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송승근
작품명 : 북 오더.
출판사 : J 노블.
* 마침 송승근님의 전작, 하울링에 대한 감상평이 있길래, 혹시나 이 작가분에게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콤보 비평에 들어가려 합니다.
01. 너무나 많은 요소들에 놀랐습니다. 책 두께도 두께지만,
한 권 안에 무척이나 많은 요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등장 인물들도 상당히 많고 이런저런 소재들이 꾸역꾸역 들어가 있지요. 막말로 어딘가에서는 이 작가님을 '설덕후'라고 부를 정도더군요.
과연.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작가가 자기 작품에 얼마만큼의 요소를 집어넣느냐는 작가 마음이니까요. 하지만 북 오더의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그것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배려라곤 눈꼽 만큼도 없습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이해해야 할 요소들이 산재해 있는데 구성까지 복잡복잡 하니 어질어질 할 수밖에요. 두 번이나 수정을 했다지만, 어째서 이렇게 까지 구성을 복잡하게 하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건 마치 독자에게 두뇌 싸움을 신청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자기 스스로 작품 안에 설정을 많이 집어넣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철저한 구성 아래 독자가 자연스레 이해하게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품은 철저히 작가 주관대로 밀어붙입니다.
당연히 글을 읽으며 놓치는 부분도 상당수이지요. 글을 읽으면서,
"어, 이건 뭐지? 이 캐릭터는 뭐였드라... ... 아, 그 부분에 나왔던 애들이군. 어라? 이게 왜 이렇게 되지? 이건 무슨 상황이야? 이 말은 무슨 의미야 도대체."
같은 말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지요. 말하자면 북 오더는 퍼즐 조각입니다. 바스라진 퍼즐 조각을 하나 하나 끼워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반면, 저처럼 집중력이 떨어지는 독자는 쉽사리 다가가기가 힘들었습니다.
02. 제가 느끼기로 작가님은 소위 말해 간지 나는 스타일을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대사를 보면 알 수 있지요. 대사가 상황에 걸맞지 않게 농담과 여유 섞인 것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음, 지금 책이 없어서 예를 들기는 뭐하고. 여튼 폼을 재려고는 하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는 대사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다들 말 끝마다 비꼬며 상대방의 뒷통수 치는 건 개성적인 요인을 갉아먹을 뿐더러 가슴에 전혀 와닿지가 않지요.
대사는 상황에 걸맞게 쳐야 합니다. 그래야 그 캐릭터가 지니는 감정을 독자가 느낄 수 있지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같은 느낌의 대사를 치는 건, 더군다나 대부분의 캐릭터가 그러하다는 건 마치 예전에 유행했던 스티븐 시걸의 표정 모음을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즐거움, 두려움, 분노, 절정 등으로 구분 돼 있지만 정작 스티븐 시걸의 표정은 전부 똑같음. 한 때 인터넷에 유행했던 짤방)
그 많은 분량의 내용에서 인상 깊었던 캐릭터가 단 한 명 뿐이었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었습니다.(샤오린~★)
결론.
설정집을 보고 실소를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감정을 축적해서
그걸 한꺼번에 터트려 '능력'으로 사용한다는 '오버 시스템'에 관한 설정이었는데, 굳이 그걸 따로 실을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아니, 따로 싣는 건 둘 째 치고 작가님의 집필 방식이 은연 중에 묻어나왔습니다. 작가가 설정이라는 것에 맛들려 정작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신경 못 쓰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았답니다.
중요한 건 어떤 설정을 넣느냐가 아니라, 그 설정을 어떻게 작품 속에 자연스레 녹여 넣느냐가 중요한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가적인 설정 보다는 다분히 스토리텔링과 장면 배치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런 겁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