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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액션] 포맷 32화. Knight(8)

작성자
Lv.21 흙과불
작성
17.07.26 00:45
조회
110

유부남된장찌개.

오늘도 킬러비는 이 곳에 들렀다.

근처의 다른 가게에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하고 저녁시간도 되어서 한 번 더 확인 차 들른 듯하다. 구수한 향기.

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였음에도 참을 수밖에. 킬러비는 어제와는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오늘은 김치찌개.

불그스름한 비주얼에 매콤한 향기.

조그맣게 깍둑썰기 한 푸짐한 돼지고기에 얇게 썬 두부 약간의 검정깨가 더욱 입맛을 자극한다. 어제와는 다르게 군침이도는 킬러비.

 

[흐음...이건...좀 맛있겠는데...?]

 

아직 식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추운겨울임에도 킬러비의 이마와 코가 젖어있다.

국물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가 얼큰 짭짜름한 맛에 눈이 커진 킬러비.

그런 킬러비를 두 남자는 스리슬쩍 주시하고 있다.

 

[그래도 김치찌개는 입에 좀 맞는가 보제...?]

 

[기다려 봐라. 이제 한 숟가락 했다.]

 

백곰과 불곰은 행여나 킬러비가 들을까 소곤소곤 댄다.

찌개를 두어번 더 떠먹더니 고슬고슬 하얀 밥을 반 수저 떠서 김치찌개에 슬쩍 적셔먹는다.

그리고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음미하는 그의 모습이 어딘가 부조화를 이룬다.

 

[...저 봐라봐라. 무신 외국인이 김치찌개를 와인 음미하듯이 묵나? 진짜 맛있나보다 큭큭큭 저 양반 된장파 는 아이고 김치찌개 파인가보다. 큭큭큭큭]

 

[내랑 같네. 내가 또 된장보다 김치찌개 박사 아이가. 흐흐흐흐]

 

찌개 속 잘게 찢어진 김치를 서투른 젓가락을 사용해 밥 위에 올리고는 이번에는 크게 한술 떠서 입에 구겨 넣는다. 오물오물 씹어대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주문했던 메뉴판을 슬쩍 쳐다본다.

 

-이런 강렬한 vegetable soup!! 미트볼이 아닌 통으로 넣은 돼지고기에 담백한 bean curd!!

 

[..흐음..........벌컥벌컥...~..]

 

연신 고개를 저으며 리액션 을 남발하는 그의 모습에서 취향저격 음식임을 알 수 있었다.

매우면 흰 쌀밥과 물을 넘기고 매운 기가 가시면 다시 찌개에 손이 가는 그야말로 궁극적인 마성의 음식이었다. 어느새 밥한 끼를 뚝딱 해치운 그는 매운지 혀를 스읍스읍 차며 한 공기를 더 추가한다. K국의 김치찌개가 진정한 밥도둑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김치를 바꿔서 그라나. 정신을 못 차리고 먹네. 큭큭큭큭]

 

[그런가 보다. 흐흐흐흐 남도 김치로 잘 바꿨네.]

 

백곰과 불곰이 흐뭇해하며 재료손질과 설거지를 한다.

 

[뭐가 그리 좋나. 손님 좀 많이 오셨나.]

 

[[오셨습니까. 흐흐]]

 

상철과 멸치가 어느새 가게로 들어와 킬러비 근처로 자리를 잡는다.

 

[형님 배고프다. 된장 말고 뭐 없나.]

 

멸치가 주변 손님들의 식사하는 모습을 둘러보며 말한다. 킬러비의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흑발이지만 눈빛과 풍겨지는 분위기가 외국인이 분명한데 김치찌개에 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 김치찌개 어떻습니까.]

 

[좋지. 오늘은 그걸로 하자.]

 

멸치는 김치찌개를 주문하고 습관적으로 생방송 중인 야구에 눈이 간다. 상철도 같이 야구를 본다.

 

[하여튼. 루츠 드워프. 야구 참~몬한다 몬해...그나저나 형님. 아직 태곤 형님에게 그놈정보 안 왔지요~?]

 

[. 일 맡겠다고 하니까 바로 보낼 것처럼 하더니 아직 소식이 없다.? 뭐 급한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상철은 시선은 야구에 눈이 간 채 무심한 듯 말한다.

잠시 후.

보글보글 듣기 좋은 소리와 매콤한 냄새를 풍기며 둘의 테이블에 김치찌개가 도착했다.

 

[~! 냄시좋다! 형님. 식사하시지요.]

 

[그래~맛나겠다. 먹자.]

 

[많이 드십시오. 흐흐]

 

상철과 멸치는 한창 식사에 빠지고 킬러비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밥값 외에 팁까지 챙겨주며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나간다.

 

[...뭐고. 팁도 주나. 백곰아. 김치찌개가 진짜 대박이긴 하나보다. 무신 팁을 밥값의 5배를 주노? 킥킥킥 별일이다 야. 킥킥]

 

[진짜가. 대박이다. 킥킥]

 

둘은 서로 낄낄대지만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잡다한 일을 하고 있다.

저녁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손님들이 한번 에 빠져 치울게 쌓여있기 때문이다.

 

-띠링

-띠링

 

상철과 멸치에게 거의 동시에 메시지가 왔다. 태곤이 보낸 메시지였다.

 

[왔네. 참 빨리도 보낸다. 쩝쩝. 백곰아. 가게정리 다하면 문 닫고 둘 다 이리온나.]

 

[. 형님. 금방 가겠습니다.]

 

멸치가 밥을 먹으며 전송된 내용을 홀로그램으로 띄운다.

킬러비의 얼굴과 대략적인 신체정보 예상 활동반경지역 등이 기록돼 있었다.

 

[스읍...고놈 참...어딘가 낯이 익네...]

 

멸치가 숟가락을 입에 문채 유심히 살펴본다.

그러다.

 

-철그랑.

 

멸치가 입에 물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린 채 두 눈이 커지며 말까지 더듬는다.

[...형님...그 그놈!!]

 

[! 아는 놈이가.]

 

상철이 급 관심을 보이며 확인한다.

그리고.

 

[...이놈 방금 옆에 있던..?]

 

멸치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을 한다.

 

-우당탕!

 

둘은 거의 동시에 급히 일어나며 외투를 챙겨 입고 가게를 나선다.

백곰과 불곰이 놀란 눈으로 둘을 바라보며 묻는다.

 

[형님. 뭔 일입니까!?]

 

[. 이따 연락하면 나올 준비해라.]

 

멸치와 상철은 급히 킬러비를 쫒아 나왔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하아....어떻게 눈앞에 있었냐...]

 

[멸치야.]

 

[. 형님.]

 

[태곤 형님한테 연락 넣어서 그놈 발견하면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봐라. 생포를 하는 건지 아님 정말 그놈 위치만 찾아서 보고하면 되는 건지. 오늘 안에 잡을 테니 돈 준비 해놓으라고 해.]

 

상철은 멸치에게 명령을 내리고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리고 불곰과 백곰에게 역전부근에 있는 인맥을 총 동원해서 킬러비의 몽타주를 전송하고 놈을 보는 즉시 연락을 달라고 명령을 내렸다.

 

cut.

 

 

푸산항 부근 얼음창고.

태곤과 창식, 십여 명의 부하들 그리고 그들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한 남자.

추운겨울이지만 심하게 구타를 당해 옷이 이리저리 찢겨 반나체 상태로 울부짖고 있는 한 남자.

 

[......왕회장......내가 잘못했어..진짜 미안해..?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태곤은 말없이 의자에 앉아 울부짖는 남자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손가락을 까딱 하자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로 태곤에게 슬며시 기어온다.

 

[어이. 공무원. 우리가 이리저리 상납하고 뺑뺑이 도는 게 참 우습고 만만하고 그랬지요.~? 얼마나 우스웠으면 너 같은 말단 놈까지 하....]

 

태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짓고 무릎 꿇은 남자는 말없이 두 손 모아 고개를 숙이고 덜덜 떨고 있을 뿐이다.

 

[창식아 칼 가온나.]

 

태곤의 말에 창식이 외투속 가슴 언저리에서 날이 시퍼렇게 선 회칼을 꺼내들어 태곤에게 조심히 건넨다.

 

[...뭐야!! 왕회장!! 아니...왕회장님!!! 경찰 죽이면 사형인거 몰라.!! ...이러지마!!!]

 

경찰은 양손을 들고 기겁을 하며 태곤일행 들을 둘러본다. 실수하지 말라고 호소하는 듯하다.

 

[....그래. 너무 오래 찌그러져 살았지. 동생들~~징역 보내고 이것저것 무서워가 살겠다고 발버둥 치고 이놈저놈 돈 맥여가 질질 끌고 살아서 이지경이 된기라. 깡패가 공무원 무서워 하는 순간 그냥 끝나는 긴데... 뭐 언제 죽을지도 모르겠고... 더 이상은 가오 상해서 안 되겠다. 절마 좀 일으키라.]

 

태곤의 한마디에 부하 두 명이 경찰을 움직이지 못하게 포박한 채 일으킨다.

 

[..으흑... 회장님..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5..5천뿐이 안 받았습니다..잘못했습니다..]

 

[5...?...김 과장. 내가 당신네 서에 떡값이며 회식비며 당신네 애새끼들 학자금까지 쳐 먹인게 얼만데 고작 고것먹고 나를 팔아? 에레이~!!]

 

-쑤걱 쑥쑥!!

 

[끄아아~!!!커억...!!]

 

태곤은 회칼로 김 과장의 허벅지를 빠르게 세 번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머리채를 잡고 무섭게 노려보며 말을 잇는다.

 

[. 아프나? 고마 운줄 알아라. 옛날 같았으면 네놈 장기 꺼내 싹다 팔았을 낀데... 세상이 좋아져가 인공장기 덕에 손 안대는 기라. 깨끗하게 보내줄게. ...그라고 니 딸내미랑 아들 내미는 내가 잘 취직 시켜 주께. 그동안 받은 거 아새끼들 이라도 갚아야 할 거 아니가? 효도해야지. 그쟈?]

 

태곤이 비열한 표정으로 협박을 한다. 그의 얼굴이 소름끼치게 섬뜩하고 의외의 모습에 부하들마저 긴장을 하고 있다.

 

[회장님......제가 뭐든지 할게요...제발..우리 애들만은 살려주세요...잘못했습니다....]

 

공포에 떤 김 과장은 바지에 소변까지 지리며 용서를 빈다.

치안이 좋기로 소문난 K국에서 그것도 경찰인 자신은 한 번도 이런 공포를 느껴보지 못했기에 자신의 앞에 있는 태곤이 전지전능한 죽음의 신인 듯 느껴졌다.

 

[살려줘? 내가 과장님을 살려줘야 할 이유를 말 해봐. 적당하면 내 살리줄게.]

 

[...그놈들 나한테 정보 물어본 그놈들...누군지 알려줄게요! 다 알려줄게요!!]

 

[글마들 정보 알아서 우짤낀데 필요 없다. 우리 이용해먹을라고 한 거 말고 더 있겠나? 딴거 없음 기냥 죽인데이~]

 

[..!아니야!! 왕회장님!!! 그놈들....그래!! 팰러딘 팰러딘 이라고 했어!! 내가 그놈들 조사 좀 했거든. 그놈들이 준 돈....나도 팀장이랑 나눠 먹은 거라고... 팀장이 누가 주는 건 줄은 알아야 한다고 해서...]

 

[팰러딘...?그게 뭐고?]

 

김 과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오픈했다.

팰러딘이 하는 일과 그들이 가드하는 나이트들. 상황이 끝나고 나면 추가금을 더 지급할 테니 관할 내에서 특별한 일이 생기더라도 신경 쓰지 말라는 부탁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창식이 태곤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회장님. 애들 풀어 알아봤는데 글마들 타고 온 전세기 하며 전세기에 있는 마크. E국의 귀족 놈들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킬러비인가 하는 남자한테 안 드러내고 접근 하려고 우리를 사냥개로 쓴거 같습니다.]

 

----웅웅--

 

태곤에게 걸려오는 전화.

전화를 받는 태곤의 얼굴이 점점 밝아진다.

통화를 마친 태곤이 조금 전과는 달리 밝게 웃으며 입을 연다.

 

[창식아. 김과장 부선생한테 보내서 치료시키고 옷도 한 벌 사다줘. 치료 끝날 때 까지는 잘 감시하고. 그라고 멸치한테 연락 왔다.

그 벌인가 뭐인가 하는 그놈 푸산역 근처에 나타난 모양이다. 오늘 안에 잡을 거 같으니까

애들 최대한 끌어 모아.]

 

[어떻게...하실 생각이신지..]

 

[어떻게 하긴? 사냥개는 사냥 끝나면 죽는 거 모르나? 킬러비 라는 놈 잡아가 딜을 하던지 수틀리면 그땐 전쟁이지. 아무리 날고기는 귀족 놈들 이라 해도 남의 집 안마당에 들어왔으면 그냥은 못가지.]

 

절대 쉽게 죽지는 않겠다는 집념이 보이는 태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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