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돌이형님의 Triple Hunter
판/무 매니아인 제가 이 추천글을 적게 된 것은 우습게도 이 글이 현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현대물이라는 건 사실 별로 볼 가치를 못 느꼈습니다. 환상적인 소재도 분명 없을 것이고 그냥 우리가 사는 세상 사람들이 나와서 밋밋한 이야기를 펼칠 거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뱀파이어 정도 되는 놈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총이나 쏘고 어려운 모델명이 난무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그것이 고정관념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전율했고 긴장했습니다. 그리고 1부의 완결을 접했을 때는 가슴이 찡했습니다.
제가 판/무를 쉽게 읽고 다른 것을 찾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입니다. 그런데 그 재미에는 분명 어느 정도의 어폐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르문학이라는 판/무에 길들여져있었고 비슷하게 흘러가는 공식을 받아들여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읽든 쉽게 몰입할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대신 그 글이 끝나면 또 다른 비슷한 글을 찾기 위해 수소문을 해야했습니다.
간혹 이 틀을 깨고 독서의 범위를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순수문학이나 일부 현대물을 보기는 했습니다. 그 중 순수문학은 고상하지 못한 저를 확 끌어당기지 못하기에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현대물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델명과 굴곡없는 장면들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필력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공식에 맞추지 않고 그것에서 벗어나서 길들여지지 않은,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김백호님을 참 좋아합니다만 김백호님 작품 추천글이 아니기 때문에 논외 하겠습니다.)
Triple Hunter는 현대물인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을 쓰고 글을 다 보고나서 생각했습니다.
'재미있다.'
글에 나오는 곳에 가면 정말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안타까움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선호작 베스트를 보니 Triple Hunter가 올라왔더군요. 지금 선작수가 1500대 일겁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이 작품에 어울리는 선작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 글을 추천받을 때마다 저는 몇 번이고 넘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저를 다시 생각하게 했던 말들이 있는 데 그것은 성실연재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하루 두 편. 하루 세 편이 올라오는 연재속도는 이 글이 주는 재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성실연재라는 말에 가려서 재미있다라는 말이 적게 쓰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냥 이야기를 적은 게 아니라 적어도 작가분이 하고 싶은 말. 주제를 가지고 썻고 그 주제를 위해 80여편을 일목요연하게 이끌어간다는 것. 이런 글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P.S : 그런데 제 원래 아이디가, 비밀번호 수정을 했더니 로그인이 안됩니다. 신고를 하긴 했는데, 이 문제가 해결 되서 1인 1아이디라는 규칙에 의해 지금 글을 적은 이 아이디를 삭제하게 되면 작성한 글도 같이 사라지나요? 아시는 분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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