지칭 방식은, 사실 누구든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불렸다가 잊히길 반복했지만, 마치 그에게 몰래 잠재되어 있던 재능과 미래를 암시하듯 무언가 하나에 정착되는 일 없이 그렇게나 유동성 있게 흘러갔다.
아이에게 아직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었다.
여태껏 지어준 자가 없었는지, 원래 이름이 있었는데 잊혀진 건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누군가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하나의 객체로서 불릴 정도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너무 일렀다고 보는 게 더 합당했다. 이탈리아어가 안 통하는 출처 모를 외국 아이의 이름 같은 것, 누구 하나 관심을 가지고 물어봐 기억해 주고 불러주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책을 읽는 것도, 사람과 대화하고 친해지는 것도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TV로 만화영화를 틀어줘도, 번화가에 데려가 이것저것 보여줘도, 다 같이 모인 식탁 위에 맛있는 요리가 차려져 있어도 언제나 서먹서먹한 무표정을 일관하던 외톨이 소년. 그런 그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되려 패밀리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지루해 견디지 못하고 금방 잠들게 만들어버렸던 어떤 이국의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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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悲しき者よ」
Thou, the sorrowful being...
Kanashiki Mono (서글픈 자)
https://blog.munpia.com/riku2580/novel/157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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