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느와르. 그리고 결단.
「난 내가, 천재 아니면 바보라고 생각했었어. 어떤 선 위에, 양 쪽에 극이 있는 거야. 왼쪽에는 천재, 오른쪽에는 바보. 나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쨌든 한 쪽의 극에 서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천재 아니면 바보, 아니. 천재가 되거나 바보가 되거나 그것은 내 노력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난 죽도록 노력했어. 왼쪽에 서기 위해. 선 위에 선 극과 극 중에, 왼쪽에 서기 위해서. 그리고 이제 마침내 그 결과가 나타나려고 했어. 선 위에 선, 극이 왼쪽으로 가는가 싶었단 말이야.
하지만 역시 신이 내린 시련이 오는 거야. 신은 내가 조금 더 시련을 극복해서 왼쪽에 서기를 바라는 거겠지. 어쩌면 며칠 전에 닥쳤던 놈들도 신이 내게 주신 시련이련지도 몰라.
그렇지만, 난 너무 힘들어. 줄곧 오른쪽에 서서 있다가, 이제야 겨우 왼쪽으로 가려는데. 아무래도 세상이 도와주질 않는 것 같아. 어쩌면 나는, 평생······.」
거기까지 말한 마르체스는 다시 술잔을 비웠다. 난 씁쓸한 마음으로 마르체스를 바라보았다.
계속 술잔을 비워대던 마르체스는 결국 술에 잔뜩 취해 쓰러지게 되었다. 나는 마르체스를 업고 호프집에서 나와 마르체스의 천막으로 갔다. 쌀쌀한 바람 앞에 선 천막은 술에 취한 마르체스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해보였다. 난 천막 속 광대들에게 물어 마르체스의 방에 간 다음, 침대에 마르체스를 눕혔다.
은은하게 빛을 퍼뜨리는 등잔불 옆에 서서 나는 잠든 마르체스를 내려다보았다. 들릴 듯 말듯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달린 대거를 쓰다듬었다. 차고 매끈한 대거의 감촉이 느껴진다.
난 그렇게 한동안 어둠 속에 서서 마르체스를 내려다보았다. 희미한 불빛 중간에는 기포와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그것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후 입으로 바람을 불어 등잔불을 껐다. 빛이 사라졌다. 나는 마르체스의 방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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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편 분량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내용이 지루한 터라 분량을 짧게 잡았습니다.
자유연재란에 작성자 JINSUG 검색 또는 제목으로
선 위에 선 극과 극을 검색해주세요 ^^;;
그린씨프의 암살자 라디, 라드아치니 V. 볼렌드. 암흑가의 이 사나이는 어느날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선 위에 선, 극과 극을 선택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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