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정규] 자건-풍운비양│역사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1.06.30 01:56
조회
1,154

"허나."  

장량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식솔을 그리는 사사로운 정이라는 것은, 신자가 군주를 생각하는 뜻에 비길 바가 못 됩니다."  

"그것은."  

유방은 빙긋이 웃었다.  

"공께서 그렇게 믿고 계시기 때문이오."  

"......"  

장량은 의아하다는 듯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 유방은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은 학식이 짧아서 잘은 모르겠소.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요. 나라는 식솔에 앞서고 충은 효보다 먼저라고. 하지만 이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어째서 제대로 얼굴을 본 적도 없는 군주 따위가 피를 나눈 형제보다 중할 수 있으며, 살을 붙이고 사는 처자식보다 귀할 수가 있다는 말이오?"  

유방은 장량을 바라보았다.  

"저들 또한, 그리고 이 사람 또한, 돌아가고픈 것들을 버려둔 채 여기 있는 것이오. 귀공이 그러하듯이."  

"......"  

장량은 속으로 가만히 혀를 찼다. 이런 사람이라니. 어찌 다른 자의 머리 된 사람의 입에서 피를 나눈 식솔이 섬기는 군주보다 중하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는가. 그렇다면 자신의 수하들 또한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그러나 그의 그런 언사는 이상하게도 장량의 마음 한구석을 휘저어 놓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위험한 말씀이시군요."  

장량이 미소지었다.  

"허면 대장군께서는 저 장막 속의 두 분이 장군보다 그 식솔되는 이들을 더욱 중히 여기신다 해도 용인(容認)하신다는 뜻이십니까?"  

"할 수 없지 않소?"  

유방이 되물었다.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니까."  

"......"  

인지상정. 그 짧은 대답은 장량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충격이었다. 잠시 망연해져 눈만을 깜박이는 장량을 향해, 유방은 빙긋이 미소지어 보였다.  

"이 사람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소."  

"...허면"  

장량은 어렵게 입을 떼었다.  

"대장군께서 이 사람의 자리에 있다면, 어찌 행동하시겠습니까?"  

"나라면?"  

유방은 가볍게 되물었다.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던 그는, 곧 유쾌하게 대답했다.  

"이 사람이라면, 가고 싶은 대로 가겠소. 다만, 주군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뜬구름잡는 이유가 아닌, 진정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  

장량은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유방의 어찌 들으면 조리 없는 몇마디 말은, 그간 쌓아온 그의 신념 자체를 흔들어놓고 있었다. 그는 표나지 않게 입술을 깨물며, 동요하고 있는 자신을 추스르려 애썼다. 유방은 그런 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곁을 스쳐 지나가 다시 막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인생은 짧소, 자방...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살기에는."  

그것이, 유방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18726 요청 정치다툼이나 세력다툼이 있는 출판작 추천해주세요. +7 Personacon 시링스 11.06.29 2,145 0
118725 요청 현재 문피아연재중인 게임소설 추천 바랍니다. +17 Lv.86 한편만Tn 11.06.29 2,326 0
118724 요청 게임에서 현실이나 게임(무공,마법)의 능력이 현실... +9 Lv.78 Eraser 11.06.29 1,983 0
118723 홍보 [정연/무협] 끝나지 않았다. 명월청하 +2 Lv.31 서광(徐光) 11.06.29 910 0
118722 요청 Y군님이 정말 야구 소설을 쓰시나요? 아시는 분 답... +21 Lv.62 샛별초롱 11.06.29 2,304 0
118721 한담 일성님은 돌아오지 않나요? +1 Lv.96 팬이예여 11.06.29 1,843 0
118720 알림 한국콘텐츠진흥원 창작스쿨 2011 제2기 교육생 모... +5 Personacon 금강 11.06.29 1,269 0
118719 요청 나이트런 같은 작품 어디 없을까요. +13 Lv.19 rainstre.. 11.06.29 2,104 0
118718 요청 요즘 문피아에는 어떤 좋은 글들이 있나요?? +4 Lv.9 수려한 11.06.29 3,368 0
118717 추천 [자연/무협]천선비경 추천! +12 Lv.21 목판언덕 11.06.29 2,154 0
118716 홍보 [정연/판타지] 돌아왔습니다, 녹슨 검! +12 Lv.40 온후 11.06.29 1,334 0
118715 공지 불법파일 업로드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65 Personacon 금강 11.06.29 6,590 0
118714 추천 박이님의 '귀검' 추천합니다. +4 Lv.51 은빛잔상 11.06.29 2,302 0
118713 한담 항상 출연하는 캐릭터 [스테레오 타입] +9 Lv.10 CatReadi.. 11.06.29 1,483 0
118712 추천 현규님의 고서전 +4 Lv.38 읽다. 11.06.28 1,571 0
118711 알림 다시 후원금이 들어왔습니다^^ +15 Personacon 금강 11.06.28 5,267 0
118710 알림 망상공자가 번뇌무적으로 제목이 바뀌어 출판됩니다. +8 Lv.19 카레왕 11.06.28 1,293 0
118709 홍보 [정연/무기의 정령] 이거 보고 가세요. +13 Lv.36 몽계. 11.06.28 1,317 0
118708 추천 [정연] 실버쉐도우 님의 다크엠페러 완전 강추!! +22 Lv.17 카르아시아 11.06.28 2,807 0
118707 요청 흠 최근 특이한 설정의 소설을 두편읽었습니다 +10 Lv.51 개백수대장 11.06.28 2,927 0
118706 알림 <내가 법이다> 출간을 앞두고 수정에 들어가... +2 Lv.7 장경의꿈 11.06.28 1,239 0
118705 홍보 [정연/소울테이머] 한번 읽으면 주욱 읽게되는 중... +24 Lv.11 일전불사 11.06.28 1,403 0
118704 추천 세츠다님의 "영원의 악마" 추천합니다. +6 Lv.1 알티스 11.06.28 1,888 0
118703 요청 연중작가분들!!!돌아오세요 ㅠㅠㅠ +13 Lv.53 째깍째깍 11.06.28 2,280 0
118702 한담 오늘보니 바람의 인도자도 회색줄이ㅜㅜㅜ +9 Lv.24 각영 11.06.28 1,024 0
118701 홍보 [정연]강한 남자가 되자[현대물][갱생물] - 완결홍... +12 Personacon 싱싱촌 11.06.28 2,515 0
118700 한담 한 작품을 끝냈는데 말이죠. +7 Lv.5 Rizxia 11.06.28 984 0
118699 요청 소설제목을 알려주세요 +2 Lv.1 :소년: 11.06.27 1,468 0
118698 한담 오늘 에뜨랑제를 보려고 했습니다. +14 Lv.1 GODORI7 11.06.27 2,748 0
118697 홍보 자연/판타지 - 라이어 Personacon 필드림 11.06.27 908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