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야구 레전드
작가 : 진필명
출판사 : 문피아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아직 연재 편수가 29편밖에 되지 않는 글을 비평하게 된 계기를 밝힙니다. 글의 주인공은 고교 만년 2군 백업요원인 친구입니다. 육상부 출신으로 발이 빨라 수비와 주루, 도루 능력이 준수하다는 설정으로 시작되어 큰 기대를 안고 글을 읽다가, 불과 29편만에 머리에 스팀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비평글을 씁니다. 아마 30편도 볼 것 같은데, 마치 욕하면서 보는 주말드라마 느낌이랄까...
1. 사실 상당히 매력적인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비와 주루가(만) 좋은 잘생긴 똑딱이 선수.(이대형?) 그치만 나머지는 모두 반쪽짜리이기에(투구능력) 성장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패배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에 성장소설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몇년간 연습해도 안되던 피칭 자세가 전 프로 선수의 원포인트 레슨만으로 하룻밤새 해결이 되어 구속이 15km/h 가 증가했네요. 소설 내에서는 투코의 무능함을 지적하지만 봉황대기 최우수 투수출신 투코인데 그래도... 몸으로 하는 투구폼을 말로 각도를 잡아준다고 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더 잘 가르쳐준다고요...? 그렇게 갑작스레 고교 톱20급 투수가 되다니... 절 유혹했던 매력포인트가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제목을 따라가긴 하는 것 같네요.
2.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히로인이 있습니다. 컨셉이 얼음공주입니다. 미모의 전학생. 전학 온 이후로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않고 혼자서 공부하는 칼바람공주님이죠. 그.런.데. 같은 반 학생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할 뻔 한 것을 주인공에 의해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히로인의 아버지가 전프로야구선수라서, 딸을 구해준 주인공을 자기 집에서 재워주면서 밥도 주고 레슨도 해주고 용돈도 줍니다. 주식 트레이딩으로 일주일에 몇억씩 버시는(...) 전프로야구선수라서 전혀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히로인은 같은 집에 살게 된 주인공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이거 가르쳐주고 저거 가르쳐주고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어요.
여기서 캐릭터의 모순점이 나타납니다. 애초에 밝은 캐릭터면 학교에서도 밝으니 얼음공주 타이틀을 딸 일이 없을 것이고, 어두운 캐릭터라 사람 대하는게 서툰 친구면 주인공에게 그렇게 밝게 대할 수가 없죠. 아버지와 히로인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렇게 정겹고 애교가 넘칠 수가 없어요. 미모의 여학생이, 집에서는 그렇게 밝은 친구가 학교만 가면 얼음공주가 되...네요...ㅎㅎ 인신매매위기사건 이후로 히로인이 변신을 해서 이게 같은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에요. 개연성 부여를 위한 에피소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3. 문장 하나하나에 군더더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깔끔한 편에 쉽게 읽혀서 술술 넘어가며 다 읽었는데 여러가지 실망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어서 안타깝습니다.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와서는 진짜 재미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말 그대로 막장드라마 보는 기분입니다. 계속 보게 될 정도로 흥미롭긴한데 욕하고 싶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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