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Xnem
작성
05.11.28 02:15
조회
1,278

막상 제목을 써놓고 보니, 어떻게 제가 느꼈던 감동을 글로 풀어야 하나 실로 막막합니다. 이럴 때면, 제게 표현력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고, 그에 절망하지요.

하지만 지금은 밑의 분 추천으로 '양말줍는 소년'을 그제 올라온 연재분까지 완독하고 난 후의 여운으로, 그 습관적인 절망을 느낄 공간이 적어도 제 머릿속엔 남아 있지 않군요.

밑도 끝도 없이, 소설을 둘로 나누라면, 가장 간단하겐 1인칭과 3인칭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근래, 아니 작금 '수작'이라 불리우는 환타지 및 무협들은 대부분 3인칭, 그중에서도 전지적 작가 시점이 대부분이죠.

1인칭 시점으로의 글쓰기는 한 생물 혹은 사물의 눈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기 때문에, 다각도에서 세계를 바라보게 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의 쓰기보다 힘들다 생각합니다. 이것이 1인칭 시점에서 '수작'이 탄생하지 않음의 이유가 아닐런지요.

요즘은 1인칭 시점이 그닥 나오지도 않거니와, 나온다 하더라도 주인공의 심리 수위를 조절 못해 폭주하고, 결국 깽판 먼치킨 물로 가는 '장르 문학'을 심심찮게 본지라, 언제부턴가 그 분야에서의 1인칭 시점의 글은 저절로 피하게 되는 '방화벽'이 생성되더군요.

이 양말줍는 소년의 시점은 1인칭입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하루 아침에 결손가정이란 단어를 체감하게 된 주인공은, 사소한 것에 울고 웃는 평범한 현실 세계의 소년이었던 주인공은, 사실 마법 세계의 사람이었다, 라는 어디선가 보았던 기억이 나는 레퍼토리를 그 시발점으로 하더군요.

그렇다 하나 많은 부분에 고식화된 설정을 사용하는 문학에서 흔히 느끼는 위화감을, 이 작품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1인칭 시점의 글에서 느끼는 '이건 사람이 쓴 글이다' 라는 걸 실감하게 만드는 나레이션에서의 개연성 없는 감정변화 또한 없었습니다.

그저, 어느 작은 도시의 작은 책방에서, 책꽂이 맨 위에 있는 작자 미상의 동화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1인칭 시점의 글을 손으로 깎은 조각에, 3인칭 시점의 글을 기계로 깎은 조각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손으로 깎은 조각은 비록 실수로 도중에 작품을 망칠 리스크가 매우 크나, 무사히 완성된 조각의 그 불완전한 미는, 기계로 깎은 것과 그 궤를 달리한다 봅니다.

'양말줍는 소년'의 어디서든, 흠을 잡으라면 흠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러지 싫은, 아니 못하는 이유는 그것은 나와 같은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언제부턴가 생겨난 글이라 믿고 싶게 만든, 실로 존재하는 세상이라 믿고 독자가 공상할 수 있는, 진정 환타지 문학의 본의를 지닌 글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검, 마법, 엘프, 드래곤. 이 정형화된 환타지 세상에서, '배경'은 고식화된 채, 인물과 사건만 조금씩 변화하는 환타지 세상에서, 더욱더 큰 변화와 충격과 반전만으로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글이 '환타지 소설' 이 되었었지요. 제가 처음 접했던 환타지가 외국 문학이었기에 이런 느낌을 갖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당시 읽었던 '끝없는 이야기' '나니아 연대기' 등은 아직도 제 가슴 속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잊을 수가 없더군요. 이 또한 요즘 정형화되어 '책 속으로의 진입' 이나 '벽장 (특정한 사물) 을 통해서 차원 이동' 등을 설정으로 사용해 나온 문학들이 여럿 있었으나, 그런 감동은 두 번 다시 맛볼 수 없었습니다. 아아, 수단은 달리 했을지 몰라도 그 안의 '환타지 세계'는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요.

십 년이 지난 지금, 감히 그 때의 '동심'으로 한때나마 돌아갔다 자신합니다. 잔잔히, 그러나 격렬하게 변화하는 상황속에서 변화하는 주인공의 미묘한 감정을 맛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분위기를 맛보았습니다. 특이한 세상의 신선함을 맛보았습니다. 가끔 터지는 재치의 유쾌함을 맛보았습니다. 오늘, 아랫분의 추천 덕분에 오랫동안 고프지 않을 만큼의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사족이지만, 투드 작가분이 쓰신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더군요. 그 분이 환타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읽으면서 계속 생각했습니다. 꼐속의 압박이 그에 한몫 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좌우지간 99.9% 아닐진대 이런 추신은 '~소년'의 작가분과 투드 작가분마저 욕되게 하는 것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렇게 느꼈기에 투드 애독자 분들도 한번쯤 읽어 주십사 하는 겁니다. [ 너무나도 개연성 없는 비겁한 합리화군요 ]

스크롤바의 압박에 읽지 않고 넘기신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밤에 일어나는 감정의 폭주에, 솔직한 글을 오랜만에 쓴 듯 합니다.

아무리 밤의 마력이 작용했다고 해도,

그걸 불러일으킨 건 '양말줍는 소년' 이었겠지요.

지금 자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부끄러워 이 글을 지워 버릴지도 모르겠군요.

어찌됐든간에,

저 또한 정형화된 환타지 세상에 찌들어버린 아해이기에

마지막으로 그에 걸맞는 '정형화된' 추천 한 마디 할까 합니다.

좌측 상단에 보이는 네모칸에 '양말줍는 소년' 을 써 넣으시고

눌러 달라 애원하는 초록색 네모상자 '검색' 을 누르시어

상상의 세계에서 같이 신나게 뛰놀 분들을 모집합니다.


Comment ' 21

  • 작성자
    Lv.1 白露
    작성일
    05.11.28 02:17
    No. 1

    정말 읽어보고 싶은 추천이네요.
    지금 바로 선호작 추가 하러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촌부
    작성일
    05.11.28 02:19
    No. 2

    (환상나라의 촌부)
    바깥나라에서 오셨군요. 볼에 뽀뽀해주세요! 콩을 사야겠습니다!

    P.S: 이제 슬슬 환상나라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치명적이게도 자벌레로 시간 보는 법을 몰라요...;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촌부
    작성일
    05.11.28 02:20
    No. 3

    물론 저 위의 말은 농담입니다. '양말 줍는 소년' 강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白露
    작성일
    05.11.28 02:22
    No. 4

    방금 1편을 보고 왔지만... 꼐속의 압박이 꽤나 대단하군요...

    위에 촌부님 우화등선 올려주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달빛속
    작성일
    05.11.28 02:22
    No. 5

    우와 정말 보고 싶게 만드는 추천이내 ^^

    달려 가 봐야 겠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4 曉月
    작성일
    05.11.28 02:30
    No. 6

    정말 좋은글을 읽었을때의 그 벅차오르는 기분은 저도 잘 알지요 ^^

    그렇기에 , 저도 님 추천글을 보고 두근두근 한답니다~~

    얼른보러 가야겠네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一生懸命
    작성일
    05.11.28 02:30
    No. 7

    쥔공 이름이 아직 안나와요..?
    넘 궁금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다크세이버
    작성일
    05.11.28 02:32
    No. 8

    난 그저 양말파는 소년과 양말때우는 소년을 원할 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청마
    작성일
    05.11.28 03:15
    No. 9

    드래곤 라자도 1인칭이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레듀미안
    작성일
    05.11.28 03:15
    No. 10

    대단하군요.. 추천글이 한번 달려가볼까요?
    Xnem님 말대로 1인칭시점은 정말 쓰기 힘들죠.
    내면의 언어를 흐름과 상황에 맞게 나열하려면 오히려 독백이 될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독자들의 공감과도 맞쳐야하니까요.
    '다른인생순응기'도 마찬가지로 1인칭시점소설로서 대단한 역량을 가진
    작가분이 쓰시는걸지도.
    1인칭 시점 소설의 백미는 수영이아줌마 작품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신상두부
    작성일
    05.11.28 04:59
    No. 11

    씨발, 좆나 <--이런 단어들 굉장히 싫어하고 나오는 소설도 안보는데(보통 저런거 많이 나오는 소설일수록 깽판물에 ㅔ,ㅐ도 구분못하는 바보소설들이 많다지요.;;) 이 소설에서는 왠지 이해가 가요.. 1인칭 시점이 너무 자연스럽달까요.. 주인공 설정이 맞아서 그런지 눈쌀은 찌뿌려지지만 작가님 역량에 계속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오랫만에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사회봉사
    작성일
    05.11.28 06:36
    No. 12

    추천글도 추천작도 이뿌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5 그림
    작성일
    05.11.28 07:21
    No. 13

    넘겨버렸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사랑하는
    작성일
    05.11.28 09:19
    No. 14

    저도 추천입니닷~ 드디어 양말 줍는 소년이 급물살을 타는군요.
    글구 추천 글 멋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엘로이즈
    작성일
    05.11.28 10:51
    No. 15

    나날이 올라가는 조회수에 감동하고 삽니다^^
    좋은글과 좋은추천..꼐속에게서 투드의 향기를 느끼셨다니...
    저는 투드작가에 대한 오마쥬.....ㅎㅎ 라고 생각해봤었는데ㅋㅋ
    저도 추천 한표 던지고 가요ㅎ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냥이공주
    작성일
    05.11.28 11:46
    No. 16

    저도 추천!!
    아직 몇편 안봤는데......근데.....좋아요!!*^^*
    열심히 보는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가을흔적
    작성일
    05.11.28 13:56
    No. 17

    강추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욹기
    작성일
    05.11.28 14:04
    No. 18

    께속도 귀여운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ring
    작성일
    05.11.28 15:53
    No. 19

    으음.;;;그래도 1인칭소설중에..."사이케델리아""천운초월자"재미있습니다아아...천운초월자...작가님이..군대가시기전에..나왔던거만..봤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날랭
    작성일
    05.11.29 02:36
    No. 20

    님 추천글이 정말 멋있습니다. ^^ 저도 추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노란병아리
    작성일
    05.11.29 10:35
    No. 21

    어쩜 정말 멋진 추천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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