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을 보고 읽어 보았다가 그만 완전히 반해버린 무협 한편이 있어, 보다 많은 분들이 이 매력적인 작품을 같이 아껴주셧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남겨봅니다.
글을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육가장이 바로 그런 경우네요. 모난 곳 없이 잘도 흘러가는 이야기의 재미가 무척 맛깔나게 되어 있어서 그에 이끌려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연재물에 도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집중력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는 템포를 고루 갖춘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끈함 뿐만 아니라 건더기도 아주 푸짐하지요. 주인공의 행보에는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흥미로운 인간관계들이 교차되고, 있을법하고 보았음직한 소재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씹는 재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맛을 선사합니다.
'주인공은 횡소천군을 펼쳐 적에게 xx의 데미지를 주었다'라는 식의 요즘 횡행하는 게임같은 묘사가 없어 기껍고, 스토리텔링에만 치중해 묘사와 인물이 사라지는 꼭두각시놀음도 아니고, 사이코드라마같은 심리극도 아니며, 구궁팔괘음양오행의 상성이 어떻고 하는 설정에만 사로잡혀 수식인지 문학인지 모르게 되는 설정집도 아닌 것이, 그야말로 '적절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초반이다보니 등장인물이 우르르 몰려나와 다소 정신이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대화와 사건을 거듭하며 자기 자리를 잘 찾아들어 고유의 인물로 나름 곱게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오랜만에 만나는 기꺼움입니다. 그저 이야기를 풀어가는 수단의 하나로 쓰고 버려지는 마네킹같은 일회용 조연들에게 질린 참에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무협 속 군웅들의 모습이 가장 반갑더군요.
기성작가분이 아니신가 할 정도로 유들유들하게 잘 넘어가는 육가장입니다만, 맛있게 잘 먹은 후에 배가 부르고 나니 느껴지는 아쉬움이라면 약간의 미원맛이랄까. 체인점의 음식맛이랄까. '이거다!' 싶은 개성이나 매력포인트를 딱 짚어내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만, 이건 그야말로 이제 초반을 달리는 글에 대해 억지춘향식의 아쉬움일 뿐이고 그만큼 전체적으로 매력을 풀풀 풍기는 멋진 무협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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