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아빠는 이제 회사 안 가는 거야?”
아들놈이 밥상머리에서 한 말이다. 아들놈의 눈은 이제 내가 감당하기도 힘들만큼 부쩍 자라있었다.
“으…응! 이제 회사 안 가.”
“왜에?”
녀석은 벌써 세상살이의 한 귀퉁이를 걱정하려 들고 있었다.
난, 녀석의 눈을 피해야만 했다.
“으…응! 이제 집에서 숙제 할 거야!”
“숙제? 무슨 숙제?”
“으응! 아빠가 오래전부터 미뤄뒀던 숙제를 좀 하려고….”
아들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따지려 들었다.
“에이! 어른들은 숙제 없잖아!”
“아냐. 어른들도 숙제가 있어!”
“그게 뭔데?”
난, 제 어미보다 이제 더 무서워진 아들놈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으…응! 그건, 아주 오래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일을 못한
아빠의 숙제야.”
난, 오래전부터 글이란 것을 쓰고 싶어했었다. 남들만큼 배우지도 못했다. 그래서인지 늘 기계덩어리와 몸으로 싸우며 살아야만 하는 인생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방구들을 등질 시기가 찾아왔다. 참으로 오랜만에 오는 자유였다. 그래서 난, 더 늙고 의욕이 없어지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려서부터 늘 잡생각이 많았었다. 괴로울 만큼 잡생각에 사로잡혀 살았었다. 자폐증에 가까우리만큼 혼자의 몽상에 빠져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난 지금껏,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잡생각을 조금씩 글이라는 놈으로 풀어내 보려 한다. 잘 쓰지는 못한다. 또 재미있게 쓰지도 못한다. 유명작가 분들처럼 그렇게 좋은 글을 쓸 자신도 없다. 하지만 난,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읽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밥맛이 좋아진다.
난, 참으로 오랫동안 미뤄뒀던 숙제를 하고 있다.
***
어제 정연란으로 이사 온 갈우산입니다.
무협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제목은 [사천수사]입니다.
혹여,
제 자추의 글을 읽고 여린 마음에 선작하시는 분이 안 계시길 바랍니다. 꼭 냉정한 관심으로 읽어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휴일 되십시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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