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Age Of WarShip
작가 : 우주매니아
출판사 : 없음.
* 첫 비평이라 모자란 점이 많습니다. 다만 향후 이 비평의 초반 논지와 형식은 아래에 있는 비평글에서 펼쳐지는 형식 및 논지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즉, 비평의 권한은 누구에게나 있고 누군가에게 비평을 받음은 저 포함 작가 본인에게도 무척 영광된 일이나, 비평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이 진정 기대하는 작품의 발전을 위한다면 이렇게 비평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함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아래글과 비교하시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실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주의사항. 저는 30줄 요약 가능한 이야기를 지금껏 근 300만자로 늘려 쓴 엄청난 바보입니다. 따라서 엄청 긴 비평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들어가며...
일단 비평하기에 앞서 질문, 과연 고증작인가에 대한 질문에 제가 답하자면 ‘아니오’ 라는 답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전작인 리벌레이션에서 절반 조금 넘은 지점에서 하차했고, 현 작인 AOW에서는 10화에서 하차했습니다. 물론 제가 다른 이의 글을 읽는다는 자체가 좀 드문 일이고 동종업계(?) 작가님의 글인지라 계속 읽으려고도 노력했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내세울 것은 고증과 현실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전투! 그리고 전투마다 다른 전술입니다.” 라는, 얼마 전 홍보글에서 뿐만 아니라 전작인 리벌레이션을 접고 다시 함대물을 쓴다고 공지하시며 작가님이 말씀하신바가 있기에, 저는 최소한 은하영웅전설이나 성계의 전기까지는 몰라도 그 흥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을 기대했습니다. 작가님 본인도 헤일로, 스타워즈, 스타크래프트, 노인의 전쟁... (헉헉;;) 아무튼 명작을 많이 접하셨다고 하신 지라...
사실 저는 위에서 언급한 헤일로는커녕 일반 장르소설도 거의 읽어보지 못한 사람입니다. 끽해야 은영전과 성계시리즈, 스즈미야 하루히 1권, 과거 양판무협 몇 권이 고작이었죠. 때문에 최소한 그 급 정도를 기대한 것은 이상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헤일로 같은 작품은 모르겠고... 오히려 ‘고증’ 이라는,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이 최소한의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하는 수많은 사전작업에 대한 모독이자 모욕이었습니다. 저는 왜 작가님이 본인의 작품을 ‘고증’ 과 현실적 박진감에 충실하다고 말씀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고, 똑같은 SF장르를 적어도 작가님보다는 몇 배 분량을 써온 처지로서 글이란 건 이런 것이 아닌데... 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분노와 슬픔, 안타까움이 이 비평에 충분히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카피는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2. 어긋남, 그 편린. 프롤에서 3화까지.
어긋남, 그 첫 번째. 프롤로그.
“2035년 (비평 주 : 원래는 30년이었는데 으리슬쩍 5년이 늘었습니다.) 인간은 처음으로 다른 행성인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함과 궤도 엘리베이터가 완공된다. 인간은 이때를 기점으로 급속도로 우주개척을 시작한다.”
프롤로그 첫머리입니다. ...강조한 부분에서 뭔가 문장적인 어색함이 느껴지시지 않나요?
프롤로그는 작품의 얼굴입니다. 당장 시작부터 이러면... 물론 문장이야 고치면 되니, 앞으로도 문장에서는 어떤 비평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고증을 내세운 작품이니, 고증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죠. 제가 그 밑에 단 답글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지금 시점 고작 15년에서 20년 후인 그때에, 막대한 기술력 및 사업비가 드는 테라포밍 및 궤도 엘리베이터가, 몇 나라의 우주항공기술국이 합작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입니까? 국제적 공조가 있었다면 최소한 그에 대한 배경 설명과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원의 조달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님의 댓글답변, 당연히 세계관은 작가님이 만드시는 것이니 이는 공식 답변입니다.
“일본의 민간기업이 2060년 궤도엘리베이터를 만든다고 했고, 나사는 더 빠를 것으로 예측하여 2030년으로 잡았습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와, 일본애들이 2060년까지 만들 거라고? 그럼 일개 일본 회사보다는 나사가 기술이 킹왕짱이니 얘들은 30년쯤 빨라도 되겠지?’ 라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해당되는 기사가 다분히 회사 홍보를 위한, 즉 과장성 구라인 것은 제쳐놓고서라도 당장 그 나사조차도, 실제로 궤도 엘리베이터는 근시일내에 불가능하다고 보고 차세대 추진체 개발에 목을 매고 있으며 그마저도 예산 때문에 진척이 더딘 상태입니다. 일본 회사에서 현실성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생각했다면, 궤도 엘리베이터의 경제적 장점을 익히 아는 나사에서 먼저 이 회사에 합작 제안 정도는 할 겁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술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독자가 요청한 질문의 핵심, 의구심이 들었던 재원이나 공조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습니다. 그런데도 마지막 답글에 달린 문장에 저는 절망했습니다.
‘픽션은 픽션으로...’
픽션으로...
픽션으로...
픽션으로... (메아리와 먼 산)
...그럼 현실적인 고증은 그냥 공허한 캐치프레이즈였나요?
또한 전작인 리벌레이션에서도 드러난 문제입니다만, 프롤로그 마지막 부분, 2087년부터 시작하는 부분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스토리 요약본, 트리트먼트입니다. 다음편인 1화 시작부터 손님이 찾아오는 부분까지 역시 같은 형식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는 사실의 나열일 뿐 도중의 수많았을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독자에게 주기 부족한 편입니다. 차후 설명할 거라는 이후 연재분의 작가님의 말도 공허합니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나중에 가르쳐줄테니 알아서 궁금해하셈. 아무튼 지금은 안알랴줌’ 의 연장선입니다.
어긋남, 그 두 번째. 1화.
은둔한 주인공에게 ‘2차 성간전쟁을 끝내신 존 에드워드 중령님 아니십니까?’ 라며 손님이 찾아오자, 주인공은 ‘교과서에도 안 실린’ 은둔한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없으니 ‘그럴 리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 화인 2화에서 언급되는 이 전투에서, 주인공은 적의 결전병기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물리치면서 전쟁을 홀로 끝낸, 실제였다면 이순신 장군을 쌈싸먹는 대영웅입니다. 실제로 조금 앞 문장에서, 정부는 전쟁을 끝낸 대공을 세운 그를 대위에서 중령으로 2계급 승진시키고 ‘영웅’ 대우를 해 줍니다.
...스스로 숨어버렸다고 사람들이 모르는 영웅이 가능합니까? 게다가 이후 7화에서 비밀 임무를 받은 주인공의 수용 요청에, 아군일 USN 소속이 워낙 철저하기에 비록 주인공이 전쟁영웅임을 알고 있다고 해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라고 나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존 에드워드가 전쟁영웅임을 알고 있는데요?
어긋남, 그 세 번째. 2화.
2화는 이 작품의 성격을 말해주는 우주함대전입니다. 개요를 말씀드리자면
- 글리제 667Cc라는 유인행성을 주인공이 뉴줌왈트급 구축함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 적함선이 ‘홀로’ 나타납니다. 이 함선은 혼자 다녀도 대부분의 적을 격파할, 그야말로 결전병기이며 이 때문에 행성을 지키기 위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주인공의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놈은 호위함대 하나도 갖추지 않고 있다. 이길 수 있어.” 라고 주인공은 말합니다.
...??? 설정대로라면 적함은 아예 호위함대가 필요 없을 캐사기 성능입니다. 그런데 '호위함대가 없ㅋ엉ㅋ‘ ...이게 승리 가능성으로 주인공이 판단할 근거가 될까요? ...일단 또 넘어가죠.
- 스텔스 구축함인 주인공의 함선은, 무척 강력함에도 ‘후방에는 방어를 맡은 함포가 없는’ 적의 후방에 80m라는, 현대전에서도 초근접인 거리까지 스텔스 성능을 이용해 근접합니다.
이 뉴줌왈트급 구축함의 스텔스 성능이 개전 이전에도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있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대비 없이(간단하게 말해서 클로킹 레이스 있는 테란 상대로 옵저버 없이 캐리어가 나가는 정도의) 결전병기를 내보낼 정도로 판단력이 없는 적일 리가 없을 테니, 비교적 최근에 달아서 적이 몰랐다고 일단 가정하겠습니다.
- 주인공은 80m라는 초근접거리에서의 미사일 사격으로 적함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는 것에 성공합니다. 근데 적함은 분명 ‘쉴드’를 갖추고 있음에도 여태까지 이를 펼치지 않았고 때문에 한참 함급이 낮은 주인공의 함에게 데미지를 입습니다.
...이후 연재분에서 쉴드를 켜고 등장하는 함선이 수없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적의 행성을 코앞에 두고 이를 사용하지 않은 적은 바보임이 분명합니다. 아니면 그냥 몸빵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껏 전쟁을 치르면서 적 병기의 스펙과 위력도 재지 못한 멍청이겠죠. 물론 아직도 실드는 켜지 않았습니다. (졸고 있는가, 그대?)
- 한참 주인공의 함선을 찾던 적함은 느닷없이 주인공이 지켜야 할 글리제667Cc 방향으로 함포사격을 개시합니다. 알고 보니 지원 나온 주인공의 아군 함대를 발견하고 그쪽을 공격하는군요.
...방금 지근거리에서 얻어맞은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주인공에 의한 또 다른 피해가능성을 무시한 채 다른 상대를 찾아 공격한다. 적은 무척 배짱이 좋거나 금붕어 기억력임이 분명합니다.
- 적함은 다시 워프, 글리제667Cc 인근으로 이동해 ‘비로소 실드를 켜고’ 새로운 아군 함대를 학살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함선 역시 워프로 이를 따라잡은 한편, 다시금 붙어 레일건을 사용해 ‘실드를 켰지만 많이 소모되어 얇아진’ 적을 원턴킬합니다.
...적이 지금까지 상대한 함정은 주인공이 탄 함정을 포함해 모두 18척. 하지만 이 화의 댓글에 작가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적의 ‘기함’은 조커카드에 해당하는 매우 강력한 함선입니다. 분명 여러 항성계에 걸쳐 벌어진 대 전쟁에서, 비록 데미지를 입었다 해도 고작 1개 행성 주둔군 18척과 교전하여 마지막에까지 자신을 공격한 구축함 ‘따위’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하고 결국 원턴킬을 당한, 이 강한지도 약한지도 모를 함선을 잃어버림으로서 무려 전쟁이 종결됩니다.
이상이 2화의 개요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지 몰라도, 이 화에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이겨버리고 영웅이 되었으며 그 재능으로 앞으로도 활약할’ 주인공의 뛰어남을 어디서 찾아야하는지 모를뿐더러, 반대로 기초 경계도 하지 않는 놈들에게 ‘1개 행성주둔군’에게 당하는 ‘잃는다면 전황이 뒤집혀버릴 수 있는’ 졸전결전병기를 맡긴 바보 중의 바보들인 적이 지는 것은 차라리 당연하고, 그동안 이런 놈들에게 고전한 아군이 한심해보일 지경입니다.
...어디가 현실감 넘치고 박진감 있는 전쟁묘사라는 거죠? 문제는 이런 패턴이 향후 벌어지는 전투씬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는 겁니다. 적이 똑똑한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어긋남, 그 네 번째. 3화.
복귀한 주인공에게 ‘미국’ 정부가 내준 함선이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세종대왕급’으로 이후 모두 세종대왕급으로 부릅니다. ...근데 라이센스 생산은 물론 타국에서 직접 생산이라 하더라도 자국에서 운용시에는 모두 자국관련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해군 관례 아닙니까?
...그리고 이 함선의 ‘급’ 말고 이름이 대체 뭔가요? 합급과 함명을 헷갈리시는 거 아닙니까? 어느 함장이 자기 배를 급으로 부르나요.
.......
......고작 4편 진행했는데 이 정도 분량의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후는 과연 또 어떻게 될까요? 그러나 지금 제가 분명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은 사실상 작가님에게는 하나도 도움 안 되는, 매우 쓸데없는 비평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작가가 그렇다잖아요! 작가는 작중 세계의 신이잖아요!
그런데 뒤집어보면, 직접 쓰신 대은하 비평에서는 지금까지 이제껏 제가 한, 이 길고도 의미 부족할 작업을 그대로 하셨거든요. ...묘한 일이죠?
그럼 이제 AOW에 대한 진짜 비평을 시작해보도록 하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3. 고증은 무엇이며 SF는, 아니 장르란, 아니 소설이란 무엇인가?
일차로, 누누이 강조하시곤 하는 그 고증이란 것의 정의입니다.
작가님은 AOW에서 고증을 큰 장점으로 내세우셨습니다만, 4화까지 맞지 않은 부분을 이만큼 드러내시면서도 12화에 이르는 연재분 동안 세력과 무기 체계만 엄청나게 나열하시고 막상 세력의 특징은 뭔지, 기초적인 세력비조차 거의 언급하지 않으십니다. 물론 작중에서는 수많은 무기 및 세력 정보가 있습니다. 그러나 무기는 지나치게 자세하고 반대로 세력 설명은 단편적입니다.
그런데 대전제로...
우리는 설정집을 쓰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쓰는 것이잖아요.
밀덕의 이야기입니다만, 비스마르크 추격전에서 비스마르크급의 스펙을 늘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 정도는 위키만 긁어도 엄청나게 나와요. 그러나 이것으로 밀덕을 말한다면 진짜 밀덕에게 욕먹습니다.
비스마르크 추격전의 배경이 되는 전후과정을 이해하고, 크고 강한 함선이었던 비스마르크급이 어째서 격침되었고 그 한계와 실상은 무엇인가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이제 겨우 입문자를 자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시작된 거함거포주의의 허무함, 항공전술의 대두, 이후 해전 전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향후 함정 건조에 어떤 영향이 미쳐 전함이 사장되고 항공모함의 시대가 대두했으며... 이 정도 말할 수 있다면 겨우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밀덕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해.’
하나의 세계란 것은 절대 가볍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작인 리벌레이션에서도 나타난 문제점입니다만, 이 무기는 어떤 것이며 이 설정은 어떤 것이다... 그런 정보는 작중 및 작가의 말에 무척 넘쳐납니다. 그러나 그것을 상황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고증이 아닙니다.
고증은 설정뿐만이 아니라 그에 따른 사실관계와 인과관계를 모두 포함합니다. 리벌레이션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는 저 밑에 ‘독자를 앞서갔다’ 라는 비평에서 모두 나와 있습니다. AOW의 문제점은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아무리 오류 없는 ‘정보’를 가져왔다 해도 그것이 작중 상황과 어그러진다면 그건 고증이 잘못된 상황이라고 봅니다. 정보를 나열한다고 해서 고증이 끝난다면, 지금도 머리 싸매고 있는 수많은 이들은 헛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겠죠.
작가님은 아직 비스마스크의 스펙 단계입니다. 무기 그거 인터넷에 정보 다 있고, 행성 그거 다 스페이스 엔진에 나오고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하지만 그건 큰 의미는 없습니다. AOW는 정보는 많지만 그것을 이어줄 연결고리가 부족합니다. 고작 4화로도 저만큼 이의제기를 할 수 있잖아요?
AOW는 흔치않은 함대물임은 분명합니다. 또한 함대물, 스페이스 오페라란 것은 무척 매력적인 장르죠.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치밀한 설정’ 이라는, 일견 뛰어난 고증처럼 보이는 부분에 다소 집착하신 나머지 ‘소설’ 로서의 연결고리에 다소 소홀하거나, 다른 SF 소설에 대해 지나치게 ‘이건 이래야만 하는 장르다!’ 라는 장르적 잣대를 대시는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재어봅니다.
그러니 AOW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설정이 아닌 이야기에 대한 정보를 지문과 대화를 통해 독자에게 조금 더 많이 제공하심이 옳은 줄로 아룁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말이죠.
(제가 제기하는 것이 쓸데없는 꼬리잡기라 혹시 느끼신다면... 죄송하지만 마찬가지로 전 비평글에서 그러신 것은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그런 것이다...입니다.)
이차로, 글과는 상관없지만 무척 우려스러운 것이, SF를 쓰시는 입장임에도 SF란 장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부족이라 판단되는 것입니다.
SF 작가들의 특성상 나름 공부는 해야 합니다. 작가님도 공부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건 글에 드러납니다. 그러나 모든 작가의 공통된 못된 버릇 중 하나가 이렇게 쌓은 지식을 남에게 자랑하고픈 욕구이고 이게 글에서 묻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차도 그렇습니다. 독자는 바보고 작가는 가르쳐줘야 하는 거죠. 그런 강박관념은 작가 모두의 것입니다. 그러나 배제해야 함은 분명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설정집이 아닌 ‘그럴듯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은하 비평의 댓글에서 SF, 아니 장르를 불문한 소설 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시는 부분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부분입니다.
“과학을 완전히 무시한 소설은 SF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SF들은 과학적 기반에 목을 매고 있지 않고 어떤 SF들은 완전히 무시합니다. AC에 대해 몇 줄의 언급으로만 끝내버린 ‘최후의 질문’의 마지막 문장은 다소 생뚱맞게도 그저 ‘빛이 있으라’ 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명작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 작품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역할은 그런 것입니다.
또한 하드 SF와 소프트 SF의 기준점을 ‘접근하기 쉽냐 어렵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작가가 밝혀냈냐’ 로 구분하신 그 구분법은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류법은 SF에 대한 ‘어렵다’ 라는 편견을 고착화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나쁜 접근성을 더욱 떨어트립니다. 즉 자기 살 깎아먹기일 수 있습니다.
사족으로, 그럼 SF의 하위장르 구분법은 무엇이냐,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구분법은 과학적 설정에 치중하면 하드, 캐릭터나 사회상에 치중하면 소프트이며 스페이스 오페라도 소프트의 하위 장르에 포함되고 우열은 없습니다. 그냥 복잡하면 하드고 단순하면 소프트가 아닙니다. 하드SF를 사랑한다고 해서 다른 SF는 SF가 아닌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많은 독자가 착각하듯, 그리고 많은 SF작가들이 강박증을 느끼듯, SF는 치밀한 과학적 이론과 설정만이 그 특징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이 엄청난 과학적 설정을 빈틈없이 늘어놓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생소한 무기체계나 나열하는 바람에, 더더욱 SF를 접근하기 어려운 장르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사실 SF가 공상과학소설이라 번역되고(이 번역에는 논란이 심합니다)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SF의 장르적 정의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가장 통상적인 정의는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의 인식으로 접근할 수 있고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주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그럴 듯한, 소재는 미래 혹은 과학인’ 것을 SF라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판타지가 ‘검과 마법과 드래곤’을 수단으로 사용하듯, 무협지가 ‘초식과 기연과 내공’을 수단으로 사용하듯, SF도 과학 설정이라는 것을 수단으로 사용하여 메시지를 만드는 ‘소설’ 이자 ‘이야기’입니다. 결코 판타지에 비해 어렵다던가 무협에 비해 심오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하시는대로 SF가 흥하기 위해서는 이 인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타인의 작품이든, 자신의 작품이든 말이죠.
4. 마치며.
간단한 이야기를 하나 더 드리고 이 길고도 미친 비평을 마치고자 합니다.
최근 연재분에서 ‘댓글이 고픕니다’ 라고 하셨습니다만
안 달려요.
이유가 뭔지 궁금하시다면 사실 간단합니다.
프롤에서 4화에 이르는 연재분동안, 저 뿐만 아니라 몇 분이 궁금증 혹은 밝혀주셨으면 하는 부분, 압축된 문장에서 독자가 알기 어려운 부분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습니다. 그 댓글 분량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또한 작가님이 치밀한 고증과 현실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말씀하셨기에 그 정도는 기대했다는 거죠.
그러나 밝혔듯이 그에 따른 SF다운 ‘합당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습니다. 당장 제 질문도 대답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럼 독자는 생각하죠.
“이 작가는 나와 소통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앞으로도 달릴 리가 없습니다. 그런 겁니다.
SF작가는 방대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지식이 일천한 독자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바보라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여러번 비평을 요청하셨고 그 비평을 몇 분이 해드렸지만, 본인의 공식적인 입장이 거의 없습니다.
아마 이 글에도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냥 물어뜯기가 아님을 감히 변명합니다.
* 그럼 너는 잘 하냐...?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니오’ 라고 답하겠습니다. 그러나 설령 ‘예’ 라고 대답할 수 있다고 쳐도, 적어도 비평이라면 작중의 문제점을 짚어냄과 동시에 개선해야 하는 방향점을 일부라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답변을 조심스레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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