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패러디] 마지막 선호작

작성자
Lv.1 자정향
작성
08.01.25 14:53
조회
624

마지막 선호작

-수를 거꾸로 세고 있었다.

그녀는 "열둘"하고 세고는 조금 있다가 "열하나", 이어 "열", "아홉",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여덟" "일곱"하고 셌다. 수우는 궁금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뭐가 있어야 세지?' 그저 살풍경하고 쓸쓸한 안마당과 20피트 저편에 벽돌 길의 텅 빈 벽면이 보일 뿐이었다. 뿌리가 울퉁불퉁하게 옹이 져서 썩은 한 그루의 해묵은 담쟁이덩굴이 벽돌담 중간쯤까지 뻗어 올라가 있었다. 차가운 가을 바람이 덩굴에서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앙상한 발가숭이 가지가 허물어져 가는 벽돌담에 매달려 있었다.

"뭐니, 얘?"하고 수우가 물었다.

"여섯"

하고 존즈는 거의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제 차츰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어. 사흘 전에는 거의 백 장쯤 있었는데. 세고 있으면 머리가 다 아팠는데, 하지만 이젠 쉬워. 아 또 하나 떨어지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잎 뿐이야"

"뭐가 다섯 잎이지? 얘기해 보렴"

"잎사귀야. 담쟁이덩굴 잎.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질 때는 나도 가는 거야. 나는 사흘 전부터 알고 있었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지 않데?"

"그런 바보 같은 소린 들은 적도 없다, 얘"

하고 수우는 몹시 경멸하는 듯이 투덜거렸다.

"마른 담쟁이 잎사귀와 네가 낫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니? 그리고 넌 저 덩굴을 아주 좋아했잖아, 이 말괄량이야. 바보 같은 소리 작작해라. 선생님은 말이야, 오늘 아침에 네가 곧 완쾌할 가망성은, 저어, 선생님 말씀 그대로 말한다면, 하나에 열이라고 그러셨어! 그건 뉴욕 시내에서 전차를 타고 가거나 신축 빌딩 앞을 지나갈 때의 위험률과 같은 거야. 자, 이제 수프를 좀 마셔 봐.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해 줘. 그러면 그걸 잡지사 편집자에게 팔아서 앓아누운 우리 아기에겐 포도주를 사오고, 먹성 좋은 나한테는 돼지고기를 사올 수가 있잖아?"

"포도주는 이제 살 필요 없어"

하고 존즈는 계속 창밖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또 한 잎이 떨어지네! 아니, 수프도 먹고 싶지 않아. 이제 넉 장뿐 이야. 어두워지기 전에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그러면 나도 가는 거야."

"존즈"

수우는 그녀 위에 몸을 굽히고 말했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까지 눈을 감고 창밖을 보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지 않겠니? 나는 이 그림을 내일까지 넘겨줘야 해. 광선이 필요하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커튼을 내리고 싶다만"

"다른 방에서 그릴 수 없어?"

하고 존즈는 차갑게 물었다.

"난 네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래"

하고 수우는 말했다.

"게다가, 네가 줄곧 저 쓸데없는 담쟁이 잎사귀를 쳐다보는 게 싫어서 그런다"

"다 그리고 나면 금방 알려 줘야 해"

하고 존즈는 눈을 감고 쓰러진 조각처럼 창백하게 조용히 누워서 말했다.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으니까. 난 이제 기다리기에 지쳤어. 생각하는 것도 지쳤고. 모든 것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 꼭 저 가엾고 고달픈 나뭇잎처럼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가고 싶어"

-=-=-=-=-=-

“하아.”

또 하나 떨어졌다. 그래, 다들 그렇게 가는구나.

언제부터일까 10화를 연재할 때까지만 해도 선호작수 100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던 내 글에 선호작이 하나 둘 빠지기 시작한 것은. 처음엔 그저 한두 명이겠거니 했다. 2~3명씩 조용히 빠지고 4~5명씩 조용히 올라가는 것이 이 업계의 관례니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심하게 요동치는 필력? 하지만, 그것은 1화 때부터 그래 왔던 것이고 그 정도로 떨어져 나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역시 그것인가? 압도적으로 대세였던 ‘딸기X슈크림’파를 제치고 ‘딸기X오이’파를 선택한 것?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아무리 내 케릭이었지만 슈크림은 너무 느끼했단 말이야. 진짜, 버터를 한 스푼씩 퍼먹어가며 그 대사를 만들어 냈던 내 마음도 이해해 달라고! 그래. 하지만, 나도 안다. 이것은 이미 때늦은 후회라는 것을.

“뭘 그리 생각하길래 내가 오는 줄도 모르냐?”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사귄지 2년 된 남자친구가 징글징글한 미소를 띠며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그러고 보면 슈크림의 대사는 이 녀석이 했던 말들을 많이 인용해 먹었었지.

“얼래? 사람을 앞에 두고 웬 한숨? 또 뭔 일 있어?”

남자친구가 반대편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여섯”

“뭐가?”

나는 노트북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했다.

“이제 차츰 빨리 떨어지기 시작했어. 사흘 전에는 거의 백 명쯤 있었는데. 세고 있으면 머리가 다 아팠는데, 하지만 이젠 쉬워. 아 또 하나 떨어졌네. 이제 남은 것은 다섯 명 뿐이야"

“뭐가 다섯 명인데?”

아직도 감이 안 잡히는 건가?

"선호작말야.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홈페이지의. 마지막 한 명이 떨어질 때는 나도 가는 거야. 나는 사흘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아?”

"마지막 한 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 싶어. 난 이제 기다리기에 지쳤어. 생각하는 것도 지쳤고. 모든 것에 대한 집착에서 떠나, 저 가엾고 고달픈 나뭇잎처럼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가고 싶어."

남자친구는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을 부드럽게 들어 내 머리에 얹…지 않고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으로 서서히 올리더니 검지를 펴서 뱅글뱅글 돌리기 시작했다.

“나 아직 안 미쳤거든!”

가속도를 타고 떨어지기 시작한 선호작수는 남자친구와 만나고 돌아간 저녁에는 1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1로 고정된 선호작수는 그 다음 날에도 또 그 다음 날에도 없어지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이상해.”

「뭐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오는 남자친구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

“너는 안 이상해? 왜 그거 하나는 안 떨어 지는 걸까? 벌써 사흘째인데.”

「그게 그렇게 이상해?」

“응.”

「….」

“여보세요?”

「음, 실은 네가 선호작이 떨어지는 걸 너무 걱정스러워 하는 거 같아서. 내가 너 몰래 그 사이트 가입해서 네 글을 선호작으로 해놨었어.」

“저, 정말이야?”

「그래.」

아아, 이 이쁜 것! 내가 그렇게 추천글이라도 하나 남겨달라고 할 때는 가입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버티더니 그래도 몰래 선호작은 하나 해준 거구나. 그래 내가 너 때문에 산다.

「혹시 화났어?」

“어, 왜?”

「아니, 혹시 괜한 짓 한게 아닌가 싶어서.」

“아냐, 그래도 덕분에 좀 나아졌어.”

그래, 이렇게 응원해주는 남자친구도 있겠다. 내일부터는 좀 더 힘을 내볼까?

그날 저녁.

나는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를 느끼고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른 ‘나의 선호작품’ 페이지.

그곳에,

있었다.

내 글이.

내 아이디로 접속했는데.

“…이 새끼 죽었어! 감히 구라를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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