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실제로 역사라는 것이 한순간의 결단으로 순식간에 뒤바뀌어지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그 귀족 클럽 작품에 예수그리스도가 있었는지.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이 고대 서양 철학의 토대를 세웠었는지 모릅니다. 르네상스와 비슷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리 세계사를 배경으로 하지 않은이상. 꼭 우리의 르네상스와 같은 특징을 지니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어거지입니다. 물론 상황이 그러니 어느 정도 비슷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수천년 전부터 인간이 살아왔던 기후 환경 인문을 모두 종합해서 전혀 예측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인과관계에 의해서 형성되었습니다. 단순히 작가가 만든 시대를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을 이렇게 정성스레 비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비평 한번 받아본 적이 없던 터라 더욱 기쁘고 감사하군요.
한빈님의 비평에 대한 반론이라기엔 그렇고, 사실 한빈님의 비평을 보고 제일먼저 든 생각이 바로 '아…… 독자님들께 집필의도를 제대로 설명해 드리지 않은 것이 아쉽구나.'입니다. 본문에서 언급하신 '오슨 스콧 카드'의 말이 가슴을 찌르는 군요. 물론 연재 글 중간에 살짝 내비친 적은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당시엔 그저 사설로 끝나다 보니 결국 글쓴이의 실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점 먼저 사과드리며, 이 자리를 빌려 귀족클럽이 한빈님께서 지적하시는 것과 같은 오류를 보이게 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귀족클럽은 '접하기 쉬운 장르문학을 통해 다함께 공부해봅시다'라는 목적으로 쓰게 된 아마추어의 순수한 실험 글입니다. 그래서 작품 안에서만 필요한 지식을 철저히 배제시킨 채 글 밖, 그러니까 실생활에서도 통용되는 지식을 그려보자는 생각에 이런 돌연변이 같은 글을 쓰게 되었죠.
물론 워낙 얕고 잡스런 지식들이라 효용성에 대해선 의문이 생깁니다만, 어쨌든 쓰면서 저도 공부하고, 또 독자님들 또한 만약 모르는 내용이 있으시다면 이 기회에 한번 알아두는 것도 나쁠 건 없지 않겠냐는 생각에 귀족클럽이 탄생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의 대사 하나를 선택할 때에도 제가 만들어낸 대사가 아닌 이상 언제나 글의 말미에 주석을 첨가시켜 '누구누구의 말입니다.' '어디어디 책에서 인용했습니다.'를 일일이 알려드리고 있으며, EH카의 사관이 나오고 마오쩌둥의 말이 나오고 랭보의 시가 나오고 칸트의 철학이 나오고 프로이드의 논문이 나오고 근래 사용되는 심리학 용어들이 나오고 누벨바그가 나오고 애니 랜덜 화이트의 저서가 나오고 로제카이와의 이론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의 이름 중 야바가 나올 정도로 잡스런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귀족클럽은 너무 미래적이고 사이버틱한 소재만 아니라면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인용하는 '잡학사전’'같은 글이라고 할까요?(우스개 소리입니다만, 실제로 본문에서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학사전' 또한 인용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어느 한 시대를 배경으로 설정해서 글을 쓸 만큼 시간과 돈과 실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평소 '글은 머리로 쓰기 이전에 몸과 돈과 시간으로 쓰는 것이다'를 지론으로 삼고 있는 터라 만약 특정시대를 배경으로 삼는다면 그 시대의 자료를 모으고 배경이 되는 나라를 탐방하는데 쓰는 시간과 돈만 해도 최소한 '십년+수억 원'은 들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또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졌을법한 생각을 글로 담아내려면 그 시대의 사람들과 엇비슷한 환경을 갖춘 후 적어도 수개월 이상 그 시대를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공상만으론 한계가 있는 법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전 중세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을 쓴다면 반드시 그 나라의 '고어'나 '사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 시대의 자료를 모으고 아무리 그 시대의 사람인양 흉내 낸다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문자, 즉 언어는 오늘날의 언어이기 때문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시 말해 라틴어와 같이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죽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미 그 글은 어설픈 픽션이자, 허무맹랑한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픽션이란 말 자체도 결국 라틴어의 fictio에서 유래되었고, 판타지 또한 phantasticus에서 유래되었죠. 즉 fictio는 조작하다 모방하다란 뜻이니 결국 오늘날의 '문학=픽션'은 이미 자기 스스로 '조잡한 모방작'이라고 말하고 있달까요?).
제가 판타지란 장르를 선택한 이유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글공부를 받지 않아 글 솜씨조차 없는데다 고어나 사어 또한 배우지 않았으니, '수많은 자료를 토대로 그 시대의 완벽한 재현'은 지금 제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단 말이죠.
뭐 주저리 주저리 썰을 풀어놓았습니다만, 막상 판타지를 선택하고 보니 이 또한 만만치가 않아 결국 저 역시 한국 판타지가 정크문학이 되는 것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것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래나 저래나 ‘판타지’란 면죄부를 들이밀며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것 밖엔 방도가 없으니, 한빈님의 비평의 골조인 '귀족클럽이 가진 한계'는 명약관화 합니다(글쓴이가 자기 글을 글 밖에서 설명하는 추태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핑계밖에 대지 못하니,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군요).
어쨌든 부족한 글에 관심 가져 주시고 이렇게 정성이 담긴 장문의 비평을 남겨 주셔서 감사하단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게다가 한빈님의 깊은 지식 덕분에 '배움'이란 즐거움 한 자락까지 얻어가니, 글쓴이로서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싶군요.
그럼 환절기 건강유념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에르체베트 올림
아아. 그리고 판타지에 현실 대입을 안해도 된다는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허나 개연성은 필요하지요.
작중에 등장하는 철학은 허무맹랑한 사상이 아니라, 장기간 발전한 우리 인류의 철학을 이래저래 넣었다고 생각됩니다. (죄송하게도 작품을 아직 못 읽어서 -_-) 그런데 철학은 오랜기간 (무려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발전해서 지금에까지 이르렀죠. 작품의 세계나 배경을 아직 잘 모르지만 지적하는 것, 특히 '시대 모순'이라던가 '장미의 세계'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중세적 세계관과 극명하게 차이나는 철학이라는 요소, 혹은 철학과 작중 세계가 기술지체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틀리다면 제 아둔함에 경멸을;;)
꼭 개연성이나 작중 세계에 대한 모순을 지적할때마다 튀어나오는 논쟁이 '판타지는 현실과 다르고, 고로 맘대로 작가가 써먹어도 된다'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가 있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린데, 다 맞는 이야기로 아는 예외 케이스가 있지 말입니다. [.....]
아나타문님/
귀족클럽을 읽어보지 않으신것 같은데 에르체베트님께서 귀족클럽을 쓰시는 의도는 '환상문학을 통해 쉽게 풀어가는 철학' 입니다. 철학은 수학처럼 단순명료한 학문이 아닙니다. 적으신 예제를 그대로 적는다면 '왜 1 + 1 = 2 가 되는가?' 를 묻는 학문인것입니다.
아나타문님께서는 일부러 어렵게 적었다고 하셨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한빈님께서는 아나타문님 말대로 '중고등학생'들도 이해시키기 위하여 글을 길게 작성하셨다고 보입니다. 실제로 단순화 시키면 이글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어려운 사상부분은 살짝 제외한채 친절한 인용과 설명을 해 주셨으니 고등학교 정도의 도덕(철학) 교과를 이수한 사람이라면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는 본문글이라고 봅니다.
제가 조금 늦게 확인했네요.
霖장마림님, 괜찮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면 지루할 수도 있겠지요. 또한 완벽한 글은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페페로니님, 네, 한줄로 요약해 주셨네요.^^ 맞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예상되는 반론을 없애기 위한 전제의 전개과정이 있었을 뿐이지요.
불만투성이님, 첫번째 문단을 봐주셨으면 합니다. 귀족클럽이라는 글을 아끼시는 것은 이해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글까지 있는 부분을 없게 보아선 안되겠지요.
건일님, 일단 그렇다는 말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밑에 에르체베트님이 말씀하셨지요.
검은벽력님, 맞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다르게 이해할 뿐이죠. 보다 엄밀한 의미로는 검은벽력님 말이 정확합니다.
가령님, 감사합니다.^^
deapair님, 제가 따로 반론하겠습니다. 댓글로는 조금 글의 양이 많아져서요.
아나타문님,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보통 우리가 생략하고 말하지 않는 부분은 서로가 공통으로 깔고 있는 그러한 생각들, 일반적으로 전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본문에서 지적한 사항 같은 것은 예증할 때, 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제, 예를 들면 칸트철학의 의미 같은 것은 서로와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1+1=2 임을 초등학생한테 가르친다면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겠지만, 진지하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면 여러가지 전제들, 공리들을 가지고 도출해낼 수밖에 없습니다.(러셀과 화이트헤드가 그랬던 것처럼요)
문피아 독자층의 절대다수가 중고등학생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쓴 글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애를 썼습니다. 물론 결을 거스르면 새로운 구조도 드러나겠습니다만.(그 부분에 대해선 deapair님에 대한 반론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분은 나쁘지 않으니 괜찮습니다.
남작사랑님, 판타지라 하더라도 소설은 소설입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개연성은 지켜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에르체베트님, 감사합니다. 제 보잘것 없는 비평을 이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제가 다 송구스럽군요.
사실 글쓴이의 마음을 이해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철학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이상, 그러한 인용은 지적 유희가 될지언정 서로 공부해보자고 하기엔 약간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입니다. 철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 만들기는 충분하지만, 그걸 통해서 충분한 이해로 들어서기엔 약간 부족하달까요. 그런 생각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이러나저러나 일단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필 부탁드립니다.
데탕트님, 제가 더 감사합니다.^^
해돋이님, 그렇지요. 아주 정확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이 세계의 질문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 즉 'how to question?' 과 'what the question?' 으로 나눌 수 있다면, 철학은 바로 후자에 속하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가 아니라, 이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학문이지요. 1+1=2라는 예시를 설명하기에 아주 적절한 말입니다. 정말 감탄했습니다.
중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적었는데,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쎄요 저도 선작란에 들어가 있지만 다른 글들에 비해서 상당히 사상적 생각들이 많이 첨부되어 있는 듯 하네요.
비평을 해주신 공간 제공자 분이나 거기에 답변해 주신 작가님이나 뭐 글 내용은 재미있지만 조금은 한편 한편을 읽을때 머리에 쥐가좀 많이 나지만 기존에 쉽게 지나첬던 내용들을 다시금 음미하게 만드는 장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좀더 대중의 참여를 돕기 위해 이런 공간의 지평을 약간만 쉽게 넓혀 주는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의 기능중 하나는 지식의 전파도 있지만 가독성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내용은 여러사람에게 널리 읽혀지는게 좋겠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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