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행복한미소
작성
09.08.09 23:14
조회
1,029

3년인가 4년인가 전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 글을 쓴다면 문피아 같은 곳에도 연재 해 봐라고 하는데, 전 최근까지 남이 제 글을 본다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무서워서)

전 음~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원고지에 샤프로 글을 쓰면서 무명으로 잔뼈가(..) 굵어왔습니다만, 물론 몇 년 전 글만 해도 부끄러워서 못 볼 만큼 실력은 비루했습니다. 물론 노력을 안 한 건 아닙니다. 뭐랄까.. 남들이 보면 처절하다랄까. 년수로 따지면 20년 가깝게 노력했지요. 오직 혼자서 노력했습니다. 남들? 이라봤자 블로그 서로이웃님 정도에 아주 조금씩 보여주곤 다시 비공개로 돌리고. 부끄러워서요. 도저히 못 보여 주겠더라고요. 그래도 소설가는 되고 싶고... 해서 투고나 공모전에 막 도전해 보고는 했지만, 20여년 노력을 해 봐야, 저 자신의 글은 그다지 늘지 못 한 듯. 인정은 받지 못 했고요. 이제와서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사회에서도 잉여킹에 해당되는 현실을 다시 돌이켜 보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라고.

하지만, 반 평생의 이상을 노력한 글에 대해서, 하루 아침에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며칠 전에 여기 문피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 포기한 심정으로, 평생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연재라는 형식으로 선 보이지 못 했던 글을 하나씩 선을 보여 보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판타지 쪽 글은 예전에 다 써 둔 건 아니고 최근에. 그러니까 모든 걸 다 포기한 후에(포기한다고 포기 된 것은 아니나)새로 쓰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 외에는 다 써 둔 것들을 조금씩 올려봐야 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글쟁이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

남들은 딴 데 안 보고 한 우물 10년 파면 일가를 이룬다고 하던데, 난 뭐냐. 15년? 20년 가까운 세월 한 우물만 팠는데 이게 뭐냐. 이 현실은 뭐란 말이냐. 이제 나도 마트나 편의점이라도 들어가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굶어 죽는 순간까지 글만 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 라고 마음을 먹었더니, 문득 써 둔 글들이 불쌍해 보였지요.

포기는 포기라 쳐도,

빛 보기는 커녕, 아무도 본 적 없이 그냥 세상에서 사라질 글들.

십 수년이라는 세월들... 예쁜 시절. 재밌는 청춘이며 뭐며. 그 모든 걸 다 반납하고 오직 글만 잡아왔던 그 지독한 희생과 고독의 세월이 이제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다 쏟아지고, 식음을 전폐하고 그냥 보름쯤은 끙끙 앓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연재를 시작 해 봤습니다. 물론, 제 성에 맞는 행위는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건, 정말 무섭고 부끄러웠거든요. (투고나 공모전 외에) 그런데, 그럼에도 제가 15년 넘게 글쟁이의 꿈을 꾸며 비루한 솜씨에 힘껏 노력을 해 왔다는 증거는 세상에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재는 시작했지만,

사실 .. 정말 사실은 아무것도 기대 안 하고 있었습니다.

인생 자체를 접어야 한다는 포기심정이었기에 누가 보든 말든.

빛은 못 받아도 숨통은 트이게 해 줘야지. 싶어 올려둔 글이니까요.

그런데 한 두 분 세 분이 보시고 한 두 분 세 분이 꼬리를 올려주시면서, 점점... 보름간 앓아가며 반 이상의 평생의 자취를 포기해야 겠다던 마음가짐이 서서히 욕심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문 밖에 내 버린 자식에게 서서히 핏기가 돌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려오는 부모 심정이랄까.

아직도 반쯤은 포기하자. 해도 안 돼잖아. 어차피 안 되. 노력 같은 거 하지마. 노력 하는 만큼 손해야. 안 된다고 나는... 될 사람이나 되지. 하지만 난 아니야. 이런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심정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내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저 겨울의 벌판에 던져 둔 싸늘한 주검이라 억지로 믿으려 했던 자식이 글을 읽어 주시는 감사한 분들에 의해 점점 발갛게 핏기가 도는 걸 보는 심정이라는 것이 참...

행복하면서도 어째야 할 지 몰라 또 다른 두려움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마당에 무슨 출판이다 뭐다까지 욕심 내면 안 되지 싶으면서도, 거기까지는 못 되어도 그저... 그저 다른 분들에 의해 점점 살아나기를. 버렸던 글. 버렸던 과거. 버렸던 노력. 버렸던 꿈. 들이...

점점 생명력을 받고 살아나기를.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 그 희망들을 지금은 다시금 희미하게 욕심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지요.

사실 지금의 제게 지금의 문피아 생활은 첫 술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로 충분히 행복해요. 그리고 일종의 구원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에 조금 도취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곤 '버리지 말까 보다...'라고 조금씩 심호흡을 해 보게 됩니다.

문피아라는 곳을 그간은 왜 알면서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만 서성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피아 자체를 찬양함은 아니고...

그저, 멍석이 깔려 있는 세상이 있었다는 것. 그것을 절망 끝에서 발견했다는 하나의 설렘에 괜히 이런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꿈이 꺼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노력도 놓아 버리고, 의욕도 날아간 이 마당에 찾은 모두의 이야기의 場. 과연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감사한 곳인데. 이 곳 덕에 제가 모든 걸 아직 포기하지 않고, 놓지 못 하고 잡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그건 모르겠네요...

/ 바보 같이 긴 글 읽게 해드려 .. 죄송합니다;;;

ps. 연재.

그건 사실, 아직도 안전대 없이 번지점프를 하는 심정으로...


Comment ' 12

  • 작성자
    Lv.6 영춘권
    작성일
    09.08.09 23:42
    No. 1

    심후한 내공을 지니신 선배 고수께서 오셨군요.
    노력하신 만큼 뛰어난 글이 나올 것이라 믿고 기대합니다.
    환영합니다. 저도 댓글을 보고 힘이 날 때가 많습니다. 독자님들의 댓글 하나하나가 작가에겐 소중한 후원이지요..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진세인트
    작성일
    09.08.09 23:43
    No. 2

    어디보자... 난 초4부터.. 그니까 11살부터 썻으니... 어잌후 난 고작 7년밖에 내공이 쌓이지 않았구나.....

    OTL...20년 언제 쌓일까?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행복한미소
    작성일
    09.08.09 23:58
    No. 3

    * 산노님 :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심오한 내공이라니요. 쌓인 건 덧없는 세월 뿐이고, 설정용지들 뿐이고... 으악.. ㅠ ㅠ 늘어난 흰머리에..(워~);
    아무튼 그래도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이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수고가, 노력이 보답을 받은 냥 기쁘고 보람되게 여겨지는 것이니. 자연 없던, 잃었던 힘도 다시 샘솟아 날 수 있을 것 같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년수가 되었다고 고수는 아닙니다. ㅠㅠ 고수는... 원래부터 잘 쓰는 분들이시겠지요 ㅠㅠ.... 태생부터 천재 뭐 그런... 좀 싫은 설정이지만 전 그런 부류가 있다고 믿습니다 OTL (뭐 얘기 하다가;);;
    아무튼 말씀 감사합니다.

    * 진세인트님 : 그러니까... 년수와 내공은 반드시 일치하라는 법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잘 쓰는 분들은 1, 2년만 끄적여도 프로급이 되지 않을까라고... (엌.. ㅠㅠ...);;
    아무튼 20년 세월 쌓을 생각보다는, 음~ 많은 걸 겪으며 많은 걸 읽으며 노력하시면 분명 ㅠ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보다는 우월한 분들이기에 금새 훌륭해 지리라고 믿습니다. 힘 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모걍
    작성일
    09.08.10 01:49
    No. 4

    연륜의 힘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힘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묘(猫)
    작성일
    09.08.10 08:02
    No. 5

    늘 갈등속에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재밌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금강
    작성일
    09.08.10 09:58
    No. 6

    세월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이지요.
    좋게만 쓸 수만 있으면 더할나위 없는 힘입니다.
    그리고 자질은 분명히 다 다른 게 맞습니다.
    연무로 오세요.
    아마 더 빠른 길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요롱롱
    작성일
    09.08.10 10:53
    No. 7

    은둔고수다... 20년 내공 ㅎ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요통남
    작성일
    09.08.10 11:15
    No. 8

    은거기인 ㄷㄷㄷ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qorhvk
    작성일
    09.08.10 12:07
    No. 9

    내공이 대단하시네요. 금강님이 말한 연무지회는 콜센터 오른쪽에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행복한미소
    작성일
    09.08.10 14:30
    No. 10

    으음- 추천해 주셨던 연무지회라는 곳에 가입을 해 보았습니다.
    ... 두리번두리번 천천히 기다려 보려고요.
    말씀들 정말 감사드리고요. 음~
    네. 노력한 세월과 실력은 반드시 정비례 하란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처음 부터 잘 쓰는 사람도 있다니까요~(으드득;;);;
    하지만 전 저도 참 신기하게도, 못 쓰면서도 꾸준하고 끈기있게 포기없이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고 뭐가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나온 세월이 한탄스럽기도 하면서, 한 색깔로 살아온 인생에 스스로 조금 우쭐(?)하기도 한 기분이네요. 우직하고 무식하게 살아왔지만, 그리고 뭐가 된 것도 아니지만. 한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후회되지는 않는 묘한, 그런 기분입니다. 앞으로는 후회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한심하다 비참하다 ㅄ같다. 등등 징징 짜기는 해도 후회된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으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전기수
    작성일
    09.08.10 23:44
    No. 11

    정말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였습니다.
    행복한미소님과 비슷한 상황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홧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아슈레이
    작성일
    09.08.11 00:05
    No. 12

    별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는데도 20년이라는 세월을 쭉 걸으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전 성격이 너무 급해서 뭐든지 조금만 해보곤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바로 접는 편인데...
    아무튼, 20년이면 강산이 두번은 바뀔 시간인데, 충분히 내공이 쌓이셨으리라고 봅니다. 다만, 미소님께서 만족하실 만한 변화가 안보인건... 아무래도 남앞에 자신의 글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원래 자기 자신이 쓴 글은 잘못된 점을 파악하기가 더 어렵잖아요. 다른 사람이 읽어보고 지적해주는 걸 고치다보면 쌓인 내공도 있으시니 금새 좋은 작가가 되시리라 믿어요. 저도 지금부터 미소님 응원하러 'THE FAN' 게시판으로 달려가야겠네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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