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 쓰시는 작가님들께 주제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판타지든 일반소설이든 아무 글을 (제대로) 쓰려면 피나는 글쓰기 연습과 많은 독서량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 듯 싶습니다.
장르문학 작가님들, 특히 젊은 분들께 여쭤 보고 싶습니다. 혹시 장르문학만 읽고 계신 건 아닌지요? 독서 분야가 장르문학에만 한정되어 있어서는 깊이 있는 글이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깊이있고 뭔가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을 쓰려면 작가의 인생이 그만한 깊이와 의미를 담고 있어야 글이 잘 써지겠지요. 예를 들어, 자유함에 대한 외침을 소설 속에 담고자 한다면 작가 스스로가 삶 속에서 치열하게 자유를 위해 투쟁해 본 경험이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소설 속에 인생을 녹여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전쟁을 실제처럼 묘사하는 것이 힘들고, 범죄를 저질러 보지 않은 사람이 범죄자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수많은 청년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틀 속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개인의 성장배경은 판이하게 틀리겠지만,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씌워준 멍에는 비슷하지요. 학교 가서 공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입학. 그리고 좋은 직장에 취직. 이것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습니까?
비약 같지만 요즘 많은 판타지, 무협 소설들이 환생물, 영지발전물, TS물, 차원이동물 등으로 분류가 가능해졌고, 초반 전개가 어떻든 결국에는 주인공이 킹왕짱이라는 것으로 결론짓는 패턴이 유행하는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비슷한 틀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읽는 것까지 거기서 거기인 것들을 읽는데 그 아웃풋이 어떻겠습니까?
바로 그래서 다짜고짜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깊이를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인생을 경험하는 길은 고전문학을 많이 읽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이 왜 고전이냐하면 수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널리 읽혀져 왔고 지금도 그 가치가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는 인생 선배들의 깊은 고찰이 담겨져 있습니다. 치열한 자기고민이 있습니다. 인생의 철학이 있습니다.
고전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화문은 없고 몇 페이지씩이나 지루한 서술을 이어가기도 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답답하도록 느립니다. 피튀기는 잔혹한 장면 또는 선정성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다 읽었다는 그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읽어 보신다면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보장합니다. ^^
아, 외국 고전문학소설이 너무 지루하고 읽기 버거우시다면 한국 문학에도 정말 좋은 소설들이 많습니다.
조정래의 3대 장편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
박경리의 토지
채만식의 태평천하
김유정의 단편들 등등... 재밌습니다. ^^
좀 오버해서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군요.
두 줄 요약:
장르문학 쓴다고 쉽게 읽히는 판타지, 무협 소설만 읽지 맑자. 어렵더라도 생각을 요구하는 고전문학소설을 많이 읽자!
ps: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저런 글을 쓴 게 아니라... (저도 고전 문학소설 많이 못 읽었어요.ㅠㅠ 요즘 노력하는 중.) 여기 저기서 고전의 중요성에 대해 서 읽고 느낀 점을 써 봤습니다. 마치 큰 가르침을 내리는 듯한 교조적인 말투가 거슬리신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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